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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18. 2022

팔랑귀지만 확고한 육아 목표가 생겼다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56일째

8월 18일(목) 한풀 꺾인 더위 


동네 친구들과 칼국수 회동을 했다. 첫째 여사친의 엄마 A, 우리 동네 맛집에 빠삭한 첫째 친구 엄마 B와 함께다.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이어진 우리들의 수다엔 아이들 교육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다섯 살짜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교육' 운운하는 게 좀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다섯 살 엄마들도 할 얘기는 많다. 한글을 뗐는지, 유치원 종일반을 할 건지, 영어 유치원을 보낼 건지, 유치원 외의 사교육은 뭘 할지, 티비는 뭘 보여줄지 등등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게 많다. 


자식을 키우면서 난 정말 '평범한 엄마'라는 걸 알았다. 엄마를 굳이 '특별한 엄마'와 '평범한 엄마'로 나눈다면 '특별한 엄마'는 이런 엄마다. 특별하게 교육열이 뛰어나거나 특별하게 아이 교육 문제에 초연한 엄마. 나는 둘 다에 해당 사항이 없다. 나 같은 대부분의 평범한 엄마들은 다른 아이들은 뭘 하는지, 우리 아이 수준에 맞는 사교육은 무엇일지, 그러면서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는 하루 일과를 어떻게 꾸릴지를 고민한다. 


오늘 만난 A, B 역시 나와 비슷한 엄마들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대화는 우리 동네 초등학교 학군 구분부터 학군 별 동네나 학부모의 성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각자 현재 상황에서의 아이들 교육 고민은 무엇인지, 정서적 금수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우리는 정서적 금수저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고딩엄빠'에 출연한 부부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십 대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부들이 출연하는 프로인데, 비록 나이가 어려도 성숙한 사랑을 하고 훌륭하게 아이를 키우는 사례도 있지만 최근 출연한 부부는 최악의 예였다. 아이 앞에서 툭하면 치고받는 격렬한 부부싸움을 하고 아이의 마음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부부였던 것이다. 


불화가 가득한 집에서 아이는 늘 불안하다. 그 불안이 아이를 조숙하게 만들지언정 아이의 자존감을 길러주거나 꿈을 펼칠 인생의 심지를 심어주긴 어렵다. 


한참 대화를 이어나가던 우리는 정서적으로 행복하면서 공부까지 잘하는 케이스가 얼마나 어려운 지에 대해 공감했다. 최상위권의 아이들 중 정서적 안정까지 느끼며 공부하는 아이가 장기전에 강할 수밖에 없다. 나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지만 아이들의 성적이나 커리어의 성공이 '행복' 순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우리 아이들은 '정서적 금수저'까진 못돼도 '은수저' 정도로 키우는 것이다. 공부까지 잘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건 내 소관 밖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내가 못한 공부를 너라도 실컷 하라'라고 했다. 난 우리 애들이 내가 누리지 못한 정서적 안정을 누리며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게 하고 싶다. 그렇게 아이들의 자존감 심지가 안정되고 그들 인생의 행복이 굳건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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