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44일째

by 디내누

8월 6일(토) 비 오다가 그쳤다가 동남아 날씨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른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어린 시절의 나를 계속 떠올리며 나와 우리 부모님과 내 자식과의 관계를 끝없이 오가는 느낌이다. 내 아이에게서 나의 못난 어린 시절을 만났다가 지금의 나에게서 어렸을 적 우리 부모님의 단면을 본다. 그렇게 매일 시간들을 떠돌며 나란 인간이 얼마나 덜떨어졌는지 깨닫고 또 깨닫는 일이다.


그러는 동안 33일 전 내 뱃속에서 태어나 아직 누워만 있는 우리 둘째와 눈이 마주치면 문득 부끄러워진다. 뭔가 얘는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득도한 것 같이 물끄러미 나나 남편, 오빠인 첫째를 바라본다. 그 눈빛이 때로는 꾸짖는 듯 때로는 안쓰러운 듯 "쯧쯧, 다들 사느라 고생이 많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가족과 함께일 때의 나와 사회에서의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집 안에서의 내가 더 솔직하고 뻔뻔하다. 그래서일까. 왜 집에서의 나에겐 너무나 못난 모습들이 많은 걸까. 왜 부모가 되어도 나는 확 나아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못난 내 모습을 자꾸 발견하게 되는 걸까.


특히나 신생아를 키우면 당연히 가족과 부대끼며 집 안에만 있는 나날이 늘어가기 때문에 가족들과 복닥거리며 내 민낯을 더 낱낱이 알게 된다. 안타깝게도 동시에 육아휴직을 한 남편과 나도 '당신의 이런 모습까지 알고 싶지 않았어, 나의 이런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하는 순간들이 많다. (자주 싸운다는 말을 고급지게 표현해 본 거다..)


지금은 나와 남편의 두 가지 자아가 이렇게 상충하지만 첫째가 오 년만 더 지나도 나와 남편과 첫째의 세 가지 자아가 이렇게 복닥거리며 부딪힐 거다. 그러니 나라도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미숙한 상태의 자아로 첫째의 자아와 부딪히고 싶지 않다.


애를 길러 내겠다고 낳아 육아를 하는 건데, 육아를 하면 할수록 나 자신이야말로 제발 좀 진짜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덜 자란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원석이었는데 내가 부모라 자꾸 그 빛이 잘못 가공되고 퇴색되는 것 같다. 이런 초라한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오은영 선생님 말씀처럼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우리 부부도 어느샌가 진짜 어른이 되어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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