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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Aug 14. 2017

[대만 마주섬 여행(7)] 술냄새 진동하는 88갱도

장시간 머물면 취해버릴 것만 같은 술 갱도, 실은 마주섬 특산품 본거지!

승리산장을 보고 나니 어느덧 오후1시경..
북섬으로 가는 2시 배를 타야 내일 타이페이로 돌아가기 전에 북섬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남섬의 마지막 일정인 88갱도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저곳이 바로 저희가 북섬 가는 배를 탈 항구

88갱도는 항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오토바이로 약 10분 거리의)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Tunnel 88

南竿鄉介壽村

상세보기

이쯤에서 대만 짬(?)이 좀 되시는 분들이나 대만 까르푸 술 코너에서 기념술 골라보신 분들은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음을 눈치채셨을텐데...
바로 대만에서 진먼(金門, 금문) 고량주와 쌍벽(?)을 이루는 고량주 브랜드 이름!
이름하여 八八坑道 (팔팔갱도)...


처음 이 브랜드를 접한 것은 춘절에 회사 동료 집에 年夜飯('녠예판'이라고 하는 춘절 전야 식사) 초대 받아서 갔을 때 선물로 받은 것이었는데 그 땐 대체 왜 고량주 이름이 '갱도'를 하고 있을까 했었는데,
그 오랜 궁금증이 드디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대만의 유명 고량주 브랜드는 금문도와 마주섬, 둘 다 섬에서 나온 격인데... 
주조 후 대만섬으로 운반도 번거롭고 할텐데 왜 하필 멀리 떨어진 섬들이 산지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네요.

여튼 금문도는 진먼 고량주, 마주섬은 팔팔갱도..
마주섬은 특히나 갱도가 유명했는데 심지어 고량주 이름에도 갱도가 붙었다는...ㅎㅎㅎ
(참고로 중국 대륙과의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두 섬 다 군사시설이 많았는데 마주섬이 갱도로 유명한 것처럼 금문도는 포탄 탄피(?)로 만든 칼이 그렇게 유명하다고 하네요... 나중에 가면 기념품으로 하나 구해보고 싶네요~)

88갱도는 입구부터 이건 뭐 놓칠 수가 없겠네요... 
비쥬얼적으로 술독도 술독이지만 지나가는데 아주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는... @ㅇ@

역시나 우리의 여행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믿음직스런 (한글 딸린) 안내판!!
1> 처음에는 해적 피신용 동굴로 사용되던 것을
2> 1974년부터는 군사시설로서 항구와 비행장을 잇는 병력 및 전차 통로로 사용되다가
3> 냉전 종식 이후 중화텔레콤 (한국으로 치면 SK텔레콤 정도 되는 대만의 한국통신) 기지국으로 잠시 쓰인 뒤
4> 1992년 국방부에서 정식 양도한 이후에는 현재와 같은 양조장으로 변모한..

나름 굴곡(?)의 역사를 지닌 갱도...
그럼 대체 이름은 왜 88인 것일까?
척척박사 우리 안내판이 해답을 주네요...
바로 장개석의 88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당시 마주섬 방위 사령관께서 '88'로 명명하였다고... 
(참, 윗분에게 애지간히 싹싹하게 잘 하시고 싶었던 모양..ㅎㅎㅎ)

땀에 쩔은 빨간 티셔츠가
술에 쩔었을 항아리 덮개와 묘하게 잘 어울리네요 ㅎㅎㅎ

정말 갱도 입구부터 알싸한 술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동굴의 특성상 높은 습도에 서늘한 온도가 술 보관에는 적격이어서 이곳에서 술을 보관하게 되었다고...

안에 들어가면 정말 찌는듯한 바깥 날씨와는 딴판으로 서늘하더라구요~ 
다만 천장에서 찬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서 정신이 번쩍!

한켠에는 이렇게 술독을 재래식으로 보관/양조하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런 현대적 양조 시설도 있더라구요..

한 번 쉬익 둘러보면서 모델 워킹~ㅎㅎㅎ
등짝이 땀에 흠뻑 젖어있는 건 함정 ㅠ

고걸 또 센스 있게 잘 찍어주신 케빈님 (역시 환상의 여행 파트너!!)

88갱도는 군사시설이 아닌 갱도라는 점에서 특이했지만 
아직 섬이 관광화가 덜 되어서인지 구경 외에 딱히 더 할만한 건 없었네요~
한 10분 정도 휙 둘러보고 오기 좋은...
술을 시음하거나 파는 기념품점조차 없더라구요... 안내하는 사람도 없고...
입장료 없고 있는 그대로 구경할 수 있어 저는 좋았습니다. 
너무 요란하게 별 것도 없는데 관광화 돼서 얄팍하게 입장료 받는 곳보다는 이게 훨씬 나은듯~!! :)

다시 항구쪽으로 기수를 돌려 가다가 찍은 마을 중심에 텃밭...ㅎㅎㅎㅎ
마을 중심 한 가운데에 광장도 아니고 이런 거대한(?) 텃밭이 있는 게 좀 재밌어서 찍어봤습니다. (저 앞은 읍사무소라도 되려나요?!)

원래는 시간도 점심시간이고 구경도 좀 할 겸 항구 근처 재래시장에서 요기나 할까 했는데
안타깝게도 올해 말까지 개보수 공사라고 해서 쥐쥐...ㅠ

배 탑승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어서 기념품 샵에 잠깐 들러보았습니다.
역시나 이곳 특산품인 고량주...

이건 마주 고량주네요..

저희가 방금 들렀었던 88갱도에서 만든 88갱도 고량주 
마주고량주보다는 인지도가 있어 그런지 값이 배는 더 비싸네요 +_+

그 외 도자기 병에 담겨 나오는 좀 더 하이엔드 고량주

요게 또 선물하기엔 나름 괜찮은데
전 총통 취임 기념 한정판 빈티지(?) 고량주ㅎㅎㅎ
전 총통이었던 마잉주 기념 고량주 (좌), 그리고 현 총통인 차이잉원 고량주 (우)
(참고로 대만은 한국과는 달리 부통령제여서 꼽사리로 부통령 사진도 같이..ㅎㅎㅎ 좌측이 총통, 우측이 부총통)

자, 그럼 남섬 여행 잘 했으니 이제 북섬 여행하러 떠나볼까요~!?

원래 저 사진의 배인줄 알고 탔는데 (사실 승무원이 그렇게 안내) 알고 보니 그 배가 아니라 앞배였다는;;
다시 내려서 맞는 배 타기 위해 대기중...

남북섬 셔틀선 내부 모습..

잘 있어라 남섬!
기다려라 북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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