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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압정 위에 앉아있다면

by 이생

일요일에 MTX 6알을 먹어서인지 이틀 동안 손가락 상태가 최상이었다. 부은 느낌도 거의 없었고, 그동안 워낙 부기가 오래가서 다른 손가락과 확연한 차이는 있었지만, 마치 평범한 내 손가락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약 효과가 사라진 것인지, 음식 때문인지 오늘 아침 손가락이 이틀 전보다 더 부어서 속상했다. 더욱이 오늘은 스테로이드를 반 알 복용하는 날이라 부기가 금방 빠지지 않고 오후 늦게야 가라앉겠지만, 그래도 통증이 없으니 다행이었다. 음식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오늘 급식 메뉴가 하필 우동과 새우튀김이었다.

정말 맛있는 메뉴지만, 밀가루 음식이 주된 요리로 나올 때는 약간 난감하다. 그렇다고 안 먹으면 퇴근까지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열심히 먹었다. 내 병의 원인이 꼭 밀가루 때문은 아니기에 즐겁게 생각하고 먹기로 했다. 아직 아침에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손가락 관절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의 나에겐 힘겹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당분간 급식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래도 튀김류나 밀가루 성분이 들어 있는 반찬은 최대한 적게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요즘 정독하고 있는 <면역의 배신>에서 글루텐과 우유 성분, 콩, 옥수수, 토마토 등이 관절의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사실 글루텐의 부정적인 효과는 익숙하게 알고 있으며, 우유에 관한 부정적인 평가와 긍정적인 평가는 워낙 다양하고 나에게 잘 맞지 않는 음식이어서 플레인 요구르트 정도만 섭취했지만, 콩과 토마토는 질병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음식들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주 섭취했던 음식이다.


토마토와 콩은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난 이후부터 6년 이상 섭취했던 음식들이다. 특히 콩은 서리태를 삶아 마와 함께 갈아 아침마다 섭취했으며, 토마토는 삶아서 식힌 후 블루베리와 같이 갈아서 텀블러에 담아 사무실에서 마셨었다.


지금은 둘 다 꾸준히 먹는 것을 멈추고 있다. 새로운 질병을 얻었다는 것은 기존에 내가 해 왔던 생활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흔히 질병을 얻게 되면 방송과 책에서 늘 자주 거론되는 음식이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이다. 이 세 가지 채소는 마치 기본 약재처럼 거론되는 음식 재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토마토와 콩이 관절에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충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가짓과에 속한 채소류인 감자, 가지, 고추 등도 관절염이 있을 경우 섭취를 줄여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내가 너무나 즐겨 먹었던 음식들이며 오늘 아침 식사에도 식탁에 올랐던 음식들이다. 건강을 잃고 난 후, 나름대로 좋다고 하는 음식들을 챙겨 먹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음식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체질인데 똑같이 적용하려고 했다는 것이 문제의 씨앗이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내가 관절염을 앓으며 섭취하는 음식들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먹지 말고, 먹은 만큼 쉬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콩과 토마토, 감자, 가지도 모두 훌륭한 식재료다. 하지만, 특정 식물을 꾸준히 지속해서 먹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나에 대한 자책을 멈추고 이 훌륭한 식재료들을 나에게 맞도록 현명하게 섭취해야겠다.

일주일에 양배추 한 통씩 사서 식사 때 살짝 데쳐서 쌈을 싸서 먹는데, 양배추에는 장누수 증후군을 치유하는 글루타민 성분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이것 또한 지나치지 않게 섭취해야겠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골고루 다양하게 섭취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생활. 이 패턴으로 가는 길이 가깝고도 먼 느낌이 들지만, 너무 심각하게 빠져들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내가 잘못하고 있었던 부분을 하나씩 제거하거나 변경하면서 생활하다 보면 길이 조금 더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압정 위에 앉아있다면, 고통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은 문제 해결법이 아니다. 해답은 그 압정을 찾아내서 제거하는 것이다.’


기능의학의 아버지 격인 시드니 베이커의 말처럼 나 또한 내 질병의 원인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의 압정을 찾아 하나씩 빼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원인을 찾기 전에 증상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고 증상들이 줄어들다 보면 내 몸속에서 발현되는 염증을 더 관리하기 쉬워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 몸속에서 나타나는 염증 반응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고 떠나게 되는 날이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다. 확실히 어제보다 전체적으로 내 몸이 더 부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차도가 생길 것이다. 한 달 후엔 아침에 일어나도 손가락이 부어 있지 않고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붓지도 않고 통증도 없는 원래의 손가락 상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 기념으로 손가락 사진을 하나 남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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