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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Oct 07. 2022

뒤집기도 연습이 필요해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106일째

10월 7일 금요일 흐림


요즘 일기를 다시 살펴보니 무려 7편 연속으로 둘째가 등장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내와 내가 최근에 첫째의 불안한 행동과 떼쓰기를 바로잡는데 온갖 신경이 곤두서 있던지라 일기도 온통 그 얘기뿐이다. 그렇다고 둘째에게 무관심하거나 얘를 소홀하게 대한 건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미안해졌다.


우리 둘째는 사실 상대적으로 지금 우리 부부에게는 전혀 걱정을 끼치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80일 사이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요즘은 밤 9시쯤 자서 아침 7시쯤 일어날 정도로 안정적인 수면 루틴이 형성됐다. 먹는 것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그냥 마냥 다 이쁘다. 근데 한편으론 옛말에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처럼 순하다고 손해를 보지 않도록 오빠만큼 더 신경을 많이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속 썩이는 아이만 챙기다가 둘 다 서로 속 썩이려고 하면 큰일이다.


어쨌든 둘째는 오늘로 생후 95일이 되었고 다음 주에는 약소하게 100일 잔치를 할 예정이다. 사실 거창하게 잔치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친가 외가 가족 동반 점심식사를 하는 정도다. 그래도 100일 상도 차려주기 위해 나라에서 제공하는 100일 상 패키지를 신청해놨고 오늘 주민센터에 가서 빌려왔다.


그리고 요즘에 나는 둘째에게 틈틈이 뒤집기 연습을 시키기 시작했다. 원래 100일 좀 넘으면 알아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지만 그래도 이것도 다 요령이 있다. 눕힌 상태에서 팔을 위로 들게 하고 한쪽 다리만 무릎을 굽힌 뒤에 재빠르게 돌려주는 것이다. 사실 우리 둘째는 초반에는 계속 아기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다가 그 이후에는 역류방지 쿠션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최근에는 바운서에 주로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뒤집기는커녕 바닥에서 스스로 방바닥을 발로 밀어볼 기회조차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며칠 전부터 뒤집기 연습을 시켜주면 한번 돌아볼 때마다 신기한 표정으로 허공에 발장구를 쳐댔다.


사실 고작 누워있다가 돌아서 엎드리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뒤집기'라는 이름까지 붙여서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태어난 뒤로 모~든 것을 다 누가 해줘야만 했던 아기가 혼자서 처음으로 할 수 있게 되는 의미 있는 동작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건 분명 중요한 게 맞다.


내가 뒤집기 연습을 시키는  보고 아내는 뒤집기를 굳이 뭐하러 빨리 가르치냐고 한다. 실은 뒤집기를   있게 되면 하루 종일 혼자 뒤집으려고 하고 밤에 자다 말고도 뒤집는다. 돌다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높은 침대 같은 곳에는   없고, 정작 다시 누운 상태로 되돌아가는 '' 못해서  손이 많이 간다. 그래도  이왕이면 뭔가 터득하는 스킬이라면 늦게 하는 것보단 빨리 하는   낫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첫째의 뒤집기는 106일째였다. 이제 오빠를 이길  있는 기회는 10일밖에  남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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