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꺼졌다. 꺼트렸다는 편이 맞겠지. 소통하지 않는 것은 의지가 필요한 일이야. 마치 탁구를 칠 때 나는 네가 없으면 탁구를 칠 수 없지. 결코 혼자일 수 없는 것은 계속 둘이고자 하는 것은 욕심이 틀림없는데 나는 왜 토라진 아이처럼 네 뒤를 쫓으면서도 눈 맞추지는 않는 것인지. 코로나 이후로 줄곧 나는 핸드폰을 꺼트리고 있어. 가라앉는 기분은 숨 막히지만, 가라앉히는 기분은 쾌감이 들지. 그렇게 나를 심연에 가라앉히길 여러 번 나는 질식하기 직전이 되었어. 전부 이렇게 혼자 죽어갈지도 몰라. 내가 한 것인데 나를 독립시키고, 혼자 서기를 무한히 추구하며, 나는 네 곁을 떠났는데, 나는 왜 아무리 노력해도 외로운 걸까. 틀림없이 나는 네게 연락이 왔기를 고대하며 핸드폰을 켤 거야. 그러나 넌 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겠지. 결국 나는 이렇게나 바보 같아서 삶에 서툴러서 힘이 드는 거겠지. 그런데 말이야, 꺼진 핸드폰을 쥐고 만나자, 우리. 일부러 꺼트린 세상을 뒤로하고, 둘이 서 커피라도 마시면, 취하지 않아도 눈 맞출 수 있을 거야. 그럼 죽지 않고, 살겠지. 가끔 외로워도 우린 일부러 사랑하고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