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106일째
10월 7일(금) 찬기운 가득한 날
아슬아슬한 육아의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도 나도 찰랑찰랑 물이 가득 찬 상태다. 약간의 자극도 우리들의 잔을 넘치게 한다. 잔이 넘치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밀가루 음식을 잔뜩 먹은 것처럼 감정 주머니가 더부룩하다.
무엇 때문일까? 남편과 이 추리를 계속했다. 둘째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었다. 우리들의 휴직 생활도 엇비슷하다. 아이는 동생의 존재에 거부반응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 본인이 훈육을 받을 때를 제외하곤 동생에게 무관심하거나 동생을 귀여워했다.
그렇다면 우리 때문일까? 나와 남편은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 엄마와 아빠가 잔소리도 두 배, 훈육도 두 배로 한다. 가끔 훈육하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아이를 앞에 두고 싸우기도 한다. 거기에 유치원에서의 훈육까지 가미된 것 같았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날카롭다. 냉정하다.
아이들은 자기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에 예민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놀이터에서 심술궂은 아이를 만났을 때 "너 참 굉장한 생각을 했구나. 멋지다!" 이 한마디만 해줘도 아이의 눈빛과 행동이 달라진다. 여러 번 경험했음에도 내 아이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해졌을까?
내 아이의 물 잔이 가득 찬 것처럼 내 물 잔도 가득 찼기 때문이다. 훈육이나 잔소리가 먹히지 않으면 금세 내 물 잔은 찰랑거린다. '왜 또 저래? 우리 애만 왜 저러는 걸까? 정말 한심하다' 내 눈빛은 날카롭고 아이를 향해 좋은 말 한 번이 안 나온다. 그렇게 아이의 물 잔도 내 말에 가득 찬다.
적어도 작은 희망을 오늘 보았다. 오늘은 첫째의 유치원 하원을 내가 직접 했다. 놀이터에서 1시간 30분여를 놀고 집에 들어올 때, 샤워 후 TV를 볼 때, 밥을 먹을 때, 놀이를 하다 중단해야 할 때, 치카를 할 때 등 많은 순간들을 잘 지나 보냈다. 매 순간 아이가 갑자기 떼를 쓰면 어쩌나 고민했지만 아이는 떼를 쓰지 않고 순순히 말을 들었다.
미리 예고를 하고 -> 직전에 한번 더 리마인드를 하며 -> 당위성을 설명해주고 -> 혹시나 반항하면 그래도 해야 함을 설득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피곤하긴 했지만 먹혔다. 유치원이라면 조금 감당하기 벅찰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자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 100%까지 아니고 70%까지만 해도 인정해주는 것이 먹혔다. 또한 '하기 싫다'는 감정을 이해해주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하기 싫어? 그래도 해야 돼!"가 아니라 "아~ 하기 싫구나. 맞아,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해야 돼" 이 단순한 차이가 아이에게 더 효과적이었다. 아이의 물 잔을 덜어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겠다.
내 물 잔은 어떻게 비우지? 내 물 잔은 남편이 주문한 야식으로 비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