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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04. 2022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중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42일째

8월 4일 목요일 덥고 습한 여름날


내가 둘째의 새벽 수유 담당이었던 날이었다. 비록 서너 시간마다 먹어야 하는 패턴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제 밤에는 자다 깨서 먹은 뒤에는 다시 잠에 든다. 아기를 키우면 새삼 깨닫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도 이 새로운 생명체에게는 다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은 밤이고 밤에는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다.


이런 당연한 것들도 아직 모르는 아기를 키우는 사이 우리 가족도 이래저래 통증을 겪고 있었다. 아내는 단유를 하면서 차오르는 젖몸살에 약간의 산후 우울증도 찾아오는 듯했고, 첫째는 아기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부쩍 엄격해진 우리에게 뾰로통을 앓는 듯했다. 나 역시 몸과 마음이 지친 데다 오늘 새벽에는 약간의 냉방병 증상이 동반되며 코로나에 재감염되는 꿈까지 꾸었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지금 가장 많이 아픈 것은 둘째일 것이다. 전에 첫째를 키울 때 알게 된 것인데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가장 키와 몸이 많이 크는 시기가 바로 신생아 때다. 아기마다 편차는 있지만 태어날 때는 3킬로 전후에 50cm 정도였다가 1년 뒤인 돌 때는 70~80cm에 몸무게도 거의 10kg이 된다. 즉 1년 만에 무려 20센티 이상이 크고 몸무게도 3배 정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신생아 때는 성장통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고 고통도 크다고 한다. 실제로 오늘도 둘째는 분명 배도 부르고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해결되어 있어도 아저씨 같은 소리를 내거나 끙끙대며 힘을 주는 시간이 늘어났다. 힘껏 자라고 있는 것이다.


어른인 나는 이제 이런 신체적인 성장통을 겪을 일은 없다. 하지만 마음에도 성장통이 있다면 분명 부모가 되는 시기에 가장 많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빠가 되는 마음의 성장통을 겪는 첫째는 오늘 동생에게 딸랑이를 흔들어주고, 책을 읽어주기도 하며 슬기로운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결국 네 식구 중에 제일 몸 상태도 멀쩡하고 건강한 성인이자 어른인 내가 힘을 내야만 한다. 나에게도 시련이지만 이 시기는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나도 우리 가족도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중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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