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만난 지 8년 만에 우리는 결혼을 했다
세상엔 참 어려운 일이 많다.
하지만, 어려운 일일 뿐이지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포기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대부분의 어려운 일이란,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는 것뿐이다.
결국,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도서관에서 만난 지 8년 만에 우리는 결혼을 했다.
난, 대학을 졸업하고 꿈에 그리던 라디오 구성작가가 되었지만,
2년이 다 되어 갈 즈음에 그만두고, 임용고시를 본 후 교사가 되었다.
라디오 구성작가의 삶도 좋았지만,
내가 쓴 글들이 공기 중에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던 어느 날
갑자기 허무한 생각이 밀려왔고,
야간 방송으로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에 조금은 지쳤던 것 같다.
하지만, 젊은 시절 음반실에서 음악을 충분히 듣고, 음반 정리를 하고(지금은 물론 음악파일로 하겠지만)
청취자들의 사연을 정리하고, 오프닝을 썼던 그 시간들이
참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결혼 후에 각자 다른 지역에서 근무를 하다가
내가 남편이 있는 지역으로 오게 되었고,
2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자연인 이곳이
지금은 너무 좋지만,
21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밤이 되어 창을 열면,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비디오 테잎을 빌려주는 비디오 가게가 한 곳 있었고,
돈가스를 먹을 수 있는 곳도 한 곳 밖에 없었다.
그런데, 21년이 지난 지금은
작은 영화관이 생겼고, 뮤지컬을 공연할 수 있는 센터도 생겼으며,
길도 좋아지고, 다른 시설도 늘어났다.
아직까지 소아과와 이비인후과, 그리고 안과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고향집에서 자란 시간만큼
이곳에서 살아왔다.
첫째는 벌써 21살이 되었고, 내년 9월이면 군에 입대한다.
둘째는 15살이 되었고, 한창 사춘기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이곳에서의 어둠이
아이들을 성장시켰고, 나에게 인내의 값을 알려 주었으며,
우리 가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없던 것이 아니라,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심리적 여유와 편안함이 있었던 것 같다.
멀리 보면 보이지 않는 수없이 많은 곤충들이
이제야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고,
어떤 화려한 조명보다 반딧불이의 그 작은 불빛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마음을 얼마나 환하게 비추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추운 겨우내 찬바람을 간직하다가
비로소 봄이 되었을 때, 수없이 많은 싹들이
나무가 되고, 나물이 되어, 곤충들의 안식처가 되고, 먹거리가 되는지
이곳에 처음에 왔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지금 같은 계절엔 귀뚜라미와 풀벌레 소리를 들어야만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는 행복한 습관마저 생겼다.
불편한 점도 많지만,
세상엔 우리에게 늘 완벽한 세트 같은 환경을 선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편함 속에 찾아드는 평온함도 있음을,
그리고 발견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7665일,
183960시간이
이곳에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