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찾아오려나 보다

르느와르, 나, 그리고 류마티스 관절염

by 이생

2주 전에 류마티스 내과를 방문했다. 원래는 12월 중순에 진료일이 잡혀 있는데, 오른쪽 가운뎃 손가락의 관절이 부은 상태가 지속되어 약을 조정해야 할 것 같아 방문했다. 선생님은 매치론정 2mg을 2주간 먹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2주간 매치론정을 복용했는데, 붓기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고, 더 부어오르는 것이 중단된 상태처럼 보인다. 아직 네 번째 손바닥 마디쪽 관절도 아침에 일어나면 약간 뻣뻣한 느낌이 든다. 다행히 다른 부위의 통증은 나타나지 않아서 다행히 큰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오늘은 병원에 다녀온 지 2주가 지나서 오늘부터는 매치론정 1mg을 먹고, mtx 6알도 먹었다. 오전 11시쯤 마당에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어 옷을 따뜻하게 입고 맨발걷기를 하러 나갔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맨발걷기를 거의 못하고 지냈다. 어제와 오늘, 이번 주에는 그나마 맨발걷기를 두 번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맨발걷기를 하는데, 우리집에 자주 오는 고양이가 계속 주위를 서성거렸고, 배가 고팠는지 딸이 가져온 멸치와 물에 헹궈온 햄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덕분에 딸과 나도 햇빛을 쬐면서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 나에게 딸이 묻는다.

"엄마, 왜 혼자 웃고 있어요?"

딸과 산책했던 일을 회상하는 일이 내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은 것 같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진 것 같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뇌과학자인 다이애나 타미르와 제이슨 미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쾌감을 느낀다. 뇌에서 쾌감과 관련된 부위인 측좌핵과 복측피개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남과 공유하지 않고 혼자 생각하기만 해도 두 영역은 활성화됐다.

<저속노화 마인드셋>, 정회원

심지어 내가 지금 쓰는 글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글이니 나의 뇌 두 영역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하니 감사할 뿐이다.


정말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다. 사실 글을 엄청 쓰고 싶었는데, 소설 공모전에 응모할 글을 쓰느라 간신히 참고 있었다. 지난 주에 부족하지만 간신히 마무리지어서 우체국에 가서 부쳤다. 당연히 떨어질테지만, 그래도 결과가 나올 때가지 마치 당선될 것 같은 기분 좋은 희망고문을 스스로 하게 된다. 그것보다 가끔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소설을 총 세 편 썼는데, 대학교 소설 창작반에 있을 때 1편을 쓰고, 브런치에 1편,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이다. 많이 부족하지만, 무언가를 써나가는 것이 내게는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진통제 같은 역할을 한다.

<류마티스 치유과정기>를 쓰게 된 것도 그 힘든 시간을 버티기 위함이었다.


처음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았을 때, 오른쪽 턱관절은 뒤틀린 것처럼 씹을 때마다 아팠고, 오른쪽 귀도 잘 안 들렸으며, 서혜부 통증, 다리오금, 발바닥, 엄지 발가락, 손가락 등 엄청난 통증이 나를 공격했다. 10분이라도 앉아 있다가 일어서면, 절뚝거리면서 걸어야 했고, 발바닥 통증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그때 진단하셨던 선생님은 내게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더라도 한 달이 지나서야 약효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달이라는 시간을 버텨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날의 통증과 감정의 기록.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은, 힘든 하루의 여정을 기록하는데도 글을 마칠 때쯤이면, 희망을 품게 되었고 뿌듯함이 찾아왔다. 아프고 힘들어서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내가 엄청 위대한 일을 해낸 것 같은 심한 착각들이 들 정도였는데, 그 힘이 나를 견딜 수 있게 해 주었다.


2주 전, 병원에 방문한 후,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중인 르느와르와 폴 세잔의 그림을 관람했는데, 큐레이터 분의 설명을 듣던 중, 르느와르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았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침마다 부인이 굳어있는 손가락을 마사지로 풀어주고, 붓을 쥐어 주었다고 한다.

그 굳어있는 손가락의 통증,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고통이었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스테로이드제도 없었을테니 고스란히 그 고통속에서 살아내야 했던 르느와르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류마티스 고통의 완화를 위해 좀 더 따뜻한 남부지방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런 이유로 그의 그림의 색채가 붉은 계열의 색상이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 고통스런 삶 속에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들이 탄생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류마티스 환자들에겐 비가 오는 날과 겨울철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번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약 한달 전에 심은 곰보배추는 더 성장하지 않고, 그 상태로 겨울을 나서 봄이 되어 꽃이 필 모양이다. 그 모양 그대로 멈춘 듯하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곰보배추 차는 퇴근 후에 주전자에 끓여서 두 잔 정도 마시고 있다. 딸도 곰보배추차 맛이 구수하고 좋다고 해서 가족이 함께 마시고 있다.

가끔 증상이 호전이 없을 때면 방향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그럴 때면 1년 전의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그 시간들에 비하면, 지금은 참 감사하고 다행스런 일상임을 깨닫는다. 맨발걷기와 걷기 운동을 추위 때문에 못할 때면, 인터넷을 보면서 근력 강화 운동을 따라한다. 생각보다 꽤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위의 책에서 작가는 '사람들은 흔히 불편함을 피하려 하지만, 사실 불편함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를 활용하면 더 큰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복근을 자극하지 않고, 복근을 만들기는 힘들다. 그러니, 류마티스 완치를 위해 번거롭지만, 꾸준히 내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나뭇가지에 남은 마른 나뭇잎들이 바람이 불고, 새들이 날아오를 때마다 하나, 둘 떨어져 내린다.

이제 정말 겨울이 찾아오려나 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