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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Sep 18. 2022

이렇게 딸바보가 되는거군요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87일째

9월 18일 일요일 가을샘 더위(?)


오늘은 아내의 조카 생일을 맞아 가족모임이 있었다. 식구들이 모이면 가장 인기 스타는 단연 우리 둘째다. 생일 당사자보다도 더 주인공이 된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맞춰서 도착하니 서너 명이 서로 자기가 먼저 안아보겠다고 줄을 설 정도였다. 사실 불과 일주일 전에 추석이었고 다 큰 중학생 조카 생일을 위해 굳이 온 식구가 모여서 챙길 필요는 없을 수도 있는데, 아마 다들 우리 둘째를 한번 더 보고 싶어서 겸사겸사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던 것 같다.


요즘 들어 특히 이런 자리에서 들을 때마다 기분 좋은 말이 생겼다. 바로 둘째가 아빠 닮았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자식이 부모 닮는 건 당연한 일이고, 실제로 첫째는 엄마를 더 닮고 둘째는 나를 더 닮은 것 같긴 하다. 아빠 닮았다는 건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팩트다. 하지만 어쨌거나 여러 사람이 저 정도로 귀여워하는 예쁜 아기가 나를 닮았다고 하니까 칭찬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내가 요즘 제일 듣기 좋아하는 말이 된다.


“아빠 닮아서 예쁜가 봐~ 눈이 크고 코가 높네~보조개도 있네~”


뭐 대충 이런 식이다. 사실 아기들은 웬만하면 다 귀엽고 예쁘다. 그리고 유전자의 원리대로 엄마랑 아빠를 닮았다. 보통 완전 5:5는 아니라도 대충 6:4 정도로 엄마 아빠 얼굴을 섞어 놓았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두 가지 사실을 모아서 말하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칭찬이 되는 것이다. 여러분도 어디 친구나 친척집에 가서 아기를 보면 ‘귀엽다~’ 혹은 ‘엄마 닮았다’라고만 하지 말고 두 개를 합쳐서 말해 보시라.


어쨌든 나는 저런 칭찬을 더 듣고 싶어서인지 요즘 둘째의 외모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피부에 신생아 여드름이 아직 남아있어서 오늘은 수시로 수딩젤과 아기용 보습 세럼이랑 크림까지 발라주었다. 오늘같이 더운 날씨에는 그냥 두면 약간 땀띠가 올라오고 피부가 안 좋아지니까 집에서도 처가댁에서도 쉴 새 없이 에어컨을 틀었다. 피부만 좋아지면 완벽할 것 같긴 하지만 코도 더 높아지라고 콧대를 자주 주물러준다. 배에 힘을 주면 배꼽이 못난이같이 튀어나와서 이게 괜찮은 건지 검색도 해봤다.


“배꼽이 안 들어가면 어쩌지? 나중에 비키니 입으려면 배꼽이 예뻐야 하는데… 배꼽도 성형이 있나…?”


내가 진지하게 물으니 아내가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2개월 된 아기 배꼽 보면서 무슨 나중에 비키니 입을 걱정까지 하고 있는 게 내가 봐도 좀 오버이긴 했다. 그러고 보니 나 같은 사람을 부르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딸바보. 나는 딸바보가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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