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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23. 2022

다이어터의 육아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60일째

8월 23일(월) 선선한 늦여름 날씨 


출산 후 여자의 몸은 언제쯤 회복될까? 사람마다 다르고, 출산마다 다를 테지만 완전한 회복이란 없다. 출산은 어느 정도 여자의 몸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리는 게 맞다. 물론 자궁과 유방의 순환 상 출산의 긍정적인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외형적으로만 봤을 때 출산 이후 여자의 몸은 덜 아름다워지는 부분이 분명 있다. 가슴과 골반의 사이즈와 모양이 달라진다. 피부의 탄력과 색깔도 약간 변하는 것 같다. 가장 큰 차이는 사실 몸무게다. 


많은 여자들이 출산 후 몸무게가 늘어난다. 임신 때 늘어난 몸무게는 출산 후 바로 줄어들지 않는다. 내 경우 임신 때 총 14kg의 몸무게가 늘어났다. 출산 후 1달 반 가량 지난 지금까지 8kg가 빠졌고, 6kg가 아직 남아있다. 아이를 낳은 직후 몸무게는 약 1~2kg만 줄어든 상태였다. 조리원에서 나머지 3~4kg가 빠졌고 집에 와서 다시 2~3kg가 줄었다. 몸무게가 늘 유동적이기 때문에 딱 자르긴 어렵지만 대략 이렇다. 


조리원 퇴소 후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고작 2~3kg 라니. 많이 아쉬운 결과다. 샤워를 한 뒤 거울을 보거나 딱 달라붙는 필라테스복을 입고 스트레칭을 할 때 내 몸을 유심히 관찰해본다. 가슴과 배, 엉덩이, 허벅지의 모양이 임신 전과 확연히 다르다. 더 두툼하다. 특히 배는 흐물흐물 탄력이 하나도 없이, 바지의 벤딩 자국에 맞춰 미쉐린 타이어처럼 흘러내린다. 


신생아 육아를 하는 동안 집 밖에 나갈 일은 거의 없다. 가끔 첫째의 등하원을 하면서 그나마 햇빛도 쐬고 바람도 쐰다. 등하원에서 고작 몇 백 미터의 길을 걷는 게 움직임의 전부다. 아무리 집에서 스트레칭을 해도 고정적인 유산소 없이 남은 6kg를 빼긴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출렁거리는 뱃살과 넓적해진 골반과 엉덩이는 힘든 경보가 아니면 회복 불가능해 보인다. 


첫째 땐 첫째가 바깥바람을 쐴 수 있게 된 9월 즈음부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친정엄마와 산행을 했다. 산행이라기엔 동네 뒷산을 유모차를 끌고 걸어 다니는 정도지만 그래도 꽤 운동이 됐다. 덕분에 출산 후 3,4개월엔 즘엔 거의 다 몸무게가 회복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둘째 땐 내가 체감하기에 엉덩이와 허벅지의 느낌이 첫째 때완 좀 다르다. 이건 임신으로 찐 살이 아니라, 임신 기간 동안 이어지는 재택근무로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서 생긴 '순도 100% 찐 트랜스지방'인 것 같다. 단순히 출산 후 식단 조절 좀 한다고 빠질 살이 아닌 것이다. 


이 살을 없애려면 빠른 경보로 지방을 태워버리는 게 필요하겠다 싶어 나는 오늘부터 '걷기'에 돌입했다. 날씨가 선선해진 게 결정에 한 몫 했다. 우선 오늘 있는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걸어서 병원을 다녀왔다. 병원은 집에서 택시로 기본요금 + 약간의 @ 정도 나오는 거리다. 오늘 확인한 결과 빠른 걸음으로 18분 정도 걸렸다. 또한 병원 다녀오는 길에 은행과 동네 도서관을 들렀으니 오늘 총 걸은 시간이 못해도 40-50분은 될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이 타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 아니라 저녁을 먹은 뒤 아이스크림으로 첫째를 꼬셔서 동네 공원을 걸었다. 동네 공원 역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걷기 운동을 하기에 좋다. 다만 내 복장(슬리퍼를 신고 에코백을 맸으며, 우산을 들고 있었다)과 다섯 살 첫째의 보폭과 속도를 감안해 동네 마실 정도의 수준으로밖에 걸을 수 없었다. 또한 공원 세 바퀴를 돈 뒤 첫째와 사이좋게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기에 이게 운동인지 식후 디저트 타임인지 헷갈린다. 


어쨌든 출산 후 변화된 몸의 굴곡은 여자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이 몸의 굴곡과 내 기분을 다시 원상 복귀하는 것 역시 내 책임이다. 남편도 아이들도 내 몸매가 예전처럼 돌아오기만을 바라지, 그 과정을 도와줄 순 없다. 야식을 참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다 내 소관인 것이다. 그래서 내 일상에서 나 자신을 위한 제일 높은 우선순위는 '스트레칭'과 '걷는' 시간이다. 아, 오늘 병원에서 선생님이 당부한 '좌욕'도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 내 출산이 우리 가족의 행복지수를 높였다면, 현재 시점에서 내 개인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이 다이어트의 '성공'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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