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진지며 접대소며 벙커로 짓는 이곳은 대만 냉전의 최전선, 마주!
지난 편에서는 아래 지도 9시방향 마강천후궁 (근처 마주거신상)에서 7시방향 철보를 돌아보았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6시방향의 대한거점과 12시방향의 승리산장를 둘러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거점은 지난 번에 소개드렸던 북해갱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어제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갈매기 떼(?)들이 오늘은 잘 보이네요.
사진만 보면 무슨 먹을 게 있어서 저렇게 떼거지로 몰려들었담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모형일 뿐이라는 거 ㅎㅎ
난간여객중심 南竿遊客中心
이 갈메기 떼 반대편, 즉 대한거점과 북해갱도 사이에는 난간여객중심 즉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여러모로 매우 유용합니다.
Nangan Visitor Center
No. 95-2, 仁愛村, Nangan Township
몇 가지 긴요하게 쓰일만한 포인트들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1) 에어컨이 나와서 시원함 (더위에 지친 심신에 휴식을...ㅎㅎ)
2) 락커가 있음
마침 체크아웃해서 짐 둘 곳이 애매했던 케빈님 짐을 여기다 맡김. 심지어 짐 찾아갈 때 돈도 반환해 줌!!
3) 핸드폰 충전대가 있음
배터리 떨어지신 분은 여기서 휴대폰에게 밥을...
4) 여행 안내 책자를 종류별로 구할 수가 있음
마주섬의 남섬, 북섬 뿐만 아니라 자그마한 섬들의 자세한 안내책자를 모두 구해볼 수가 있고 심지어 대만의 기타 여행 안내 책자도 비치해 두고 있음. 여행 초기에 여기 들러서
5) 비상약을 제공해 줌
마주섬에는 병원이나 약국이 잘 없어서 약 구하기가 참 힘든데, 여기 안내데스크에 얘기하면 무료로(!) 응급처치약을 제공해 줌..
케빈님이 손가락을 다쳐서 진통제가 필요했는데 여기서 몇 알 받아서 너무 고마웠음~
6) 맛있는 밥을 먹을 수가 있음
2층에는 식당 겸 면세점 같이 생긴 상점이 있는데 간단한 쇼핑과 식사가 가능함.
다소 휴게소 같이 생겨서 별 기대 안 하고 허기 좀 채우려고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폭풍 흡입 ㅠ_ㅠ
심지어 점원도 친절하고 프레젠테이션도 엄청 깔끔하게 나옴! +_+ (자세한 맛집? 후기는 뒤에서...)
나열해보니 정말 약방의 감초 같은 곳이었네요...
예상치 않은 곳에서 보물이라도 찾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ㅎㅎㅎ
무료로 이용가능한 락커와 핸드폰 충전대
대한거점 大漢據點
어딜 가나 친절한 관광 안내 표지판...
가이드북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네요~~ㅎㅎㅎ
요약하면, 북해갱도가 침투를 위한 비밀 선착장, 철보가 섬으로 침투하는 공작원을 방어하는 시설이었다면,
대한거점은 섬에 근접하는 적 함선을 막기 위한 요새라고 보면 되겠네요...
규모도 1층인 북해갱도, 2층인 철보에 비해 더 큰 3층!!
저 앞에 보이는 절벽이 요새라고 하면 믿어지시나요??
대한거점의 입구는 미약하나 속은 창대하리니...
누가 보면 절벽에 그냥 초소하나 달랑 붙여놓은 것처럼 보일듯 ㅎㅎ
대한거점 입구의 바나 건너편에 보이는 저 터널이 바로 북해갱도..
몇 십년 전, 저기서 대륙으로 침투 명령을 받은 정탐선이 출몰했겠다고 잠시 상상해봅니다.
입구 옆에는... 뜨헉! +_+
엄청난 수의 바다 바퀴벌레인지 뭔지....
사람이 다가가면 갑자기 순식간에 자리를 비키는....~_~
다소 익살스런 입구 앞 경고문...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주의하라네요...
그야말로 동굴이네요...
3층으로 되어 있는 대한거점..
맨 아래층은 4대의 함포 및 탄약고가 있고 2층은 사병 막사 및 기관총실, 맨 윗층은 지휘본부가 있었다고 하네요..
다행히 휴전선에 있는 땅굴보단 높이가 높아서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걸을 수 있던 게 참 편했다는... (한 2m는 되었던듯)
(다만 물이 많이 떨어지는 지 안에 물웅덩이가 있어서 신발 신고 오신 분들은 지나다가 젖을 수도..)
이 통로를 주욱 따라가면...
대함사격포대가!!
벽에는 포의 사거리와 각도가 나와 있네요.
적함식별도..
구축함과 순양함이 급수별로 나와 있네요
잘은 모르지만 배수량에 따라 1만 톤 이상은 순양함, 4천~1만톤은 구축함으로 구분한다고 하네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순양함 급은 없다는 얘기가 있던데... 해양대국이 아니면 보유하기 힘든 급인가 봄...)
세월의 힘을 말해주듯 여기저기 녹이 슨 포신...
적함이 나타나면 병사들이 양 옆의 핸들을 죽기살기로 돌려서 상하좌우 각도를 맞추고
발포 신호에 맞춰 정신 없이 화염을 뿜어댔을 모습을 그려봅니다..
발포! 쾅~!
저 망망대해 어딘가로 검은 그림자가 등장했을 때의 오싹함이란...
ㅎㅎ 이건 정부군이라기보단 반군에 가까운 모습이네요 ㅎㅎㅎ
포즈가 좀 엉성하긴 하지만 모자가 밀리터리 룩이어서 그런지 묘하게 어울리네요 ㅎㅎ
벽에 보면 구경 90mm에 분당 27발을 쏠 수 있다고 적혀있네요..
최대 사정거리는 13,000야드 (약 1km), 고도는 11,800야드
저기 적함이 나타났다~!!!
끼릭끼릭 각도 조절 후,
발사!!
예전 지휘통제실이 있었던 공간에는 이런식으로 당시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네요.
탄창고에 적재된 포탄들..
난간여객중심
더위에 지친데다 허기가 져서 아까 위에서 잠시 소개했던 난간여객중심으로 컴백~
일단 바로 목부터 축이려고 음료 메뉴를 봤더니 추천 메뉴에 '푸른눈물'이란 음료가 딱!!
그래서 주저 않고 바로 시켰더니 이런 비쥬얼!!
와우~ 훌륭하네요~ 얼추 진짜 푸른눈물과 굉장히 닮은듯~
휘휘 저으니 오른쪽 같이 변신~
외국인 여권을 제시하고 설문에 답하면 공짜 음료도 준다네요 ㅎㅎ
근데 대륙사람은 안된다능...ㅠ (즉 외국인이 아니란 뜻이겠죠...@@)
식사하고 있던 커플이 뭐 먹고 있나 봤는데 너무 맛있어 보여 시킨
와인 소스 비프 정식 세트~
아무 기대도 안 했건만 역시나 훌륭한 비쥬얼에 더 훌륭한 맛 ㅠㅠ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아서 그런가
색깔 밸런스도 글쿠 영양 밸런스도 고기 채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었던 한 끼!!
이건 마주식 햄버거라고 해서 시켜봤는데,
대만식 달걀 부침개인 '딴삥(蛋餅)에 소금간을 한 뒤 빵으로 싸서 줬네요...
케챱은 온데간데 없었지만 촉촉한 계란과 나름 잘 어우러진 묘하게 맛남~!
팔보채는 아닌데 뭔가 이름이 '여덟까지 보석이 들어간 팥빙수'이어서
이름값하나 궁금해서 시켜본 메뉴~
대만식 팥빙수~
오전에 구경했던 마주거신상의 바로 그 '마주'
북섬으로 가는 2시 배를 타야 하는 관계로,
바로 다음 행선지인 승리산장으로 고고~~
시간이 좀 남으면 들러보고 싶었지만 스킵한 마주개수공원(馬祖介壽公園) 안의 마주민속박물관
박물관 맞은편의 승리저수지(勝利水庫)
저 멀리 보이는 게 바로 승리산장
바로는 갈 수 없어서 빙~ 둘러서 갯벌을 지나 승리산장으로~
정면 반대편 산 아래 보이는 게 바로 승리산장
이 갯벌은 국가에서 지정한 청정습지라고 하네요..
게들이 많이 출몰하는 모양 ㅎㅎ
요기다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갈라고 했는데 은근히 거리가 멀어서
오토바이를 몰고 이동~
승리산장(勝利山莊)
마주섬을 방문한 국가 고위 간부 접대를 위해 만든 회관이라고 하네요. (자세한 설명은 아래 안내 표지판 참조)
아직도 국방부 관할 하라서 당일 참관 가능여부를 사전에 체크하라고 되어 있는데 가니까 관리인은 (글자 그대로) '아무도 없어서' 홀연히 들어가서 구경하고 홀연히 나왔다는....
특이한 점은 이 회관도 갱도를 파서 만들었는데... (잔치 중에 공격 받아도 끄덕 없으라고 그랬는지;;)
이 동네는 뭐만 하면 암벽에다가 갱도를 파네요... 북해갱도를 시작으로 대한거점, 승리산장 그리고 다음 편에 소개할 88갱도까지...
승리산장 입구
입구 커튼만 없으면 회관이라기보단 벙커에 가까워 보이는 외관
입구 양 옆에 붙어 있었던 마주섬을 익살스럽게 그린 캐리커쳐
모던 버젼
클래식(?) 버젼
그림 중에서 CPR하는 부분이 있는데... 보고 깜놀했다능 =_=;; 유머러스함에 감탄해야할지...;;
접객실
가운데 총통이든 사령관이 앉아서 손님을 환영하거나 부하들 노고를 치하하던 곳으로 보이네요~
근엄한 포즈로 한 장씩~
게 누구 없느냐!
연회과 벌어지는 연회장/식당
영락없는 군 회관이네요... 군대시절이 새록새록...
그 외에도 섬과 관련된 각종 군사 기록/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더라구요.
이건 현 대만 총통인 차이잉원(채영문) 2017.01.26 섬 방문 기념사진
주둔 사령관이 쓰던 책상
지금은 군사적 중요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소싯적에는 사단장(소장)급이 사령관으로 오던 군사 요충지였다네요..
섬에서 사용했던 포탄과 보관 상자
예포로 쓰이는 장식용 75산대포
이제 남섬의 주요 명소는 대부분 다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88갱도를 보기 위해 이동~
거리 중간중간 보이는 군 선전용 기념비들
그리고 장개석 동상...
사실 장개석은 어찌보면 박정희와 비슷하게 독재자로서 논란이 있는 인물인데,
대만은 아직도 여기저기서 장개석의 동상이며 흔적을 볼 수 있는 것은
박정희 관련 기념관, 동상의 건설조차에서도 논란이 많은 한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네요.
아마도 장개석의 아들인 장건국이 대를 이은 대만과 달리, 쿠데타를 통해 또다른 독재정권이 들어서 박정희의 레거시를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절찬 상영중인 영화 '택시운전사'에서처럼 광주 민주항쟁 등 독재에 대한 격렬한 저항과 잔재 청산이 이유일 수도 있겠구요...
박정희와 장개석의 차이라면,
박정희는 친일을 하다가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이 되어 경제재건에는 성공하였지만, 독재로 또 한 번 오명을 썼으나,
장개석은 항일을 해서 영웅이 될 뻔 했으나 정권이 부패하며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도피하여 독재정권을 구축하는 한편 '대륙 탈환'이라는 명분을 버리지 못해 대만의 경제 재건은 더디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네요. (이후 아들 장건국에 의해 대만섬 전역에 대한 경제 기반이 닦이기 시작)
즉,
공통점: 카리스마 독재자, 반공정신
차이점: 친일/항일, 경제재건여부 및 방식 (한국은 대기업 위주 / 대만은 중소기업 위주)
박정희, 이승만만큼 의견이 분분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역사적 인물임에는 틀림없는
세기의 풍운아, 장개석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명당에 동상을 세워놨네요...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이었으니 장개석의 지위도 굳건했었음을 생각해본다면 그리 무리도 아니네요...
내려가는 계단은 뭐 이리 복잡 @@ ㅎㅎ
그럼 2시 북섬행 배를 놓치지 않기 위해
88갱도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오토바이 바퀴를 굴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