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샌드위치 한 조각, 따뜻한 라면 한 그릇

by 이생

어제 mtx 6알과 다른 류마티스 약을 먹었다. 늘 그렇듯이 아침, 저녁으로 맨발걷기를 40분에서 1시간씩 한다. 그리고 9월에 있을 류마티스 진료를 위해 가급적 손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애썼다. 방학 기간 대학생인 아들이 내려와 식기세척기에 그릇 넣어주는 일을 포함하여 다른 일들을 많이 도와준 덕분에 손가락을 그나마 충분히 쉬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주에 직장 건강검진을 예약해서 그전에 먹는 것을 조절해야 했다. 올해에는 다른 검사들을 추가해서 받는 관계로 여러 가지로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럴 때면, 맨발걷기를 하거나 명상 앱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을 듣곤 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도 했다. 불안한 마음이 지속되지 않도록 애썼다. 검사가 끝날 때까지 억지로 그 마음들을 차단할 수는 없었지만, 흘려보낼 수는 있었다. 그리고 괜찮을 거라고 나를 설득했고, 혹시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가장 빨리 발견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마음먹었다. 불안한 마음이 찾아드는 것은, 병을 얻게 되면서 마음이 약해진 탓이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을 자신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생각이 찾아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그저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검사를 앞두고, 일주일간 음식 조절을 하면서 이상하게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다. 라면과 샌드위치였다. 평소에 특별히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조심하려고 애썼던 음식들이었다. 검사가 끝나면 라면 한 그릇 맛있게 끓여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맛있는 샌드위치도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치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는 음식들처럼 이상하게 간절한 생각이 드는 동시에 평소에 라면 한 그릇 먹는 일에도 내가 얼마나 큰 부담을 갖고 살아왔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검사를 끝내고 며칠이 지나서 라면을 끓여서 반 그릇 정도 먹었다. 막상 먹으려고 보니, 검사 전만큼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으며, 반 그릇 정도만 먹어도먹고 싶었던 욕구가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간절했던 음식을 먹어본 감정을 기억해 두었다. 검사 전부터 죽을 포함하여, 두부, 감자, 맑은 국물을 먹다 보니 아무래도 영양 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검사 후에 나도 모르게 음식 절제가 충분하지 못했고, 아들을 기숙사에 데려다주며, 가족과 함께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하면서 먹은 음식들로 어제, 오늘 평소보다 손가락이 조금 더 부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9월 1일, 다시 내 몸을 회복시킬 수 있는 음식들로 채워가야겠다. 9월 말일 경, 류마티스 정기검진일이다. 매치론정 1mg을 더 줄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좀 더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먹도록 노력해야겠다. 검진 후의 음식의 일탈은 충분했기에.


어젯밤엔 아주 살짝 비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조금은 선선했다. 밤에 화장실에 귀뚜라미가 들어와서 휴지로 잡아서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귀뚜라미며, 메뚜기며, 방아깨비도 많이 뛰어다니는 계절이다. 그리고 이틀 전에는 가족들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마당에 작지만 선명한 불빛이 떠다니고 있었다. 반딧불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귀여운 반딧불이었다. 처음에 반딧불이를 본 것은 대학교 때 방언 조사로 해남 땅끝마을에 갔을 때였다. 세상엔 참 아름다운 풍경이 많다는 것을 느꼈었던 것 같다.

지난번에는 맨발걷기를 하다가 마당에 있는 메리골드 줄기에 방아깨비 두 마리가 같이 뛰어다니고 있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찍힌 눈이 너무 귀여웠다. 둘이 크기가 달라서 부모와 자식 사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넷에 물어보니, 방아깨비는 알을 낳고 그곳을 떠난다고 한다. 그러니 부모와 자식 사이는 아니고, 형제나 이웃 친구 정도일 것이라고 하는 답변을 보고, 곤충의 세계가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귀여운 눈을 가진, 두 방아깨비가 이 가을을 행복하고 평안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


벌써 올해도 9월에 접어들었다.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간다. 앞으로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갈 것이다. 그때의 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의 구절이 떠오른다.


-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즐거운 편지> 中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소중한 순간들이 밤하늘의 별빛처럼 찬란하게 빛날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오늘도 참으로 감사한 하루임을 깨닫는다. 정말 간절한 것은, 화려함에 있지 않다는 것을. 때론 맛있는 샌드위치 한 조각, 따뜻한 라면 한 그릇처럼 평범해 보이는 것들 속에야말로 진짜 행복이 숨겨져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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