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x와 타크로스 캡슐, 그리고 별사탕

지구인으로서 오늘 하루의 삶도 충실히 살았음을 감사하면서

by 이생

어제 mtx 6알을 먹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복용하는데, 먹은 후에는 손가락 관절이 물렁물렁해지는 기분이다. mtx는 지난주의 통증을 눈에 띄게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지난주에 다리오금 쪽이 뻐근했다면, 그 뻐근함이 조금씩 완화되는 느낌이 든다. 그 작은 알약에 대한 부작용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 약물이 내게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처방받은 약을 최대한 충실히 먹기 위해 노력한다. 류마티스 초기에는 약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고, 지금은 증상이 많이 완화되었지만, 이 틈을 타서 다시 류마티스 염증이 활성화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mtx는 탈모 및 설사, 구내염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하는데, 인터넷에서 mtx가 세포와 피부를 손상시킨다는 내용도 접한 적이 있다. mtx는 단백 합성을 저해하는 항암제로 다양한 암종에 사용된다는 인식이 있어서 류마티스 환자들 중, mtx를 빼고 다른 약들만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앓고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만성 염증 질환이기 때문에 염증을 가라앉히지 못하면, 뼈와 관절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 류마티스는 다시 염증이 활성화되면 가라앉히는데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지난 1월 매치론정 2mg을 두 달간 복용하지 않은 대가로 약 3개월 동안 찾아온 통증을 가라앉히느라 약을 줄이지 못하고 복용하지 않았던 약을 더 오랫동안 복용해야 했다. 봉침도 열심히 맞고, 음식도 조절해 봤지만 내가 쉽게 다스릴 수 없었다. 결국 네 번째 손바닥 마디의 관절은 뼈에까지 염증이 침범할 위기에 놓였었다. 급하게 다시 매치론정 2mg을 3개월 동안 복용했고, 손가락과 손바닥 관절 두 군데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지금은 4개월이 지나가고 있고, 수치상 염증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손가락도 잘못 보면, 아주 정상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지금은 매치론정 4mg 짜리 반알(2mg)과 1mg짜리 한 알을 번갈아 가면서 먹고 있다. 사실 매치론정 2mg을 먹을 때, 머리가 더 많이 빠졌는데, 1mg을 더 줄인 덕분인지 머리카락이 덜 빠진다. 염증이 심했던 올봄에는 고기류도 엄격히 제한했는데, 지금은 섭취하는 음식이 염증을 활성화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먹는다. 그래도 야채와 과일류를 많이 섭취하고 있다. 먹고 남은 약들이 몸에 축적되지 않고 배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도 자주 마시고, 토마토와 블루베리, 삶은 단호박과 브로콜리를 넣고 갈아 마시기도 한다.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다른 계절보다 저렴한 계절인 것이 감사할 뿐이다.


지난 주말에는 친정에 다녀왔는데, 나이가 들수록 친정에서 돌아오는 길이 마음 편치 못할 때가 많다. 엄마의 허리는 다행히 많이 좋아지셨지만, 여러 가지로 더 보살펴 드리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엄마를 많이 챙겨 드려야 하는데, 아픈 내 몸을 좀 더 덜 아픈 쪽으로 유지하느라 엄마를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하는 내가 한없이 보잘것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저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태어났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 의심하기도 한다. 또 다른 계획을 세울 때, 그래서 자꾸 주저앉게 된다. 류마티스 만성 염증은 관절과 뼈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그럴 때마다 복식호흡을 하고, 맨발걷기를 하며, 왕쑥뜸을 뜬다. 그저 숨을 쉴 수 있고, 1년 전에 비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으며, 쑥뜸을 뜨면서 그 온기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서기 위해서이다.


식후에 사탕을 까먹듯 약을 먹는다. 그것도 별사탕 같은 사이즈의 많은 약들을. 하지만, 그 약들의 호전 반응은 한 달, 혹은 두 달 후에 아주 천천히 나타난다. 그 이유는 하루 복용하는 약들은 그날의 염증만을 가라앉히기에도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해 볼 때, 내 몸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염증들이 매일 열심히도 만들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끔 선생님이 약을 어떻게 처방하실까 혼자 계산하기도 한다. 지금 처방받은 많은 약들을 내 속으로 밀어 넣은 후, 9월 말에 병원에 들러서 다행히 염증 수치가 안정화된다면, 9월 말에는 매일 1mg의 매치론정을 먹다가 3개월 후인 12월에 하루는 1mg, 다음 날은 0.5mg 복용할 것이고, 다음 해인 2026년 3월쯤이면, 0.5mg을 복용하다가 6월엔 0.5mg, 다음 날은 복용하지 않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고, 6월쯤이면 매치론정을 끊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약을 잘 복용하고, 내 몸이 더 이상의 염증 활성화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에 해당한다. 부디 다음 해에라도 빙산 아래에 잠재되어 있는 염증들도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1년 전, 8mg을 복용하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감사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류마티스 염증은 언제나 틈을 노리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늘 긴장하면서 살 필요도 없는 듯하다. 그것이 내 몸에 더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며, 그렇게 되면 나 스스로도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햇살이 너무 뜨겁지만, 오전이나 오후 6시만 되면 맨발걷기에 좋은 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무더워서 지치기도 하지만, 빨래를 널면 뽀송하게 잘 마른다.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힘든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맨발걷기를 하는 곳에 지렁이가 자꾸 말라죽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한 번은 지렁이가 살아서 꿈틀대는데 분명 황토에 있으면 죽을 것이 뻔해서 흙과 함께 모종삽으로 퍼서 이동하려는데 지렁이가 꿈틀거려서 데크에 떨어졌다. 조금만 지체하면 화상을 입을 것 같아서 호수로 물을 싸서 데크 아래 시원한 땅으로 떨어지게 했다. 아들은 지렁이는 손으로 만져도 화상을 입는데 데크에 떨어졌으니 죽었을지 모른다고 했지만, 분명 시원한 물줄기와 데크 아래의 시원한 땅으로 돌아갔으니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몰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지렁이는 체온 조절 능력이 없어 인간의 온도에 민감하지 않다고 하니, 데크에 잠시 떨어졌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렁이가 잘 살아있는 상상을 했다. 지렁이는 눈이 존재하지 않아 자신을 들어 올렸으니 얼마나 순간 두려워했을까 생각했다. 들고 가면서 부디 텃밭까지 가만히 있기를 바랐지만,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만 이루어지지 않기에 그 순간에 최대한 좋은 방안을 생각해 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주 가늘고 귀여웠던 여치가 어느새 손가락 하나만큼 자라서 토마토 밭 주위를 뛰어다닌다. 이 더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나고 귀뚜라미가 찾아올 것 같다.


주말에 친정에서 요리를 조금 하느라 손가락이 지난주보다 조금 부었는데, 오늘 저녁 식사 후, 타크로스 캡슐 두 알을 먹고,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해가 어둑해질 무렵 걷다 보면, 분명 내 손가락을 조금 더 가라앉혀 줄 것이다. 타크로스 캡슐은 별사탕 두 개를 붙여 놓은 듯 길쭉한 모양인데, 별사탕 네 개를 먹는다고 생각하면서 먹어야겠다. 그리고 지구를 걸어봐야겠다. 지구인으로서 오늘 하루의 삶도 충실히 살았음을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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