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29일째
7월 22일 금요일 흐림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새벽 수유는 잠을 자다 말고 일어나야 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지만 그 불규칙한 패턴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어렵다. 신생아 시기의 불규칙한 패턴을 점차 규칙적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베이비타임'이라는 어플을 쓴다. 잠잔 시간, 수유 시간, 기저귀 간 시간 등을 기록해 기간이 지날수록 누적된 패턴 변화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다.
오늘 새벽도 그랬다. 순한 줄 알았던 둘째는 새벽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을 잘 그치지 않았고 우리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이런저런 추측과 시도들을 한 끝에 새벽 2시가 넘어서 아기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마 약간의 배앓이를 한 것 같다는 것이 우리 진단이다.
새벽 5시쯤 또 깨서 분유를 먹이면서 둘째가 생각보다 만만한 아기가 아닐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 그러다 문득 첫째 때 비슷한 시기 '베이비타임' 기록을 찾아봤다. 힘든 기억은 일부러 잊어버린 것이었을까? 그땐 처음엔 2시간도 채 못 자고 일어났던 빼곡한 기록을 보다가 둘째를 다시 보니 선녀 같다.
둘째는 심지어 그 뒤엔 9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분유를 주자 씨익 웃는 표정에는 새벽에 보채며 일그러트렸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이 정도 페이스라면 그리 머지않아 '통잠'의 기적이 우리에게 찾아오리라 믿고 싶다. 첫째 때는 123일이 걸렸다. 그러고 보면 이런 고생이 언젠가 끝날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첫째보다 둘째를 키우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쉬운지도 모르겠다.
같은 시각 아내의 재촉을 받으며 유치원 갈 준비를 하던 첫째도 아기 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왔다. 만 4세가 넘은 첫째는 신생아랑 비교하면 어른이나 다름없다. 혼자서 밥도 먹고, 옷도 갈아입고 대소변도 가릴 뿐만 아니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심지어 유치원도 다니는 아이. 내가 트림을 시키기 위해 둘째 등을 계속 토닥이는 것을 보다가 아기가 아파할 것 같다며 내 손을 붙잡는다. 듬직한 오빠가 다됐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첫째가 신생아 때는 그냥 얼른 커서 의사소통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정작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지금은 그때의 순수한 초심을 잃고 아이를 다그치는 날이 늘어나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둘이나 낳은 아내. 선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