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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23. 2022

보통의 육아, 보통의 부부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59일째 

8월 22일(일) 꽤 더움  (*오늘 쓰는 어제의 일기)


보통의 육아를 하며 소소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오늘은 남편이 첫째와 외출을 하는 날이다. 둘째야, 우리 잘해보자. 둘째는 요새 순둥이 모드다. 잘먹고 순하게 놀다가 잔다. 가끔 보챌 때도 있지만 눈맞춤하고 이름 불러주고 웃어주면 천사같이 함께 웃는다. 그러다 잠자고 깨도 쪽쪽이 물려주면 또 좀 더 자고 그런다. 남편 말론 원더윅스 햇볕 주간이라는데, 이 시기가 제발 오래오래 유지되길 바란다.  


아이가 자는 동안 나는 밥도 챙겨 먹고 집정리도 한다. 그러면서 핸드폰으로 티비도 봤는데, 오랜만에 티비 연예 프로그램 동상이몽을 보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많이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보면 연예인 부부들의 결혼생활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들을 볼 때 더 그랬다. 이번 편도 모델 이현이 부부가 남편과 아이 둘과 레고랜드에 다녀온 편이라 둘째 만삭 때 첫째와 레고랜드 갔던 생각이 떠올라 눌러보게 됐다. 


육아휴직 시작 직후 첫째를 위한 춘천여행을 계획했었다. 첫째 생일 즈음이라 아이를 위해 레고랜드가 메인인 여행이었다. 난 담당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여행 날짜를 앞당길 만큼 그 여행에 진심이었다. 춘천은 좋아하는 도시고, 레고랜드도 아이가 많이 좋아했다. 찌는듯한 더위로 만삭의 배를 한 나도 남편도 많이 힘들었던 여행이었고 그 여행 직후 첫째는 장염까지 걸렸었다.  


그렇게 안 좋은 컨디션으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부부간에도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건 동상이몽 속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짐을 덜 챙기거나 휴게소에서 뭘 먹을지 말지, 밥 먹다 숟가락을 안 챙겨 오는 등으로 사소하게 투닥거리는 모습이 우리 집과 닮았다.  


특히 방송을 업으로 하는 이현이가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는 주말에 쌓여온 남편의 육아 스트레스로 부부간에 더 예민한 대화들이 오갔다. 서로 서운함이 쌓여 있는 부부간의 대화는 단순한 싸움을 넘어선 건강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로 이어졌다. 그들 부부의 관건은 남편도 아내도 둘 다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상대방에게 "오늘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라고 '인정'받는 그 한마디를 바랐던 것이고, 부부 간에도 사소한 일에 "고맙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 그들 부부의 설루션이었다. '네 탓'을 '네 덕분'으로 바꾸는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했다.  


여행은 모든 순간이 모여 완성된다. 계획을 세우고, 짐을 싸고, 차를 타고 휴게소에 들르고, 여행지에 도착해서 놀이기구를 타고 밥을 먹고 숙소에 가고, 다시 집에 돌아오는 그 모든 과정들의 결과가 여행이다. 즐거운 여행은 그 모든 과정들에서 완벽함을 뽐내기 위해 긴장하거나 잘못될 때 서로를 탓하는 게 아니라, 서툴고 완벽하지 않아도 소소한 추억을 쌓아가는 여행이다. 그 여행이 아이들을 위해 계획됐다면 더더욱 그 과정 속에서 완벽함이 아닌 성숙한 '부모의 팀워크'를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이다.  


육아도 그렇다. 고되지만 이 모든 건 우리 가족이 행복하기 위한 과정이다. 크게 보면 결혼, 출산, 육아 모든 과정이 삶의 선택이고 다 내가 행복하자고 하는 거다. 가족 간의 사소한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그 과정이 행복할 수밖에 없다. 오늘 하루, 나는 '육아'의 한 페이지를 행복하게 넘기고 있는지, 티비 프로를 보며 급 생각에 잠겼다. 오늘도 나는 보통의 육아를 하는 보통의 부부가 되고자 한다. 기왕이면 그 과정에서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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