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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16. 2022

엄마 아빠 나는 자라고 있어요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54일째

8월 16일 화요일 맑음


둘째가 태어난 지 43일째, 어느덧 만 6주 차가 되었다. 오늘 새벽부터 밤에 잘 때까지 지난주에 비해서 현저히 순해지고 잠도 잘 자는 둘째를 보며 오늘만 같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첫째를 키울 때 참고했던 '원더 윅스'가 생각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는 폭풍의 시기였고 이번 주는 햇빛의 시기다.


이게 무엇이냐 하면 예전 일기에서 언급한 <삐뽀삐뽀119>만큼이나 육아 서적계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책인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나오는 내용이다. 이건  광고나 협찬도 아니고  책은 이미 글로벌 베스트셀러라 사실  홍보 따위도 필요 없다. 아무튼  책에 따르면 신생아에게는  10번의 '원더 위크' 찾아온다고 한다.  시기는 아기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신생아기에서 어떤 정신/감각적으로 급성장하면서 아기가  예민해지고 울고 보채서 부모가 힘들어지는 기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 주였던 5 차는 장기와 신진대사 기능이 발달감각이 예민해지는 시기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지난주에 보건소에서 둘째가 잘 자라고 있나 체크하기 위해 가정방문 상담을 했었다. 그때 신체 발달 측정도 했는데, 둘째는 키가 54cm에 몸무게가 4.3kg이었다. 태어날 때 키가 48cm에 몸무게가 2.7kg이었으니 약 한 달 만에 무려 키가 6cm나 크고 몸무게도 1.5배가 이상이 된 셈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성장을 하기 위해 그렇게 잠도 안 자고 뻐드등대고 하루 종일 끙끙거렸나 싶다. 다만 '원더 윅스'는 이런 신체적인 성장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에 초점을 둔 사이클에 가깝다. 말하자면 아기가 정신적인 급성장을 하며 성장통을 겪는 셈인데, 확실한 건 아기가 힘들면 부모도 그만큼 힘든 시기라는 거다.


그래도 이 '원더 윅스'의 존재를 생각하면 훨씬 할만해진다. 일단 아기가 갑자기 천사에서 작은 악마로 돌변해도 그게 원더 윅스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중요한 건 원더 윅스가 아닌 기간은 상대적으로 아기를 돌보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폭풍의 시기를 견딘 보상으로 햇빛의 시기도 찾아온다.


6주 차에 떠오른 햇빛을 맞아 나와 아내도 원래 휴직 시기에 계획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해 나가며 일상의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 같은 경우는 오늘처럼 새벽 수유 담당이었던 날에는 둘째가 6~7시쯤 먹고 다시 잘 때부터 아침잠을 충분히 잔다. 아빠를 닮아서 아침잠이 많은 거라서 그런지 이때 자는 잠이 내 입장에서도 제일 꿀맛이다. 대략 9시까지는 잘 수 있다. 그 이후로는 물론 둘째의 먹. 놀. 잠 사이클에 맞춰야 하지만 나름 아내와 내가 역할을 분담해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나에게 가장 규칙적으로 잡혀있는 것은 오전 10시 수영과 오후 4시 30분 첫째 하원이다. 그 외에는 설거지, 빨래, 요리, 청소, 분리수거 같은 집안일도 하고 시간 될 때마다 유튜브도 만든다. 한 번에 하나만 하기에 시간이 아까워서 티빙으로 드라마도 본다.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갤 때 아이패드로 옆에 틀어놓고 보는 거다. 지금은 <해피니스>와 <군검사 도베르만>을 보고 있다. 심지어 유튜브 만들 때도 단순 작업일 때는 한쪽 귀로는 드라마 듣는 이어폰, 한쪽 귀로는 영상 편집 소리 듣는 이어폰을 꽂고 동시에 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이것저것 좀 했다 싶어서 시계를 보면 금세 4시 반이 된다. 첫째 하원은 놀이터에서 한참 데리고 있어야 해서 주로 내가 담당이다. 아직 산후조리 중인 아내는 집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저녁 식사 이후로도 임무 분담이 착착이다. 최대한 각개전투로 1대 1 케어를 해야 편하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더 일사불란해졌다. 주로 아내가 첫째와 놀아주고 내가 집안일을 마무리하다가 가끔씩 크로스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내가 첫째를 재우고 내가 둘째를 재운다. 며칠 전부터는 호흡이 잘 맞아서 아주 이상적으로 둘 다 밤 10시쯤 재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 뒤론 짧지만 소중한 자유시간이다. 물론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젖병 설거지라든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일 이 브런치에 일기도 써야 한다.


여전히 복잡하고 피곤해 보이지만 적어도 어른들만이라도 불확실성을 이 정도로는 최소화해야 다시 8주 차쯤에 찾아올 다음 원더 윅스를 잘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느라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그리고 어쨌거나 신생아기 내내 '원더 윅스'가 아니라는 것만 해도 어디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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