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으로 햇빛을 마주하는 것
오늘, 파상풍 주사를 맞았다. 파상풍 주사는 10년마다 맞아야 하는데, 7월에 대상포진 2차를 맞은 관계로 한 달 이후에 맞게 되었다. 파상풍 주사에는 백일해와 디프테리아 예방 성분까지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직장에 지각 신청을 하고, 병원을 방문해서 기다리는데 몸이 불편하신 어른들이 많았다. 한 분은 얼마 전 쓸개를 떼어내셨는데, 기운이 너무 없고 몸이 힘들다고 하셨다. 진료실이 문이 열려 있어 진료 내용이 들려왔는데, 의사 선생님은 진료를 보러 오시는 환자분들한테 운동을 하는지 체크하셨다. 누워만 있으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근육을 기를 것을 당부하셨다.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 책상 위에 내 손바닥 만한 작은 통에 담겨 있는 과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샤인머스캣 몇 알, 사과 몇 조각 등 과하지 않은 양의 과일들을 보면서 선생님이 얼마나 건강을 위해 노력하시는지 알 수 있었다. 진료를 끝내고 주사실에서 예방접종을 맞고, 5분 정도 경과를 지켜본 후 출근했다.
사실, 파상풍 주사를 평생 1회만 맞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그리고 사실 걸릴 확률이 많지 않지만, 파상풍은 굉장히 무서운 질병이라는 것을 알기에 10년 주기로 잊지 않고 맞으려고 노력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수업을 마치고 반장과 함께 학교에 오지 않은 친구네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알고 보니 그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것이다. 그때 파상풍이라는 질병의 이름이 너무 낯설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난 친구네 집으로 가면서 무언가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는지, 지우개를 포장해서 가져갔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를 잃은 친구의 슬픔에 지우개는 어울리지 않는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파상풍은 흔히 녹슨 칼이나 못으로 인한 상처에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흙이나 분변으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나의 경우는 매일 맨발 걷기를 하면서 피부과 흙이 직접적으로 접촉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복용하는 약 때문에 감염에도 주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일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약을 먹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약통에 있는 약을 손바닥에 덜고 물로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제대로 먹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는 순간이 있다.
일어나서 공복에 먹는 약, 그리고 아침과 저녁에 먹는 약이 다른데, 때로는 아침에 저녁 약을 먹을 때가 아주 가끔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중, 일요일에 가장 많은 알약을 먹는데, 아침 식후에 매치론정, 라페졸정, 쎄레브이캡슐, 신일폴산정, mtx(메토트렉세이트정) 6알을 복용한다.
약은 식사가 끝난 후, 바로 이어서 먹는다. 그래야 위에 부담이 덜 된다고 약사님이 말씀해 주셨다.
2주 후면, 류마티스 진료일이 다가온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오른쪽 다리오금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예전의 불편함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단지 오른쪽 손가락 두 군데가 조금 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3개월 전보다 훨씬 편해졌는데, 피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오른쪽 손의 부기가 완전하지 않은 관계로 손가락에 부담이 되는 일들은 되도록 많이 피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연히 3주 전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게 됐는데, 사실 왼쪽 손가락을 많이 쓸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오른손으로 활을 잡는 것이 더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연습은 많이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완전 초보지만, 조금씩 연주를 해나가는 일이 그냥 재밌게 느껴진다. 오히려 나이 들어서 재미있어지는 것들이 많아진다. 사실 캐릭터 그리는 것도 배워서 동화책에 내가 그린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지난주에는 학교 아이들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왔다. 공연을 보면서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연습을 했을까 생각했다. 무엇이든 잘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제2의 직업에 대해 고민도 해보고, 다른 자격증에도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의 연장선에 제2의 직업이 있을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정교하게 다듬다 보면, 그것이 또 다른 직업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깊이 있게 읽어가고, 내가 해 왔던 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은 찾아오게 마련이지만, 그 순간마다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배우고 그 속에서도 찬란한 희망을 꿈꾸며 의미 있는 삶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일. 그것이 삶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 헤세는 안질환과 류머티즘, 관절염에 시달렸다. 정신적인 건강 문제도 그를 괴롭혔다. 어린 시절에는 자살 충동을 느꼈고, 그 뒤로도 우울증을 앓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심리 치료와 상담을 받았다.
<헤르만 헤세와 인생 산책, 김이섭 편역>
앞의 책에서 헤세는 '세상과 인생을 사랑하는 것,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는 것, 감사하는 마음으로 햇빛을 마주하는 것, 슬픔 가운데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것, 진정한 시학에 담긴 이러한 가르침은 결코 퇴색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헤세의 삶에 대한 통찰력과 오늘 진료실 밖으로 들려오던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포함하여 균형 잡힌 식사를 하도록 노력하며,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평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쉼 명상을 잘 챙기면서 또다시 힘내어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