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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21. 2022

시행착오로 배우는 통잠 비법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58일째

8월 20일 토요일 집에만 있었지만 더웠다고 함


둘째가 어제와 그제 이틀 연속으로 밤잠을 6시간 이상 잤다. 그저께는 우연히 일시적으로 하루 잘 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틀 연속이면 우연은 아니다. 오늘로 불과 47일째밖에 안 되었는데 대단히 빠른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에 통잠을 자는 건 시간문제다.


사실 나와 아내는 둘째를 최대한 깊이 잠들어 쭉 잘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건을 완벽한 상태로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건 다 전에 첫째를 키워보면서 터득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배부른가?

아기에게 허기라는 감각은 죽음의 공포와 비슷하다고 한다. 타고난 생존 본능이다. 그래서 자다가도 배가 고파지면 깨서 울고 새벽 수유를 해야만 진정된다. 그렇다고 9-10시간 동안 안 먹어도 될 만큼 먹어야만 통잠을 잘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억지로 더 많이 먹이려다가 소화가 잘 안 되는지 잠을 더 못 잔 적도 몇 번 있었다. 저절로 어느 정도 양이 늘고 소화력이 생길 때까지 기간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잘 때는 배가 고파져도 그냥 참고 자는 거라는 걸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이해해도 어쨌건 자기 직전에 먹을 수 있는 최대치로 배를 가득 채워주는 것은 첫 번째 기본 조건이다.


2. 트림했는가?

사람이 사는 데 트림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건 아이를 키워봐야만 안다. 먹인 뒤에는 안고 등을 두드리며 굉장히 한참 동안 충분히 트림을 시켜주어야 한다. 아기는 트림을 하지 않으면 위에서 역류한 것이 기도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어디서 옆에 아저씨가 트림을 하면 그냥 더럽다고 생각하겠지만, 아기는 트림을 하면 귀여울 뿐만 아니라 이제 그만 내려놓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 둘째는 아직 소화기관이 약해서 굉장히 초반에 소화하는 게 오래 걸리는 편이다. 너무 빨리 내려놓았다가 계속 끙끙대는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기에 지금은 트림시키는데 최선을 다한다.


3. 팔을 잘 싸맸는가?

신생아는 '모로 반사'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서 잘 자다가도 깜짝 놀라는 건데 이러면 자기 팔이 얼굴로 향해서 더 놀라게 된다. 아기들은 아직 본인의 신체를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서툴러서 자기 얼굴을 밀고 있는 게 자기 손인 줄도 모른다. 그래서 팔과 손을 못 움직이게 싸매 놔야 하는데 그게 바로 속싸개의 주 용도다. 새벽 수유를 할 때 자다 깨서 가보면 속싸개가 풀어지거나 팔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점점 팔 힘이 세져서 속싸개를 꽉 잘 싸매 놓지 않으면 팔을 금방 빼기 때문에 잘 때는 특히 잘 싸매 놔야 한다.


4. 응가 여부와 기저귀는?

원래 푹 잘 때는 사람의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대소변도 덜 마렵게 된다. 하지만 신생아는 당연히 그런 조절을 잘 못한다. 자다가도 쉬도 하고 응가도 한다. 특히 대변은 수면에 최악이다. 자다 말고 응가하느라 힘을 주면서 잠을 못 자고, 응가한 기저귀를 찬 상태로는 불편해서 잘 수 없다. 응가를 치우다 보면 잠이 깨버린다. 다행히 요즘에는 이제 응가를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2번 정도만 하게 됐다. 그런데 쉬도 만만히 보면 안 되는 게 기저귀가 세면 옷이 젖고 속싸개가 젖기도 하고 그러면 딸꾹질을 한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잘 때 쓰는 더 흡수력이 좋은 기저귀를 사용한다. 잘 시간에는 이것을 보송보송하게 새걸로 채우고 잠자리에 들게 한다.


5. 빛과 소리는?

예전 일기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신생아는 약간의 백색소음이 있는 것이 더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파도소리와 물소리 등이 나는 백색소음기를 사서 쓰고 있다. 이걸 틀어놓으면 확실히 더 숙면을 취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큰 효과는 바로 '조건반사'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를 들으면 먹는 줄 알고 침을 흘렸듯이, 잘 때마다 같은 소리를 들려주자 이제 파도소리만 틀면 졸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와 마찬가지로 불빛도 너무 깜깜하면 오히려 좋지 않다. 완전히 새카만 어둠 속에서 재우니까 오히려 깨면 무서운지 더 소리를 내곤 했다. 차라리 어두침침한 취침등을 켜놓는 게 낫다. 이렇게 파도소리와 약간의 불빛을 유지해야 된다.


일단 6시간씩 자봤다는 건 ‘잠의 맛’을 조금 알았다는 뜻이다. 오늘도 이 체크리스트는 완벽하게 수행했다. 커서는 자고 싶어도 못 자는 날이 많으니까 달콤한 잠의 맛을 지금 빨리 실컷 맛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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