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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l 28. 2022

우리들의 분업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35일째

7월 28일(목) 날씨: 모르겠음


어젯밤에도 둘째는 잠을 잘 자지 않았다. 영아산통으로 힘들어하는 아가에게 화를 내면 안 되는데. 너무 졸려서 힘들다 보니 화가 났다. 새벽 5시쯤 남편과 교대를 했다. 예민함이 풀풀 풍기는 나에게 남편이 얼른 자라고 했지만 막상 잠이 안 와서 새벽 6시가 넘어서야 첫째 옆에서 잠이 들었다.


첫째가 새벽에 옆에서 자는 아빠를 발견하고 화를 내며 "왜 아빠가 여기 있어 ㅠㅠ 엄마 오라고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빠는 엄마가 동생을 재우고 있다고 설명했고, 엄마가 새벽에 네 곁으로 올 거라고 말했다. 첫째는 기특하게도 "그럼 새벽 6시에 엄마가 꼭 내 옆에 오게 해 줘"라고 당부했고, 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첫째 옆에서 잠을 청했다. 남편과 나는 첫째가 많이 철들었다고 느꼈다.


어쨌든 몇 시간 첫째 옆에서 새우잠을 잔 터라 오전에 일어나서도 비몽사몽이었다. 오늘은 첫째와 둘째 담당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남편은 첫째, 나는 둘째다. 남편이 고향(?) 친구네 집에 첫째를 데리고 놀다 오기로 했다. 남편은 좀비 같은 나를 두고 아침부터 첫째와 둘째를 챙기면서도 빨래, 젖병 설거지 등의 집안일까지 부지런히 해치우고 점심을 먹은 뒤 첫째를 데리고 출발했다.


잠이 든 둘째와 내가 남겨졌다. 오늘만큼은 둘째가 낮잠도 잘 자길 바라며 오랜만에 회사 동료와 안부를 주고받았다. 자세히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잘 지내고 있진 못한 것 같았다. 육아휴직을 앞두고 내 업무의 대부분을 그녀에게 인수인계했기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난 사회생활은 잠시 '오프(off)'했기에 다시 본업인 육아와 가사로 돌아갔다. 세 시간 간격으로 아이에게 분유를 주고 점심 먹은 설거지와 건조기의 빨래 개기, 다시 빨래 돌리기, 자질구레한 물건들 정리 등을 했다. 어제 잠들어서 못쓴 일기를 쓰고, <설득의 심리학>과 <백 년 동안의 고독>도 두어 장씩 읽었다. 그리고 다시 둘째 목욕을 시키고, 응가를 치우고 분유를 먹이고 등을 반복하니 저녁 7시다. 내 저녁 맘마는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다 임신 내내 유일하게 당기는 고기였던 페리카나 치킨을 시켰다.


치킨을 몇 조각 먹었을까? 아이가 다시 배고프다고 울기 시작한다. 이제 밤수 시작이다. 수면송인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를 틀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켰다. 남편에게 카톡이 온다.


"이제 출발할게, 샤워와 양치 완료. 가면서 재워서 들고 갈게."


나도 답장을 한다.


"밤수시작. 통화불가. 조심히 와."


남편은 "알겠다, 오버"라고 답장한다.


오늘 우리 콤비의 분업은 완벽했다. 첫째와 둘째도 완벽하게 밤새 잘 자주 길 바란다. 그렇담 우리와 너네 콤비도 완벽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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