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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홍콩 취업기 - 3(미디어, 전문가네트워킹)

금융미디어, 전문가 네트워킹 기업(지식서치 플랫폼), 언론사

다시 돌아보는 홍콩 취업기 3편이다. 한국인들을 자주 채용하는 금융미디어, 전문가 네트워킹 기업 편을 정리한다.


1. 글로벌 금융미디어 Relationship manager

홍콩에 있는 금융미디어로 가장 유명한 곳은 (당연히!) 블룸버그다. 한국인 데이터 애널리틱스와 세일즈 부문 신입 역할을 1년 내내 채용한다. (Job title이 올해 연도로 시작하는 그 직책 맞다)

블룸버그는 이 부문 초봉이 약 35,000 HKD로 꽤 좋은 편이고 근무조건도 좋아서 많이들 가고 싶어하는 회사이며, 그만큼 입사 경쟁도 치열하다.


...그래서 내가 블룸버그에 들어가진 못했고

블룸버그와 톰슨 로이터가 Top-tier이라면 그 아래 tier정도의 금융미디어 몇 군데의 시험과 면접을 거쳤다. 수익모델은 블룸버그와 굉장히 비슷하다. 1) 유료 회원에게 글로벌 금융과 투자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2) 단독성과 깊이 있는 금융기사를 제공하거나 3) 금융 또는 투자 컨퍼런스를 개최해 입장료, 프레젠테이션이나 광고 후원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여기서 다룰 Relationship manager을 설명하기 전에 이와 비슷한 Account manager을 먼저 설명하겠다. (회계를 의미하는 Accounting이나 Accountant랑 다르다. 숫자에 약한 문과 출신도 잘할 수 있으니 절망하지 말자) Account manager은 미디어의 유료 회원이 되어줄 고객사(예: 한국의 투자자산운용사, 공제회나 보험사 등 큰돈을 굴리는 기관투자자)에게 전화, 이메일 등으로 소통하며 미디어 구독권(subscription)을 세일즈하는 것이다. 금융계 니즈를 잘 알고, 세일즈 종사자답게 정중하고 세련된 말씨와 매너, 업계 지식이 필요하다. 회원권 세일즈에 성공하면 고객 계정(account)을 하나 파는 것이기 때문에 '어카운트'라고 부른다.


Relationship manager은 Account manager이 따놓은 고객의 회원권을 연장하는 것. 즉 이미 얻은 고객을 잃지 않도록 고객들이 미디어를 구독하며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잘 이용하고 있는지 케어하는 것이다. 금융정보 세일즈이면서 고급 커스토머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시험: 일본계 고객사를 관리하는 Relationship manager 포지션이었고 헤드헌터가 내 일본어가 네이티브급이라고 하는 바람에(...) 시험을 두 번 봤다.

<1차>

- 일본인 Relationship manager직원에게 일본어로 자기소개, 지원동기, 회사에 관해 궁금한 점 질문 등

- 홍콩인 직원과 영어로 간단한 자기소개, 지원동기 등 (왜 홍콩에 왔느냐는 질문은 늘 등장한다)


<2차>

- Relationship 부문 아시아 헤드(한국분), 영국인, 홍콩인, 일본인 직원들 앞에서 회사가 다루는 부문에 대한 자유 주제 프레젠테이션 15분(나는 글로벌 스타트업 M&A를 발표), 날카로운 압박 Q&A

- 금융에 관한 영어 기사 1장짜리 읽고 30초 내로 영어로 브리핑 (거의 붙여주려고 하는 시험이었음)

- 인수합병에 관한 일본어 기사 2건 읽고 일본어로 브리핑


고객 니즈, 불만을 처리하는 사람은 네이티브급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고객이 답답하거나 화난 상태인데 아/어 다른 뉘앙스도 못 챙기고 엉뚱하게 대응한다면 최악이다. ㅠㅠ 따라서 그 국가의 고객사들을 정말 신경쓰는 회사는 그 국가 출신을 쓴다.


참고로 job description에 나오는 제2외국어 요건.

business level of 0000 language is a plus: 중상급 이상 하면 더 매력적인 인재다

business or native level of 0000 language is required (a must): 거의 네이티브급으로 잘해야 뽑는다 (헤드헌터를 통해 지원할 경우 예외는 있다)


2. 전문가 네트워킹 기업 (aka 지식서치 플랫폼)

전문가 네트워킹이 뭔 소리냐? 갸우뚱할 분들도 있을텐데 사실 신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프로필을 보유하고, 마침 그들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사람이 있으면 둘을 매칭시켜 주는 것이다. 즉 전문가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중개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컨설팅의 일부를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분야에 딱 맞게 떨어지는 용어는 없는거 같은데 주로 gig economy에 기반한 insight network 또는 expert network라고 불리고, 홍콩 내 한국인 채용이 활발하다.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글로벌 기업 &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테스트 & 면접을 봤으며, 면접 과정은 두 기업이 상당히 비슷했다. (그러나 나는 폭망)


<1차> 간단한 화상 또는 대면 면접 (자기소개, 왜 홍콩에 왔는지? 다른 커리어에서 전문성을 쌓았는데 이 분야로 오려는 이유?)

<2차>

시험: (딱 1시간)

고객사가 중국의 풍력발전 투자 전문가이면서 엔지니어에 관한 지식도 있는 사람을 찾아달라 한다. 5명의 링크드인 프로필 링크와 그 사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정리하렴. 물론 영어로!

그리고 그중 한 사람에게 우리의 고객사와 연결해주고 싶다는 비즈니스 이메일을 작성하렴.

그리고 왜 그 사람을 추천했는지 면접에서 이야기하렴!


물론 저 사람의 조건은 당일 갑자기 주어진다. 유럽의 환경 전문가이면서 동남아 환경문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일 수도 있고, 인도의 M&A 투자 전문가이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내용 자체는 물론 시간조절이 상당히 어려운 테스트였다. 너무 당황해서 벌벌 떨었던 기억.


3. 언론사

이쪽은 워낙 특이한 분야라 주의깊게 볼 독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팁이 있으니 공유.

여러 군데 언론사 시험을 보니 면접 유형이 다 비슷하다. 이력서가 통과되면 전화나 화상통화로 면접을 본다. (요즘 언론계에서는 기자 경력에 기디지털마케팅, 영상 관련 기술이 있으면 훨씬 매력적인 인재이며, 실제로 '취재기자'보다 영상전문가나 디지털마케팅 공고를 더 자주 보는것 같다)

필기시험은 그 언론사의 뉴스와 관련된 임의의 주제와 함께 1시간(또는 2시간)을 주고 400~500 단어 내외 영문기사를 써서 이메일로 보내라는 것이다. 또는 주제를 명확히 주지 않고 "너가 관심있는, 또는 기사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00 분야 소재를 찾아 400단어 내외 기사를 쓰라"고 할 수도 있다.


정공법도 있다. 프리랜서 기자(작가)의 경우 굉장히 straightforward한 방법으로 기고할 수도 있다. 하나의 언론사에도 다양한 브랜드가 있는데 그 브랜드가 원할 만한 기사를 써서 에디터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콩의 대표 영자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는 This week in Asia, Style, Young Post 등 각 독자층을 공략하는 매체가 있다. 나는 그냥 영어로 글을 써서 몇 군데 에디터에게 보냈고 좋은 반응을 받아 몇 번의 수정 끝에 발행됐고, 이후 정기적으로 기고하게 됐다. 알리바바 자회사인 SCMP의 경우 '이 사안이 왜 중국에서 열풍인지, 혹은 향후 한국의 대중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넣는게 핵심이다.


정공법을 피해서 에디터에게 "나는 누구누군데 이런걸 잘해. 어떤 기사가 필요하니?" 라고 메일 보낼때 답이 올 확률은 높지 않다. 편집국은 스토리 제안이 필요하지, 써야 할 스토리가 있는데 써줄 기자가 없어 쩔쩔매는게 아니다. 당신이 직업 기자가 아니어도 기고할 수 있다. 특정 섹터 전문가로 독특한 관점과 알찬 내용을 영어로 제시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덧붙이고 싶은 말

한창 취업이 안 될 때 나보다 9살 어린 동생이 말했다. "언니, 처음이 어려워요. 홍콩은 첫 취업이 되면 그 다음부터 링크드인 등 통해서 이직 제의가 되게 많이 들어와요. 첫 취업을 했으면 홍콩에 있는 누군가가 인정해줬다는 거니까요." 그땐 동생이 절반은 위로차 해준 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홍콩에선 첫 취업을 하면 그후 헤드헌터의 연락, 면접 제의가 심심찮게 들어온다. 그만큼 이직, 해고가 많은 동시에 job opportunity 많다는 뜻이다. 홍콩에서 첫 취업이 금방 되면 좋겠지만, 오래 걸려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일단 첫 취업이 되면 그 다음에 더 좋은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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