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내누 Sep 26. 2022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완료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95일째

9월 26일 월요일 맑고 서늘함


어쩌면 우리 부부가 이렇게 100일 가까이 매일 브런치에 일기를 써왔던 이유는 오늘을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만 해도 이런 공모전 같은 프로젝트가 있는 줄도 모르고 시작했다. 원래 기획은 부부가 같이 육아휴직을 한다는 독특한 상황 속에서 각자 일기를 쓰면 우리의 육아휴직 일상을 남들과 공유할 수 있고 한 가족의 같은 하루도 남편과 아내가 달리 담아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기대했었다.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우리 일상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결국 이 소중한 기간을 기록에 남김으로써 나중에 추억을 돌이켜볼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나와 아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 타인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언젠가 출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은 있었다.


그래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지를 처음 봤을 때 꽤나 설레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그냥 쓰는 것 자체에만 의미가 있을 뿐인 일기를 반복적으로 쓰는 것보다는 무언가 분명한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되든 안 되든 일단 우리가 성의껏 쓴 일기를 모은 브런치북으로 여기에 응모를 해보기로 했다.


8월 29일부터 응모 기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원래는 그 시기에 맞춰서 약 한 달 전에 브런치북을 발행했었다. 그런데 브런치북이라는 게 분량이 한정되어 있는 줄 그때 처음 알았다. 매일 둘이서 일기를 썼으니까 이미 쌓인 글이 100개가 넘는데, 대략 20~30개씩 끊어서 발행한다고 해도 최소 네댓 권 분량이 되는 것이다. 멋모르고 일단 되는대로 묶어서 5부작 브런치북으로 발행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일기를 그냥 싹 다 모아서 제출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았다. 일단 내용을 떠나서 너무 쓸데없이 분량이 많았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괜찮은 에피소드만 선별해서 한 권으로 만들어서 발행하기로 했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제목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직관적이지만 너무 평이한 <부부 공동 육아 일기> 같은 것부터 추상적이지만 부제목으로 쓰고 있는 <우리들의 해방일지> (브런치를 시작할 때쯤 방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를 합친 것)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같이 육아휴직은 처음이라>라고 제목을 정했다. 표지에 쓸 사진 앵글도 미리 정해두었다가 둘째 50일 촬영 날에 찍었다. 제목도 표지도 해놓고 보니 나름 그럴듯해 보인다.


이렇게 세팅이 된 지는 꽤 되었지만 목차 구성 과정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단 나와 아내가 의견이 일치하는 것들로 브런치북을 구성해야 하므로, 어제까지 치열한 토론과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면서 브런치북에 포함할 30편을 선별했다. 선별한 글을 다시 한번 검토하면서 문장을 다듬거나 내용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참 손이 많이 가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이 정도 성의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오늘 오전에 드디어 브런치북을 발행했고, 곧바로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응모하고 보니 이 프로젝트는 출품작을 모아두었다가 마감일부터 심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제출 기간이 시작된 이후로 응모하는 작품을 수시로 심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런 방식이라면 마감일 직전에 내기보다는 미리 제출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기는 하다.


결과 발표일이 12월 14일인 것을 보고 항상 긍정 회로를 풀가동하는 나는 이미 대상에 당선되면 어떤 기분일지를 상상한다. 그 날짜면 우리 가족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시점이다. 제주도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해 신나는 일상을 보내며 연말을 맞이하고 있을 때 즈음 우리 부부가 이 공모전으로 책을 내는 출간 작가가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아마 그보다 더한 최고의 피날레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3달간 브런치에 계속 글을 쓰고 있지만 구독자는 아직 6명에 불과하고, 오전에 발행한 브런치북은 아직 아무도 보지 않은 것 같다. 예전 당선작들이나 다른 응모작들을 보니 우리가 쓴 일기가 재미도 없고 초라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내가 먼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튜브도 처음엔 이랬지만 지금은 그래도 7천 명 가까운 구독자를 모았고 수익도 창출하게 됐다. 뭐든 포기하면 시합 종료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나 떨고 있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