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내누 Aug 31. 2022

Star is born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69일째

8월 31일(수) 비 내리다 화창한 가을 하늘


오늘은 둘째의 50일 촬영일이다. 가족사진 촬영을 같이 할 예정이라 첫째가 유치원을 마치는 시간으로 예약해놨다. 50일, 100일, 돌... 이런 사진 촬영들은 어찌 보면 인위적일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과 젊은 우리들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땐 산부인과 연계, 조리원 연계 이런 스튜디오에서 연락을 받고 무료촬영만 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100일과 돌 사진은 남겨야 하고, 그때마다 촬영을 알아보는 것도 번거로워 둘째는 패키지 계약을 했다.


아침 등원, 오전부터 오후까지 미용실, 첫째 하원 후 오후 5시엔 촬영. 하루 종일 꽤 빼곡한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어 남편도 나도 바쁜 하루를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정신없이 바쁠지는 몰랐다. 발 뻗고 쉴 여유 한 번 없이 점심, 저녁 모두 배달이나 포장으로 해결했을 만큼 쏜살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특히 오늘은 둘째가 처음으로 자동차를 타는 날이라 우리가 더더욱 살짝 긴장을 했다. 카시트를 거부하는 아기도 있고 첫째도 아기 때 카시트 태우기에 꽤 애를 먹인 적이 많은 편이라 더욱 그랬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이제 뒷좌석에 카시트가 두 개로 꽉 차게 됐다는 점이다. 아이가 한 명일 땐 아이가 둘이 되면 대체 엄마는 어디에 타는지 궁금했다. 오늘 그 궁금증이 풀렸다. 아이가 둘이면 엄마는 앞 좌석에 타야 맞다. 하지만 우리 차는 웨건이라 뒷좌석이 좀 넓은 편이기도 하고, 내가 호리호리한 편이기에 첫째와 둘째의 카시트 사이에 엉덩이를 비집고 들어가 간신히 안전벨트를 맬 정도는 됐다. 그렇게 난 척추를 곧게 펴고 아들과 딸 사이에 끼여 앉게 되었다. 그렇게 앉아도 가까운 곳엔 갈만했다.


둘째는 다행히 카시트에 빠르게 적응해주었다. 둘째는 태어난 뒤 지금까지 약 세네 번의 바깥출입을 해보았다. 조리원에서 집에 올 때, 예방접종, 외할머니 집 피신 때. 그때마다 아이는 슬링에 담긴 지 5분이 지나지 않아 잠에 들었다. 허공에 떠서 흔들흔들하면 많은 아이들이 잠에 빠진다. 같은 원리로 둘째는 카시트에 탄 뒤 신기해하다 곧 잠이 들었다. 카시트를 한 번 타봤을 뿐인데 나는 우리 둘째가 바깥나들이를 좋아하고 꽤 순둥 한 타입이라는 걸 다시 알 수 있었다. 촬영을 마친 뒤 삼성동에서 집까지 오는 동안 차가 꽤 막혔다. 열일 후 피곤하고 힘들 텐데 둘째는 카시트를 타자 이내 또 잠이 들었다. 차가 막혀 정차하는 시간이 길어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둘째는 살짝의 칭얼거림이 있을 뿐 불편해도 잘 참고 다시 눈을 꿈뻑이며 스스로 잠을 청했다.


더 대박인 건 촬영할 때였다. 터미 타임도 포즈도 표정도, 마치 지난 58일간 매일 연습한 것처럼 완벽하게 해냈다. 분명 낮잠을 푹 자지 않아 피곤할 텐데도 촬영에 들어가면 언제 보챘냐는 듯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포토그래퍼를 뚫어지게 응시하였다. 스튜디오의 직원 분은 "너 백일 아니니?"라며 감탄사를 날렸고, 포토그래퍼 분은 "덕분에 앵글도 바꿔가며 잘 찍었다. 애를 참 잘 키우셨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날릴 만큼 둘째의 첫 데뷔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지금까지 첫째는 우리 집안의 귀여움을 지난 1500일 동안 독차지해왔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똘똘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star)'가 탄생했다. 엄마인 나도 이렇게 다시 반해버렸는데,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이 오늘 촬영한 사진을 보시면 얼마나 열광하실지 뻔하다. 어쩌냐 첫째야. 네가 지금 별 것도 아닌 걸로 엄마, 아빠에게 징징대고 떼나 쓸 때가 아니다. 다시 똘똘함을 연마하렴. 우리 집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단다. 넘치는 매력과 강렬한 눈빛으로 이 판을 뒤집어 놓을 스타성을 지니고 있는 동생이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학부모가 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