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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Sep 08. 2022

같이가자, 놀이터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77일째

9월 8일(목) 화창한 가을 날씨 


놀이터에 나가면 모든 부모는 내 아이의 실체를 목격하게 된다. 우리 아이의 사회생활을 엿보는 기분은 재밌기도 하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잘 지내고 무난한 성격 같지만 어떤 날엔 우리 아이만 느려 터지고 빠릿빠릿하지 못한 것 같다. 같이 놀 친구가 없다며 투정 부리는 날도 있다. 


애들은 아무리 좋은델 가도 같이 놀 친구가 있을지 없을지 부터 따지고 본다. 괜히 우루루 몰려다니는 뽀로로나 로보카폴리같은 만화가 인기있는게 아니다. 다섯살이 된 이후부터 첫째는 부쩍 또래모임에 관심이 많고 그건 우리 첫째만 그런 게 아니라 애들 다 그렇다. 초유의 관심사는 "나랑 같이 놀 사람"이다.  


우리 동네엔 우리 첫째를 포함 2018년 남아들이 대세다. 첫째는 두루두루 아이들과 잘 노는 편이지만 유독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 있긴 하다. 첫째는 좋아하는 여사친을 베프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여사친이 아무리 좋아도 같은 성별의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엊그제 남편과도 얘기했지만 이럴 땐 엄마들 간의 친목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나는 좀 더 노력해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나는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다. 초등학교 무렵까진 활달했던 것 같은데 중학교에 들어서며 사춘기도 직격으로 맞고, 내성적인 성향이 되어버렸다. 그런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 먼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나가야만 하는 직업을 갖게 됐다. 직업적으로 사람 만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면 쓸수록 에너지를 비축해두기 위해 오히려 내 개인 생활에서 인간관계는 점점 더 삭막해졌다. 


물론 나는 어른이고 이제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과 외로움의 힘을 충분히 알지만 아이들은 같이 놀 누군가가 늘 필요하다. 나는 아이의 자발성을 믿고 알아서 잘 친구를 사귈거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부모로서 줄 수 있는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게 뭔지도 늘 고민하던 차였다.    


그렇담 이제 필요한 건 뭐다? 바로바로 나의 사회 스킬이다. 놀이터의 다른 엄마들과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육아 동지도 많아지고, 정보도 많이 얻을 테니 나쁜 건 없다. 오늘 난 마치 일을 하듯 작정하고 여러 명의 엄마들과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번호를 교환했다. 회사생활을 제외하곤 남에게 좀처럼 먼저 다가가거나 연락하는 일이 없는 나지만, 오늘만은 나의 갈고닦은 사회 스킬을 보여줄 차례다. 


그리고 사실 오늘 낮엔 먼저 오래된 친구에게 전화도 걸어봤다. 나이 들어 친구 없다고 외롭다고 하기 전에 사회생활하듯 좀 의식적으로라도 친구들에게 연락하는걸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아무리 성격 상 괜찮다고 해도 막상 외로운 건 싫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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