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닷 Aug 25. 2017

[대만 생활] 타이페이 유니버시아드:한국v대만 농구관전

한국의 한일전만큼 대만에서 뜨거운 한국 대항전 그 용광로 인사이드 체험기

타이페이는 요즘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한창입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대학생들의 올림픽이라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지난 대회는 2015년 무려(?) 광주에서 열렸다는 사실! 과연 몇 분이나 아실런지...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로고와 마스코트 '누리비'


대만은 중국과의 국제정치외교적 이슈 때문에 정식 국호인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 R.O.C)' 또는 '대만(Taiwan)'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고 'Chinese Taipei'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Chinese Taipei 문양


예전에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수상식 때 대만 국기와 국가가 아닌 Chinese Taipei 문양기가 게양되고 국가 대용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마치 손기정 선수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소 마음이 짠 하더라구요.. (양안관계와 국기에 얽힌 보다 자세한 스토리는 여기

그렇기 때문에 국제 대회를 대만에서 유치한 것도 정말 보기 드문 일이라고...
이번 대회 공식 엠블렘은 타이페이(台北, 대북) 중 '북'을 뜻하는 北와 오륜기의 다섯 색상을 형상화하였고,
마스코트는 '반달곰'이네요~

그러고 보면 일본 쿠마모토 현을 따라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대만 관광청의 공식 마스코트, 오베어

(OhBear), 현지어로는 오쑝(歐熊)도 반달곰이네요...

대만 사람들은 정말 반달곰을 좋아하나 봅니다...ㅎㅎㅎ

대만 관광청 공식 마스코트, '오쑝'


내년엔 이태리 나폴리가 바통을 이어 받네요~

어제는 한국 대 대만 야구경기가 있었는데 한국이 대만을 6:3으로 누르는 쾌거를!
다만 현지에서는 양궁, 태권도, 야구, 농구 등 한국과의 경기는 뉴스에도 특별히 다룰 정도로 대만인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종의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그다지 의식하는 거 같지 않지만...ㅎㅎㅎ)

운 좋게도 대만 주재원 지인 분께서 어렵사리 한국 대 대만 농구 경기 티켓을 구해주셔서
부랴부랴 퇴근하고 Taipei Arena (小巨蛋)으로 향했습니다~

철저한 보안 검색을 통과하니 
이미 경기가 시작했는지 함성이 삐져나오는데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면서 한시라도 빨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어
경기장으로 들어서니 펼쳐진 광경~!! +_+ 와우~ 
만.투더.석.

기가 막히게도 농구 골대 뒤여서 경기장의 멋진 모습을 파노라마로 닮을 수 있었네요~

그나저나 함성이 ㄷㄷㄷ...
(문득 한일월드컵 때 현장에서 느껴졌을 붉은악마들의 응원은 어땠을지 상상이 안 됩니다...)

엄청난 대만 홈 관중 속에서도 태극기 휘날리며 꾿꾿이 응원해 볼까요~~

초반엔 대만이 치고 나갑니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한국팀이 당황했는지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작전 타임 때는 파도타기도 하더라구요~

파란색 유니폼이 한국, 흰색이 대만.

대만 선수의 3점슛이 들어가니 곧바로 터져나오는 우뢰와 같은 함성!

전반은 대만선수의 3점 버져비터로 마무리... 42-43 한국이 1점차로 뒤진 채로 전반을 마쳤습니다.
(이걸 비디오로 담았어야 했는데 넋 놓고 있는 차에 그냥 들어가 버렸네요 ㅡㅡ;;)

하프타임 쇼는 중화항공 치어리더 언니들의 공연...

잠시 화장실 가는 길에 본 스팔딩의 드리블 게임..
한국 여자 농구 선수 분이신가 본데 드리블 엄청 잘 하시더라는...ㄷㄷㄷ

포토 타임을 갖는 대만 관중들

대만에서는 대만국가대표를 中華隊(쭝화뚜이)라고 부르는데
농구팀 마스코트는 소인가 보네요~

저희를 초대해주시고 자리까지 맡아주신 지인 부부와 한 컷!

3쿼터에는 12점차까지 벌어지며 좀 밀리는가 싶더니
(여기서 한국 감독 분의 계속된 심판 판정 항의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더니 기어이 퇴장을 당하고 맙니다ㅠ 대만관중들은 아주 신이 났더라구요;)

작전타임에 할 거 없으면, 자꾸 파도타기 시키는 진행자분 ㅎㅎ


그렇지만 감독 퇴장의 초강수에 자극 받았는지 꾸준히 득점기회를 살린 한국이 5점차 리드로 다시 달아납니다.
소수이지만 한국응원단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을 응원해 봅니다...(만 득점하는 대만ㅠ 그리고 대만 관중의 환호성에 묻혀버렸다는...ㅠㅠ)


경기는 4쿼터까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 정말 손에 땀을 쥐는 경기...

그렇지만 막판 뒷심 부족인지 슛이 번번히 빗나가며 대만팀에게 다시 리드를 내주고 맙니다...

경기 종료를 얼마 안 남기고 대만팀의 득점...그리고 바로 터져나오는 관중들의 함성...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3점슛으로 따라가 보지만

76-80...
끝까지 분전한 한국팀이었지만 마지막 3점슛이 불발되고 리바운드를 뺏기면서 그렇게 경기는 종료...
대만 관중들 아주 신이 났네요... 어제 야구도 진 데다가 오늘 양궁에서도 남녀가 한국에 금메달을 뺏기면서 한국팀에 대한 '한(?)'을 드디어 풀었네요...
(심지어 어떤 관중의 '擊敗韓國人(한국인을 격퇴하자)'라는 다소 과격한 플래카드를 들고 있더라는 ㅎㅎㅎ 아니 한국도 아니고 왠 한국인을...;;)
참고로 한국은 이 블로그를 쓰는 현재 금메달 23개로 종합1위를 달리고 있고 이를 일본, 대만이 뒤쫓고 있다고 하네요~

게다가 대만은 이틀 전 멕시코를 상대로도 90-88로 짜릿한 승리를 맛본지라 연승의 기쁨은 두 배였을듯!

ㅠㅠ 정말 아쉽네요...
감독의 퇴장, 뒷심 부족이 아쉬운 대목이었지만 그래도 일방적인 응원에서도 한국팀, 끝까지 포기 않고 잘 싸워줬습니다!

경기 끝나고 다 같이 한 컷~

경기는 졌지만 여러모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엎치락뒤치락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도 좋았고 대만 관중들의 힘찬 함성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전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역시 홈 어드벤티지는 어쩔 수 없네요~)

다만 대학 레벨 경기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심판이 휘슬을 너무 자주 불어서 경기의 흐름이 끊기는 듯한 건 좀 아쉬웠습니다. 
(트래블링 이렇게 많이 나온 경기는 또 처음 봄...)

한국은 본선 진출에 안타깝게도 실패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대만팀이 선전해서 좋은 결과를 맺길 기원해 봅니다~!

* 에필로그
다음 날 아침 아주 대대적으로 드디어 한국을 이겼다고 보도... (만약 한국이 이것마저 이겼으면 경기장 분위기 살벌할 뻔;;)

- 경기 관련 기사: http://naver.me/Gpvjvohn

- 경기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b8cN0R9goMU


매거진의 이전글 [대만 마주섬 여행(7)] 술냄새 진동하는 88갱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