by 홍콩 딤섬꾼의 취업이야기 Jun 2. 2020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그냥 존댓말이 하고 싶어서)
저번에 파김치가 되어 푸념하듯 쓴 '홍콩에서 제일 힘든게 뭐냐면'이
다음 메인화면 랜선여행 (...)에 올라 하룻동안 조회수 14000을 넘었어요. 웃기죠? ㅋㅋ
낙서가 최다조회수를 기록하는 순간...요즘 업무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한국에서 일할 땐 빨리 배운다고 자주 칭찬도 듣고,
일 욕심이 많은 편이라 면접볼 때마다 fast learner이라고 자기PR을 했는데 이제 어디가서 그런 말 못하겠어요.
영어 보고서 읽는 것 너무 어렵구요,
복붙해서 번역기 돌려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동료들은 척척 빠르고 똑똑하게 해내는데 - 전 몇시간째 영어지문 들여다보고 있고
같은 실수 반복도 하고, 영어로 글을 쓸 때마다 도저히 못 쓰겠다는 생각이 열 번도 더 나고,
난 이 일에 특별한 소질은 없나보다란 생각이 자꾸 나서 업무에 더 방해가 돼요.
North Point 시장통의 트램 종착역. 사람들이 전차로 위를 무심하게 걸어가네요.유튜브 '아는 변호사'란 분이 '자기를 기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영상에서 전한 적이 있는데,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자기 기만이라 생각해요. 몇 달 안에 실력 향상을 보여야만 한다는 틀 안에 나를 가두고, 결국 자기 기대치에 못 미쳐서 스스로 실망하는 것. 이것도 자기 자신을 속인 (기만한) 것 같아요. 성과는 내 노력의 크기뿐 아니라 주변 환경, 건강 상태, 관련 경험, 이끌어주는 멘토, 목표치 등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변수들을 무시하고 욕심따라 높은 목표치에만 나를 가두는 것도 자기 기만의 행동인 것 같아요. 우리 안의 어린아이는 무리라고, 다 못할 수도 있다고 작게 저항하고 있는데.
저보다 1년, 2년 이상 업무를 해온 동료들과 저를 비교하며 왜 저들처럼 빠르고 창의적으로 하지 못할까?슬퍼하는 건 동료들이 땀흘리며 쌓아온 경력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지난한 과정을 그들도 겪었을텐데.
아무튼, 제가 요즘은 업무 때문에 너무 속상하고 자주 좌절하는데
정말 이런 내 모습은 바라지 않아- 하는게 있다면 뭘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난 못할거 같아, 소질이 없어, 이런 생각을 습관처럼 하는 내모습이겠죠.
그런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그쪽으로 닮아가지 않으려는 노력도 중요한 것 같아요.
집 구하다가 어느 골목에서 본 이소룡과...스칼렛 요한슨?
홍콩 국가안보법에, 시위에, 코로나바이러스에 최악의 시국인데 저는 밥벌이 걱정만 하고 있네요.
다음에는 좀더 차분하고 성숙하게 돌아와 글을 남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