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nah Aug 10. 2021

엄마가 사라졌다

사라진 미츠코

엄마가 사라졌다                                                                                                                                          미츠코는 어린이집 엄마들 중 단연 젊었다. 짧은 커트 머리에 마스크가 얼굴의 절반을 가렸지만, 말갛고 생기 있는 피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내가 아이를 데려다주는 시간보다 살짝 앞선 시간에 아이를 맡기는 미츠코는 자주 마주치진 않았지만, 말을 걸고 싶은 인상이었다. 유독 다문화 가정이 많은 우리 동네에 우리 어린이 집이라 그런지 엄마들 사이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잘 다니는 듯했다. 가끔 내가 아이를 일찍 보내는 날에 ‘이따랏샤이’ 하고 당당하게 일본어로 말하고 돌아서는 미츠코를 보고 나는 남몰래 대견해하고 있었다. 그런 동경의 마음과는 달리, 2년이 지나도록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어린이집 키즈노트에 이상한 글 하나가 올라왔다.  


<열매반 유이 학생이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갑니다. 이 시국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원장 올림>


이토록 개인적인 글이 공지사항에 올라온 것을 보고, 엄마들 단톡 방에는 여러 추측성 글들이 올라왔다. 지난번 시현이 때처럼 이혼을 했다는 둥, 미국에 있는 아빠가 아프다는 둥, 그럼 동생 유진은 왜 얘기가 없냐는 둥, 분명 이혼을 한 게 틀림없다는 둥… 여러 둥둥 떠다니는 이야기들이 난무했지만, 어느 것 하나 신빙성은 없어 보였다. 그러다 짧게 한마디 올라온 지수 엄마의 글에 단톡 방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 미츠코가 사라졌대- 이게 무슨 말인가. 애가 둘인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어디로? 나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지수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연락처를 뒤졌지만, 번호는 없었다. 음성 통화를 걸 수도 없고, 다급하게 아랫집 사는 수진이네 전화를 걸어 지수 엄마 번호를 물었다. 수진 언니는 어차피 통화 중일 테니 걸지 말라면서, 미츠코가 말도 없이 사라졌고, 지수 엄마도 아는 것이 그뿐이라고 했다. 안달이 났다. 이마에 상처 난 곳을 연신 긁다가 피가 났고, 며칠을 고민하다 급기야 등원을 맞아주는 선생님께 묻고야 말았다.

 

 - 선생님, 혹시 유진이는 같이 안 가나요?

 - 유진이는 일본에서 할머니가 오셔서 조금 있다가 간다고 하네요

 - 왜죠?


- 뭐래?

 - 유진이 할머니가 오셔서 유진이는 천천히 간대

 - 왜?

- 몰라, 아빠가 둘을 못 데려가서 그런 거 아닐까?

- 그러네, 맞네, 그래서 미츠코는?  


 목소리를 낮춘다고 낮추었는데도 미츠코라는 소리는 주변의 모든 귀를 끌어 모았다. 어느새 대여섯이 모여 있는 듯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지수 엄마의 코가 쑥 들어왔다. 아이고 놀라라. 엄마들은 뭐 하는 거냐며 질색을 하며 흩어졌다. 지수 엄마는 미츠코와 친하게 지낸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뭐라도 들킨 것처럼 놀라 흩어진 것이었다. 나는 자리를 뜨지 않고, 별일 아니라는 투로 물었다. – 유이 엄마한테 연락은 없었나요?- 그랬더니 금세 상처 받은 어린애 마냥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리는 말로 그때 내가 말렸어야 했다는 말을 했다. 놓칠 수 없지. 나는 주차장 쪽으로 지수 엄마를 끌고 가서 여긴 안전하니 아는 것을 말해보라면서 취조를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구독과 좋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