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110일째
10월 21일(금) 따뜻한 가을 날씨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일기를 안 쓴다는 것이 이렇게 내게 크게 다가올지 몰랐다.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나를 흔들만한 일들은 몇 가지 있었다.
나는 요새 운전을 다시 시작했다. 세 번의 연수를 마치고 이제 마지막 연수를 다음 주에 한다. 주행과 주차를 배웠다. 점점 나아진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주차에 있어선 한숨과 질타가 이어졌다. 내 돈 내고 이렇게까지 혼나가며 운전을 배워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배웠다. 남편과도 연수를 시작했다. 남편과 피 터지게 싸워가며 운전하기 싫어서 비싼 돈 내고 연수를 받았지만 남의 차를 운전할 때와 내 차를 운전할 때는 천지차이였다. 그래서 결국 다시 남편과의 지옥 연수를 시작했다. 내 남편은 엄청난 팩폭러에 성격까지 다혈질이라 운전 강사로는 최악인 사람이다. 또한 내가 느끼기에 약간 운전을 맹렬하게 한다. 그가 보기엔 내가 얼마나 답답하고 한심할지 이해는 가지만 나 또한 운전 모진 잔소리를 견디는 것이 고통스럽다. 그래도 이런 순간들을 참으면 언젠가 내 운전 능력이 요긴하게 쓰일 날이 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첫째와의 전쟁이다. 동생의 탄생으로 영춘기가 온 첫째의 상태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다만 나와 첫째의 관계는 여전히 평생선 같은 순간들이 있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짜증 무드로 돌변하는 것이다. "엄마 때문이야!" 혹은 "엄마가 이렇게 하면 나 00 할 거야!" 같은 협박성의 말들로 피로감이 커진다. 스스로 진정하는 법을 알았었는데 요샌 스스로 진정하는 법이 별로 없다. 둘째가 생긴 후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거라 생각하고 정말 많이 봐줬다. 이 평행선이 어떻게 얼마나 더 갈지 모르겠다.
육아는 전쟁이고 홀로서기는 이제 시작인데, 복직 일정은 당겨졌다. 하루하루의 시간을 '금쪽'같이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