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밀어버리고
샴푸는 잘못이 없다
버려지는 것의 이유가 있는 것은 많지 않기에
쓸모를 운운할 때부터
다시 찾을 이유는 영영 멀다
다만 닦지 않아도 깨끗하고
씻어 내지 않아도 남은 것이 없어
작은 까끌거림만이 만져질 뿐이다
괜스레 있던 자리를
만지다가 만지다가
상처 난 귓불을 매만진다
남은 상처는 그뿐이다
후드득 검게 생을 다하던 머리칼과
후드득 맑게 마지막을 보내주던 샴푸 사이에
작별은 만남을 얘기했다
처음부터 있었던 것의 빈자리는
갓난아이의 마음자리를 만들지만
채워지지 않고 결코
살아갈 수 없음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죽은 적 없는 생명력으로
다시 자라날 것이다
사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