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by 김소영

입원일이다. 내일은 수능 날이자, 나의 수술 날이다. 창문 밖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는 바쁘고, 병동의 간호사는 바뀐 적이 없다. 7월에도 11월에도 세상은 바뀐 적 없이 흐르지만, 교복 입은 아이들만큼이나 쿵쿵 거리는 나의 마음은 침착할 생각이 없다. 철학자 김진영은 기록은 사랑이라 했다. 나의 기록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사랑이 아닐 이유는 없다. 사랑이기 위해서 최대한 고운 말을 고른다. 지금은 살피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을 살피고, 주변을 살피고, 무엇보다 기도함으로 구도자의 삶을 살핀다. 사랑은 희망이라 했기에, 희망을 쓰려고 노력한다. 잘 그려지지 않고, 잘 써지지 않는 것은 계속 그리고, 계속 써야 한다. 긍정 회로를 돌리는 나의 뇌가 절대 쉬지 않도록 기록을 멈추지 않는다. 희망은 청구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 구제금처럼 나를 보살피고 살리지만, 구하지 않으면 희망 따윈 없다.

내일은 많은 기도가 있을 것이다. 학업도 병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희망 딱 거기까지.


결단의 날이지만, 웃으면서 맞을 수 있기를!




지지 않는 꽃에 대해 썼었다

마음에서 영영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해를 사는 것은

보살핌이 필요하고

사랑을 먹고 자란다

꽃이 지지 않는 것은

삶에서 영영 지지 않는 것은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두려워 말자

꽃은 져도 지지 않는다


이전 03화보호자도 없으면서 암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