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서울에 가면
신발을 벗고 전철에 타라 하셨다
그때 처음 눈치를 보았다
어른되는 문을 열고 타니
퀴퀴한 냄새가 낫다
이상하리만큼 많은
신발을 벗는 이들이 생겨
어려운 이름의 문이 하나 더 생겼다
어른되는 문은 갈수록 많아져
꾀죄죄한 얼굴이 낫다
싶었다
4-2 정류장이 아니면
들고 나는 것은
사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었지만
나는 1-1에 멀찌감치 서있고 싶어
긴 시간 문들을 지나쳤다
내려야 할 때 내리지 못하고
타야 할 때 타지 못하여
끝내 갖지 못한 많은 것을
끝끝내 잃었을 때
초록색 의자에 걸터앉아 울었다
사랑을 잃고 쓰지 못한
직장을 잃을 때까지 하지 못한
숱한 청춘을
같은 옷 같은 가방을 멘
스치는 인연들에게
두고 내렸다
더는 서울에 가지 않는다
순엉터리 거짓말,
신발을 벗고 2호선을 타야 했던 나는
놓고만 내리던 그 숱한 문들에
다시 오르지 않으련다
출구는 이쪽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