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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Sep 27. 2022

엄마 모임 갖기

우리들의 해방 일지: 아내 96일째

9월 27일(화) 따듯한 가을날


오늘은 오랜만의 엄마 모임이 있는 날이다. 어린이집 같은 반 엄마들끼리의 모임이다. 아이들은 유치원에 입학한 지 오래고, 세 아이가 모두 절친도 아니지만 이 엄마 모임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어렸을 때 나의 엄마도 그랬다. 나는 친하지도 않고, 더 이상 연락조차 안 하는 내 중학교 동창 엄마들과 내가 결혼할 때까지도 연락하고 지냈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 모임이 유지되는 이유를 직접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첫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엄마들마다 각자의 강점이 있다. 어떤 엄마는 교육열이 높고 어떤 엄마는 살림을 잘한다. 내 경우 이도 저도 아니지만 뭐. 나처럼 얻어가는 유형도 있는 것이다. 오늘도 엄마 셋이 모여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살림살이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삼시세끼 뭐 해 먹고사는지, 아이들 유치원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각자의 육아 고민은 뭔지 등.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며 그 속에서 알짜배기 정보도 얻어낼 수 있다. 


둘째, 나만의 자유시간 확보다. 나이가 들면서 너무 멀리 사는 친구들과는 점점 멀어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결혼하고 애 둘 낳아 기르며, 거기에 일까지 병행하며 매일매일 시간에 쫓겼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주말에 서울 시내에서 만나 밥 먹고 헤어지는 일은 큰 각오가 필요했다. 남편 찬스도 써야 하며, 아무리 간단히 만나도 오고 가고 다섯 시간은 족히 걸리는 일이다. 엄마 모임은 반면 효율적인 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다들 같은 아파트 같은 단지에 살기 때문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밥 먹는 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제대로 된 육아 해방 기분을 내고 싶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 엄마 모임이 딱이다. 


셋째, 재미있다. 단순히 아이들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겹친다고 이런 엄마 모임이 유지되긴 어렵다. 다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다 보니 대화 몇 번 해보면 각이 딱 나온다. 나와 맞는 사람인지, 맞지 않는 사람인지. 우리들은 생각보다 말들이 잘 통했고, 같이 있을 때 폭소가 터져 나오며, 앉은자리에서 세 시간이 훌쩍 지날 만큼 이야깃거리도 끊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만나면 기대되고 헤어지면 아쉬운 모임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기로 결심한 운명 공동체다. 어쩔 땐 죽마고우보다도 편하다. 선택한 길들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안심이 된다. 우선 큰 틀에서 나와 비슷하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둘 이상 낳았다. '삶의 궤도'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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