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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l 06. 2022

4인, 가족의 탄생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12일째

7월 5일(화) 무더웠다고 한다.

 

대망의 날이 밝았다. 새벽 6시 알람이 울렸다. 나와 남편은 잠에서 깨 아침부터 부지런히 먹었다. 오늘 우리의 하루가 얼마나 험난할지 예상할 수가 없기에 열심히 먹었다. 나에게 허락된 아침의 양은 토스트 한쪽과 우유 한잔이다. 별건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먹었다. 샤워도 성의껏 했다.


뱃속 둘째에게 열심히 말을 붙였다. 말을 붙인다는 것보단 사정을 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너무 놀라지 말고 잘 찾아 나와줘. 처음이라 힘들겠지만 밝은 빛을 향해 가는 거야.”


병원엔 7시에 도착했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분만실 간호사분들의 안내에 따라 관장을 한 뒤 유도제를 맞았다. 유도제가 투입될 땐 더 떨렸다. 출산은 랜덤박스와 같다. 내가 뽑은 박스가 쉬운 문제일지 어려운 문제일지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유도분만에 대한 케이스도 천차만별이다. 잠깐 동안의 맘카페 리서치를 통해보면 유도분만으로 고생한 케이스가 반이 넘었다. 물론 난 경산모고 경산의 경우는 좀 더 수월하다지만 내가 어떤 예외 케이스에 해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그냥 잘될 거라 빌고 또 빌며 간호사분들의 지시에 최대한 열심히 따랐다. 유도제 투입 후 진통이 한 시간 남짓 이어졌고 많이 아팠지만 아직 진짜가 오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아직 멀었다고 나를 다독였다. 자궁문이 3센티가 열리자 무통주사가 준비됐다. 그때부턴 순조롭게 내가 느끼지 못하는 진통에 따라 자궁문이 열리고, 아이를 내보낼 준비가 될 수 있었다. 간호사 분이 아이의 방향을 점검했고 힘을 줘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약 삼십 분의 연습과 대기 후엔 담당 원장님이 올라오셨고 둘째를 출산했다. 출산하는 그 순간까지도 정말 이렇게 아이가 나오는 건가? 믿을 수 없었다. 맘카페에서만 보던 그 무통 순산을 내가 했다!


태어나 내 가슴에 안긴 둘째는 너무 작고 연약해 보였다. 울음소리도 우렁차기보단 염소소리처럼 비실비실 가냘펐다. 안전한 엄마 뱃속에 있다 세상에 나온 우리 둘째, 나에겐 이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다. 태어날만했다는 마음이 들도록 잘 키울 거라고 다짐했다.


모든 후처치 후 병실로 이동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마음이 벅찼다. 둘째가 태어난 것보다 내가 걱정했던 것만큼 많이 고생하지 않고 무사히 낳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큰 숙제, 어려운 숙제를 해결한 기분에 나 자신을 꽉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이거면 충분했고, 정말 잘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 나를 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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