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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08. 2022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고서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45일째

8월 7일 일요일 맑음


역시 사람은 잠을 푹 자야 한다. 어젯밤 바람을 쐬고 왔다. 자전거로 한강 근처까지 가서 강 건너편까지 달리기로 왕복하고 음료수 마시고 집에 오니 한 시간이 지났다. 잔뜩 지치고 땀에 흠뻑 젖어 곧바로 샤워를 하고 새벽 수유 담당인 아내에게 먼저 잔다고 하고 잠에 들었다. 아내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 7시 50분. 새벽에 한 번도 깨지 않고 7시간 넘게 숙면을 취한 것이 얼마만인지. 오랜만에 운동을 한 탓에 다리가 뻐근했지만 머리는 어느 때보다도 맑은 아침이었다.


아침을 활기차게 맞이하니 하루 종일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일단 새벽 수유 담당이었던 아내가 어플에 기록한 것을 보니 둘째는 새벽에 한 번만 먹고 아침까지 잠을 잤다. 물론 아내가 자기 직전에 먹이고, 아침에 내가 일어나자마자 먹이기는 했지만 어쨌건 12시 반-4시-8시 이 정도로 안정적인 패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잠을 잘 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둘째도 부쩍 예뻐진 아기 피부와 미소를 띠고 아침을 만끽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첫째와 아내가 슬슬 일어났다. 일요일이라 유치원을 안 가니까 늦잠을 충분히 잔 덕분에 첫째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내도 새벽에 모자랐던 잠을 보충한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잠을 푹 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오늘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아내와 이런저런 정보 공유를 했다. 우선 다음 주에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을 예약했고, 조만간 사려고 했던 첫째의 침대 매트리스 구매 후보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매트리스를 놓을 자리나 사이즈를 재보다가 문득 둘 다 첫째의 방 구조를 바꾸는 데에 꽂혔다. 원래부터 최근에 산 가구 배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 이참에 아예 짐을 다 꺼내고 가구 배치를 싹 다 바꿔보기로 했다.


오후 내내 아내와 나는 첫째 방의 책꽂이 2개와 옷장과 장난감 수납장과 책상 겸 수납장의 위치를 모두 바꾸었다. 일단 짐을 다 빼고 가구 위치를 옮기는 초반에는 아내와 내가 둘 다 여기에 매달려야만 했는데, 다행히 둘째는 낮잠 중이었고 첫째에게는 TV를 보여줬다. 일단 배치가 완료된 뒤에는 역할을 나눌 수 있었다. 한 명은 둘째를 먹이고 한 명은 정리를 하고 첫째는 옆에서 책을 정리(하다 말고 책을 그냥 본다던가)하는 식이다. 우여곡절 끝에 서너 시간 걸려서 계획했던 대로 가구 재배치와 정리까지 마칠 수 있었다. 한결 넓어 보이고 깔끔해진 방을 보니 마치 이사 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방 주인인 첫째도 한결 기분이 좋아 보였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 이번에는 둘씩 나눠서 시간을 보냈다. 아내는 첫째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고 영어도서관에 갔다. 나는 둘째를 보면서 집에서 뒷정리를 했다. 중간중간 서로 어떤 상황인지 공유하면서 보니 양쪽 다 아주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아내는 내친김에 저녁도 먹고 들어온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배달음식을 주문해 둘째를 식탁 근처에 쿠션에 눕혀놓고 아이컨택을 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둘째를 씻기고 수면 의식을 하고 재울 때쯤 아내와 첫째가 귀가했다. 침대에서 잠이 푹 들 때까지 지켜보다가 나오자 첫째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낮에 리모델링(?)한 방을 보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느긋하게 빨래를 개면서 드라마도 보고 5대 0으로 완승한 야구 하이라이트와 인터뷰도 챙겨보다 보니 오늘도 어느새 잘 시간이다. 둘째는 아직 자고 있다. 왠지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 잘 잘 것 같다.


군대에 있을 때 매일 일과가 끝나면 나오던 군가가 떠오른다. 그리고 내일은 유치원이 여는 월요일이다^^


보람 찬 하루일을 끝 마치고서

두 다리 쭉 펴며 고향에 안방

얼싸좋다 OOO 신나는 어깨춤

우리는 한가족 팔도사나이

힘차게 장단맞춰 노래 부르자

정다운 목소리 팔도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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