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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Sep 16. 2022

잠자는 게 싫은 아이들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85일째

9월 16일(금) 비


아이들은 왜 잠자는 걸 싫어할까? 오늘 우리 집 두 아이가 잠자기 싫다고, 억울하다고 울다 지쳐 잠들었다. 다섯 살 첫째와 75일 된 둘째 모두가 그렇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거다. 왜 아이들은 잠자는 걸 싫어할까?


첫째는 입버릇처럼 잠자리에 누워 말한다. 밤이 너무 길다고. 눈을 감을 수가 없다고. 눈을 어떻게 감는 거냐고. 잠자는 건 너무 힘들다고. 자는 게 왜 그렇게 억울한 일이 됐을까?


어른들은 잠이 늘 모자라다. 아침이면 피곤한데 억지로 일어나고 밤에는 더 자고 싶어도 할 일이 많다. 아이들도 재워야 하고, 집안 살림도 해야 하고, 개인 시간에 하려고 미뤄둔 여가생활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잠이 모자란다고 일찍 자는 건 아니다. 물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해야 한다면 신경을 써서 잠자리에 일찍 드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안 그런 날도 많다.


졸려도 늦게까지 유튜브를 보거나 술을 마시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내 개인생활을 확보하려고 애쓴다. 아, 그래서 그렇구나. 나도 아직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누가 갑자기 억지로 자라고 하면 자기 싫겠구나.


우리 첫째도 오늘 자기 전까지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책꽂이에서 책을 스무 권쯤 꺼내서 다 읽겠다고 하고, 다 읽고 남은 책은 요정이 가져가면 안 된다고 책상 밑에 숨겨놔야 한다. 우유와 물도 마셔야 하고 쉬도 해야 한다. 엄마에게 내일 몇 시에 일어날지 알람 맞추자고 해야 하고, 내일 뭐할지 계획도 세워야 한다. 우리 둘째는 어떠한가? 손 빨고 쪽쪽이 빨고 그래도 마음 달래지지 않으면 눈물 쏟고 뿌엥 울고서야 잠에 든다.


왜 우리 애 빼고 다른 집 애들은 일찍 자거나 잠이 많을까? 수영 다녀와서 체력도 엄청 빼놨는데. 휴, 이 생각하면 열불 나니까 하지 말아야겠다.


그냥 아이들 재우다 지치고 화가 난다. 6시 30분부터 우리 애들 일찍 재울 계획만 세웠는데, 다 재우고 밤 10시 30분까지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게 화가 난다. 8-9시 사이에 자는 다른 집 애들과 자꾸 비교하게 된다.


내 마음이 잘 다스려지는 날에는 안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못났다 정말.

아이를 내 멋대로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 에라 모르겠다. 얼른 일기나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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