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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l 19. 2022

마지막 밤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26일째

7월 19일(화) 날씨: 소나기가 내렸다고 함


오늘은 조리원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늦게 잠들었지만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어제 브런치 일기를 안 쓰고 잤던 게 생각났다. 랩탑을 열어 어제의 하루를 정리했다. 간만에 아침에 아이를 방에 데려오지 않아서 그런지 참 여유롭다.


내일이면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20% 정도 아쉽고 80% 정도 설레었다. 가족들, 특히 첫째를 만난다는 생각에 나도 놀라울 만큼 내가 많이 들떠있었다. 첫째도 오늘 밤만 지나면 이제 0밤이 남는다고 좋아했다. 곧 첫째 유치원 방학이라, 아직 산욕기이긴 하지만 집에 가서 첫째랑 뭐 하고 놀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뮤지컬도 보고 싶고, 아쿠아리움도 가고 싶다. 남편은 그러기엔 너무 무리라고, 첫째 데리고 다니는 거 힘들다고 나를 말리지만 그래도 첫째랑 돌아다니며 놀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둘째를 얼른 남편에게 잔뜩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이 이쁜 모습을 나만 봐왔네 그려. 언릉 같이 봐봐. 정말 귀엽지? 예쁘지? 계속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싶다. ㅎㅎ 조리원 동기라 해도 내 자식 예쁜 거 봐봐, 이런 얘기까지 들어줄 순 없으니까 실컷 우리들만의 콩깍지에 잔뜩 취해 귀여운 둘째를 요리조리 뜯어보고 싶다.


막상 우리가 실제로 다시 만나면 나는 금방 지치고, 첫째도 엄마가 자꾸 둘째를 봐야 하는 상황에 속상해할 것 같다. 집에 하루 종일 같이 붙어있을 남편과도 사소하게 자주 부딪힐게 뻔하다. 그치만 그때 가서 그렇게 되더라도 우리는 현명하게 잘 풀어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이 마지막 밤을 잘 즐기기 위해 오늘의 일기는 짧게 마무리해야겠다. 내 인생 두 번째이자 마지막일 지난 15일의 출산 일지는 오늘로 끝이 났다. 내일부터는 본격 두 아이 육아일지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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