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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Aug 06. 2017

[대만 마주섬 여행(5)] 마주거신상, 철보

마주섬을 지켜주는 바다의 수호신과 냉전 최전선의 긴장감이 서린 철의 요새

마주섬에서 첫 아침이 밝았습니다.
2박2일의 타이트한 일정인만큼 원래는 나름 일찍 (늦어도 한 8시쯤) 일어나서 
좀 여유롭게 섬을 둘러 볼 생각이었으나...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는 ㅠ 
케빈님도 간만에 푹 자라고 그냥 두는 바람에 ㅎㅎ
어정쩡하게 9시에 깨서 짐 정리해서 체크 아웃하고 바로 오늘 일정 시작!!

다행히도 날씨는 화창하고 좋네요~

저희가 묵었던 민박집..
저 집을 7만원에 통째로 빌렸다능 ㅎㅎ

서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진샤마을에서 시작해서
저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주요 관광명소들을 오토바이로 돌아보기로...

각 장소에 대해서는 차례대로 목차별로 설명 드리도록 할게요~
1. 진샤마을 (津沙部落) - 출발!
2. 마주거신상 (媽祖巨神像)
3. 철보 (鐵堡)
4. 대한거점 (大漢據點)
5. 승리산장 (勝利山莊)
6. 88갱도 (八八坑道)
7. 푸아오항 (福澳港) - 오토바이 반납 후 북섬으로!


마주거신상 (媽祖巨神像)

마강 천후궁 근처에 위치한 마주거신상까지는 섬 서쪽 해안선을 따라 나 있는 도로를 달렸습니다.
도로라고 해도 전 편에서 잠깐 말씀드렸던 것처럼 마주섬은 평평한 섬이 아니라 산이 많아
이렇게 산에 나 있는 좁은 1차선 도로를 따라 가야 합니다.

저 멀리 55거점(실제로 저 위에서 찍은 사진은 여기 클릭)의 야외 데크가 빼꼼히 나와 있네요~ 
움푹 파인 만 왼쪽에 진샤마을이 있습니다.

파노라마로 보니 55거점과 진샤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블로그를 위해 열일(?) 중인 작가님 ㅎㅎㅎ

어제 밤에 불빛 하나 없을 땐 무시무시하기만 했던 길도
햇빛이 비춰주니 너무도 러블리한 길이었다능~ㅎㅎ
(케빈님은 무슨 강도 같이 나왔네요 ㅎㅎㅎ;;)

저~~ 멀리 빼꼼히 튀어나와 있는 석상이 바로 천후의 거신상
천후신은 중국 신화에서 바다를 관장하는 여신인데요. 
그리스 신화의 '포세이돈' 같은 역할이라고 하면 좀 이해하기 쉬울까요?
그래서 바닷가가 있는 곳은 어김없이 이 천후궁이 있고 
4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쌓인 대만에서는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다는...

바다를 지그시 내려다 보는 듯한 천후거신상...

가는 길에 목도 축이고 신선 놀음 좀 할 겸 
승천(셩톈) 공원이라는 곳의 고즈넉한 정자에서 숨을 돌립니다.

참 고맙게도 표지판에 설명이 자세하게 한글로도 적혀 있어서 자세한 설명은 한 번 읽어보시길~
송나라 건축 양식을 따라 1990년대에 지어졌고 바로 앞에는 자그마한 댐과 저수지가 있네요.
주변이 어두워서 밤에 별과 밤을 바라보기 좋다고 하네요~


작지만 나름 댐이라는...

댐이 가둬둔 물로 생긴 저수지~

어제 저녁에 이 댐을 건넜을 때랑은 분위기 사뭇 다르네요... 
그 때는 으스스 귀곡산장 느낌이었는데 말이죠~ㅎㅎㅎ

거꾸로 들어왔는데 여기가 승천공원의 입구

마주섬은 반공전선의 최전방이었던만큼 이런 선전문구가 곳곳에...
'실천삼민주의'
참고로 삼민주의는 손문(쑨원)이 외쳤던 민주, 민권, 민생
케네디가 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연설의 뿌리도 결국 같은 거였을까요?
이런 걸 굳이 없애기 보다는 역사의 일부로 남겨둠으로써 마주섬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가 된 것 같아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었네요~

드디어 거신상 아랫부분에 도착!
저쪽에는 군함으로 추정되는 배가 정박되어 있네요.

이 건축물은 마주섬의 다른 건축물과는 다르게 좀 '모던'한 느낌이랄까?
궁전에나 있을법한 용 문장이 새겨진 가파른 계단(저걸 언제 다 오르나 =_=;)을 오르기 전에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는 커다란 배를 형상화한 지붕 겸 데크를 아래서 올려다 보면
그 스케일의 웅장함에 압도됩니다.
(이런 조그만 동네에 저런 건축물을 만들어 놓다니!!)

헥헥...

저희가 올라오기 시작한 곳이 까마득하게 보이네요~
멋진 경치를 배경에, 멋진 포즈의 케빈님

마주섬의 스케일 치고는 다소 과하게 웅장한 감이 있는 스케일
그래도 섬의 군사적인 배경을 생각해보면 군함을 연상시키는 컨셉으로 얼추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계단 위까지 올라가면...

이런 뷰가 펼쳐집니다.
사방의 전경이 보이도록 탁 트이게 개방형으로 설계한 센스!! +_+

배의 아랫부분 위로 올라 갑판(?) 위로 올라오면,
인자한 모습의 천후상의 스케일에 압도!!@@
두둥!

앞에 있는 사람과 비교해보면 그 높이가 20~30m는 족히 되어 보이네요~

마주섬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끄덕 없는 존재감...

얼굴 도장!

시원하게 펼쳐진 갑판(?) 위
정말 여기 설계한 분... 센스 하나는 갑이신듯! +ㅇ+

갑판의 난간에는 교토의 청수사처럼 이렇게 각종 메세지를 적은 패들이 주렁주렁~

거신상 앞 덱에서 바라본 주위 전경들...
저기 보이는 게 바로 '마강천후궁'입니다.

좀 더 멀리 떨어져서 바라본 거신상...
그 옆에는 갑판 아래쪽으로도 채광이 비쳐질 수 있도록 유리창을 뚫어놓은 센스에 또 감탄 ㅎㅎㅎ

천후상 주위는 이런 요괴(?)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보통 절 가면 보이는 4대천왕 같은 느낌의 수호신 같은 역할이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일본 닛코에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이자 사찰인 도쇼구에 가면 눈, 귀, 입을 가린 원숭이가 있는데 
바로 요고.
듣는 것, 말하는 것, 보는 것을 조심하라는 내용인데

마주섬의 요괴들은 여신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므로
망을 잘 보고, 잘 듣는 컨셉이더라구요~

케빈님과 요괴는 눈싸움 중?! ㅎㅎㅎ

자, 이제 '마강 천후궁'(지도 9시방향)을 보고 다시 서해안 길을 따라
출발지였던 진샤마을(지도 8시방향)을 거쳐 다음 행선지인 '철보'(지도 7시방향)로!

진샤마을 앞 행정구역 표지 비석
롄쟝셴 난간샹 진샤춘 
련강현(우리나라 '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 남간향 ('군' 정도 되려나요?) 진사촌 ('면')


철보 (鐵堡)

마주섬을 여행하면서 가장 편하고 고마웠던 게 바로 이 표지판!
비록 영어, 일어, 중국어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그래도 모국어만큼 편한 게 있겠습니까!
거의 오지도 않는 극소수의 한국 관광객을 위해 이리도 친절히 한국어 안내표지판을 만들어준 관광청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
설명을 너무 잘 해놓아서 가이드북이 따로 필요 없더라구요~! 감동!! 

고마우니까 스티커 하나 준다!!

아래 사진 보시면 설명이 잘 나와 있지만,
해안 경비를 위해 만든 '갱도식 보루' 즉 요새라고 보시면 될듯?!

철보는 전날밤 푸른눈물을 보기 위해 왔던 곳이기도 한데요...
밤에는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푸른눈물이 보이면 대략 이런 모습!

낮에 오면 이런 모습~

여기도 얼굴 도장!

다소 가파른 계단을 내려 가면 암초섬을 이렇게 다리로 연결하여 접근하는데...


태풍이라도 오거나 밀물 때 거친 파도라도 치면 정말 (특히 밤에) 무시무시할듯.. =_=;;;

케빈님, 무슨 해적의 요새라도 지키는 보초병 같네요 ㅎㅎ

자 그럼 따라 들어가 보실까요~~~?!
북해갱도에 이은 남섬의 주요 핫 플레이스!

개봉박두!

위 안내판에도 적혀 있었지만, 철보는 '갱도' 형식으로 긴 터널을 중심으로 양 옆에 근무병들이 머물던 숙소시설이 있고 
그 위는 간단한 체력단련시설 및 경비/보초 진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건 물 보관함.
아마도 식수까지는 모르겠고, 샤워 등을 위해 저장해놓은 용수일듯?!
(이걸 또 사병들이 일일이 길어왔을 생각을 하니...눙물이 ㅠㅠ)

이건 화장실 (작은 거 전용)

안은 무슨 수족관이랄까 수용소 같은 느낌...
굉장히 습해서 물기가 많더라구요... 
이런 곳에서 복무했을 당시의 군인들의 노고가 사무치게 와닿더라구요 ㅠ

지휘통제실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

사병들 침소....
그 땐 침낭 같은 걸로 좀 더 아늑(?)했을진 모르겠지만 지금 보면 그냥 수용소와 다를 게 없어 보일 정도로 열악하더군요...
가림막도 없고 그냥 맨 시멘트...ㅠ

좀 더 안쪽에 있었던 큰 일 보는 화장실...

병영공간을 지나 갱도를 계속 따라가면...

관광도 실전같이!

진지가 나옵니다~

유사시에는 진지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위로 나있구요...

이 구멍을 통해 격발..

하루 종일 이런 빛도 잘 안 들어오는 공간에서 바다를 보며 경비를 서고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다시 한번 숙연해지는 순간입니다...
냉전의 적나라한 일면

갱도 위쪽에서 섬을 바라 본 모습은 이런 모습 
그나마 화단 같은 게 있어서 좀 덜 삭막해 보이네요..

바닷가 쪽을 바라 본 모습

저 옆으로 마을이 보이네요~
중국과 첨예하게 대치 중이던 시절에는 이쪽으로 인민군들이 자주 출몰해서 군견까지 배치하였었다고 하네요~!

당시로 돌아가 경계를 섰다면 진지 안에 들어가 이런 식으로 적의 동태를 살폈었으리라...

마지막 사진은 좀 밝게 브이!

작지만 인상 깊었던 철보 투어...
이런 역사 유적지를 입장료도 받지 않고 이렇게 잘 관리하고 있는 건,
대만 관광의 매력 중에 하나죠~ (사실 대만에 역사 유적지가 거의 없긴 하지만 그나마 있는 곳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이 많다는~)
물론 그 정도로 관광화가 안 된 섬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요~
실제로 마주섬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곳은 북해갱도가 유일했었음..

이제 대한거점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진지를 보러 이동~!!
(이건 가는 길에 찍힌 실제 군부대 게이트... 어떤 건물을 찍다가 헌병한테 사진 찍지 말라고 주의 받음... 어딘가 숨어서 매의 눈으로 보고 있었더라는!!ㅎㅎ)

대한거점은 철보처럼 총으로 지키던 거점이 아닌 거대한 포로 지키는 진지...
과연 어떤 곳일지 다음 편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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