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우리 뇌의 해석일 뿐이지 실재하지 않는 것
오늘은 밀린 집안일을 정리했다. 류마티스로 손가락이 아파진 이후로는 스스로에게 조금 게을러져도 괜찮다고 말해왔지만, 오늘은 밥도 챙겨 먹고 가볍게 운동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힐 겸 청소를 핑계로 몸을 움직였다.
때로는 집안일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깨끗하게 치워진 집을 보면 내 마음도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마침 오랜만에 비가 내렸고, 집안에 있는 행운목과 금전수를 밖에 두고 비를 맞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손의 힘이 필요한 관계로 그냥 물 한잔씩만 주었다.
지난주에는 무거운 도자기 우동 그릇과 유리볼을 버리고, 가벼운 스테인리스 냉면기를 샀다. 프라이팬 역시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너무 무거워서 반품할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과 손목의 힘을 가능한 아껴야 한다.
오른쪽 손가락의 부기가 약으로 인해 많이 가라앉았지만, 아직 내 관절은 강력 본드로 붙여 놓은 정도가 아니라 글루건으로 살짝 붙은 것처럼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그래도 식사 준비와 다른 것들을 하는 것엔 무리가 없지만, 그래도 가급적 조심하려고 애쓴다. 더욱이 지난번보다 매치론정 1mg을 이틀에 한 번 정도 더 줄였기 때문에 당분간 몸이 1mg 없이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어야 한다.
사실 오늘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문득 올라오는 불안 때문이기도 했다. 갑상선 검진과 류마티스 내과를 다녀온 이후로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8월 말에 있을 건강검진으로 가끔 불안한 마음이 밀려오곤 한다.
예전에 알던 나와 동갑인 선생님은 이번 검진으로 암 직전 단계로 발견되어 시술을 했다고 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검진에서 발견된 것은 다행이지."
이렇게 말하면서 선생님은 웃었다.
"남편이 나한테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 나한테 하도 신경질을 내서 병이 걸린 거래."
그러면서 더 크게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검진에서 무엇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모른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사실 잠들기도 힘들다. 무서운 상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씩씩하게 이겨내려고 애쓰는 선생님이 고마웠고, 나중에 만나면 맛있는 밥을 사주기로 했다.
나의 경우, 갑상선암 진단 이후로 내 몸에서 이상한 것들이 발견될까 봐 간단한 검진만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꼼꼼히 해보려고 한다. 사실 고민도 많았지만, 내 속에 떠오르는 불안이 확실하지 않은 나의 건강상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불안을 야기시키는 원인을 해소하기로 마음먹었다. (간절히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면서)
"만약 당신이 마음이 우울하다면, 당신은 과거에 사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불안하다면, 당신은 미래에 사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평온하다면, 당신은 현재를 사는 것이다."
<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치우자, 장신웨>
언어와 스토리텔링이 현대인의 걱정을 덜어내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연구해 온 작가는 '트라우마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망가뜨려 우리를 생명의 폐허에 가두지만 사랑과 상상력은 이 폐허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도록 돕는다.'라고 적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의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했고, 내 나름대로의 해결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나를 더 아프게 했던 행동이었는지 깨달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불쾌한 기분을 신체화 증상으로 대체한다. 요컨대 잠재의식을 억누르는 심리적 목적을 신체화로 달성하는 것이다. 지지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은 신체 여러 곳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등과 목에 문제가 올 수도 있다. 깊은 정서적 단절감과 절망감은 혈액 관련 질병을 유발하기도 하고 무력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면역 체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경우, 갑상선암으로 인해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한 무력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것 또한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죽음의 공포는, 자녀들을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한 채 나의 삶을 마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공포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10년 전, 나는 지금처럼 갑상선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때 당시 첫째는 초등학교 4학년, 둘째는 5살이었다. 그리고 내가 갑상선암을 진단받기 몇 개월 전, 아버지는 담도암 판정을 받으셨고, 1년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갑자기 찾아온 삶의 무게와 두려움이 내 일상을 덮쳤던 시기였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난 운동을 시작했고, 다시 삶을 일으켰다. 아버지가 바라는 삶이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운동을 하면서 싸이의 <Dream>을 참 많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던 시기이기도 했다.
별 것 아니지만, 매일 반복하는 루틴과 청소, 책 읽기, 그리고 글쓰기가 내 삶을 건져 올려 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물론 문득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오지만, 마음껏 폐 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쾌한 공기가 있다는 것, 밤하늘 별은 언제나 아름답다는 것, 귀뚜라미는 올해도 역시 다정히 내 창가에 찾아와 줌으로써 불안을 떨치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치우자>의 작가는 감정 글쓰기가 면역 기능 강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면서,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적극적으로 글을 쓰기를 권하고 있다. 나도 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상처들을 글쓰기에 녹여 감정을 극복해 가야겠다.
오늘 맨발 걷기를 하면서 들었던 명상 수업에서 고통으로 이끄는 것은 감정이며, 감정은 우리 뇌의 해석일 뿐이지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실재하지 않는 감정을 실재라고 착각하는 삶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