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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Sep 19. 2022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87일째

9월 18일(일) 가을더위


오늘은 조카의 생일날이다. 나에겐 조카가   있다.  명은 중학생,  명은 초등학교 6학년이다. 중학생  조카가 오늘 생일이었다.  20대때 태어나 고모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첫조카. 그땐 조카바보였지만,  가며 데면데면 하게 된다. 그래도 오늘 조카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친정에 갔다.


이렇게 가족들이 모이면 모두의 관심은 둘째에게로 쏠린다. 오늘도 통잠을 잤다며 둘째를 기특해하는 외할머니, 아가가 좋아 어쩔줄 모르는 올케언니와 조카들, 늘 무덤덤하고 과묵한 우리 오빠조차 아가 주변을 맴돈다. 반면 둘째가 태어난뒤 친정에 가면 우리 첫째는 늘 찬밥이다. 뭘 해도 잔소리만 듣고 모두들 좀처럼 첫째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럴 때 첫째의 기분을 살펴보는 건 내가 유일하다. 첫째가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하거나 위축되진 않는다. 그저 사람들 하는 말에 귀를 쫑긋하며 눈을 땡그랗게 뜨고 이 사람 저사람 말을 듣는 것 뿐이다. 그러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있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으면 춤을 추거나 뛰는 천방지축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생일 파티가 끝나고 모두가 집에 간 뒤, 친정에서 나와 첫째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있을 때에도 여전히 둘째 얘기로 싱글벙글하다. 내가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로 둘째 칭찬 일색이라 나중에 첫째 안들리게 친정엄마에게 "oo이 칭찬좀 해줘요"하고 말했다.


그런면에서 우리 가족들은 좀 둔감한 편이다. 시부모님은 좀 더 예민하게 첫째 기분을 살피고 첫째와 놀아주려 한다. 그러나 둘째가 태어난 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외갓집에서 첫째가 오늘 정도로 잘 놀고 큰 말썽을 피우지 않은 걸 나는 기특하게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주연에서 조연이 된 우리 첫째. 그래도 동생을 늘 예뻐하고 '우리 가족'이 몇 명이냐 물으면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숙모, 사촌형, 사촌누나까지 모두 모두 12명이라고 말한다. 아빠까지 딸바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엄마가 있으니 괜찮다. 엄마는 끝까지 네 편이야!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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