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 속 군인들의 피와 땀이 푸른 눈물로?!
매번 적는 문체가 좀 식상해서 오늘은 그냥 문체 좀 바꿔볼게요 ㅎ
남섬 도착 후 페리 여객터미널에서 오토바이를 빌릴 때
이 동네에서 제일 볼만한 곳이 어디냐니까, '북해갱도'란 곳으로 추천해주심.
예약까지 가능하냐니 된다고 하길래 오늘 오후로 예약해 달라고 말씀드림.
그랬더니 10시반이라고...
대뜸! 아주머니! 오늘이라고 했자나요!!
그랬더니 아주머니왈. 그래! 오늘밤 10시반!!
두둥! 투어를 그렇게 밤 늦게까지!! +_+
일단 '갱도'라고 하니 무슨 터널일텐데... 뭐인고 하니..
(아마 이거 왠만한 사이트 뒤져봐도 찾기 어려울듯 ㅎㅎ 아마 가이드북에도 안 나와있지 않을까 싶음)
북해갱도(北海坑道)는 대체 무엇일까
- 민국57년(대만은 중화민국 건국년도인 1911년을 원년으로 연호는 '민국'을 써서 나타냄. 즉 1968년) '북해계획'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중공이 있는 대륙으로 몰래 배를 침투시키기 위해 마주 남섬인 난간의 북쪽 해안에 지하 갱도 형식으로 만든 선박장
- 즉 육지쪽 산 밑턱에 구멍을 뚫어 반대편 바다쪽으로 빠져나가도록 만든 갱도는 총 700m 길이에 달한다고 함
- 갱도 내 육지부분을 제외한 수로는 높이 18m / 폭 10m / 길이 640m / 밀물 수심 8m, 썰물 수심 4m
- 수로는 총 100여척의 작은 배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 갱도를 만들기 위해 총 2개 사단 소속의 3개 보병대대 및 1개 공병대대가 투입되어 820일간 밤낮으로 팠다고 함
북해갱도 입구의 기념비 (출처: 마주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
바위를 파는 과정에서 다량의 폭약이 사용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군인들이 희생되었다고 함..
그래서 위와 같이 기념비로 그들의 희생을 기림.
마치 화롄 타이루거를 방문했을 때 그 쪽에서 도로와 터널을 뚫다가 희생된 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지은 장춘사가 떠올랐음... (플래쉬백..)
여튼 대만은 참 작은 섬임에도 불구하고 대자연에 맞서싸우다가 희생자 난 곳이 벌써 두 곳이나 되는 걸 보아...
섬이 작다고 자연까지 호락호락한 건 아니구나...라는 점을 새삼 깨달음.
북해갱도 체험기
뭔가 잘 익숙해지지 않는 문체네요 ㅎ 북해갱도에 대한 간략한 배경 설명을 마쳤으니 다시 원상복귀.
예약시간이 10시반이었지만 막상 근처에 도착한 시간은 9시반...
北海坑道
南竿鄉仁愛村
근처에 불빛이 없어서 그런지 그야말로 암흑이었습니다.
그 순간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은하수가 +_+
중국 운남성에서 야간 버스를 타다가 바라본 별이 빛나는 밤하늘 이래로 최고였네요...
왠만한 별자리들도 다 보이고 말이죠~
다만 스마트폰 나부랭이로는 털끝만치도 안 찍히네요 ㅠㅠ
(그래도 한 2개 정도 찍혔네요 ㅎㅎㅎ)
여기가 북해갱도 정문 앞 비석
옆으로 돌아가면 갱도 입구가 등장!
갱도 양 옆에는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형들을 볼 수 있는데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갑자기 저런 실사판 사람이 등장해서 엉겁결에 발견하곤 식겁했었네요 @_@
실미도 공작원들처럼 저렇게 고무보트를 들고 갱도를 이동해 바다에 배를 띄우고 대륙으로 침투!!
갱도 건설 작전에 투입된 당시 군인들 모습
저기가 갱도 선착장.
매 30분 간격으로 투어가 있는데 배를 타고 내릴 때를 제외하면
안전을 위해 저렇게 철제 문으로 출입을 통제합니다.
원래 예약했던 10시반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다행히 그 전 시간대에 빈 자리가 있어서
좀 더 일찍 입장하기로...
결국 밤에 이 투어가 유명한 건 동굴 안에 있는 '푸른 눈물'을 볼 수 있기 때문~
이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어디서 왔냐며...
한국 사람들은 처음 본다는 말을 하시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또 한 번 왜 표지판이며 팜플렛에는 한국어가 있냐고 했더니...그건 자기도 모르겠다며;;
(이 정도면 뭐 거의 저희를 위해 만든 한글 표지판/팜플렛을 만들었다고 해도 되겠네요 ㅎㅎㅎ)
전 시간대 투어가 끝날 때까지는 각종 사진, 영상 자료를 보면서 대기.
동굴이어서 그런지 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더라는..;;
오기 전에 좀 찾아보니 낮에 오면 이렇다고 하네요...
썰물 때라 그런지 물이 좀 빠져 있네요 (동굴 벽을 보면 밀물 때 수면이 어디까지 올라오는지 대략 알 수 있을듯...)
그렇게 동굴 밖까지 걸어가 볼 수도 있나보네요... (낮엔 안 와봐서 이건 구글에서 찾은 이미지들)
동굴은 원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보통 선착장 오른쪽으로 출발해 한 바퀴 빙~ 둘러서 다시 돌아오는 식이에요.
천천히 배로 한 바퀴 돌면 한 20분 걸리더라구요.
이제 저희 차례가 되었네요~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죄송)
입장 전에 인증샷ㅎ
밤 투어라 그런지 분위기가 좀 어두컴컴합니다.
아무래도 푸른 눈물이 약한 빛이기 때문에 갱도를 암흑상태로 만들어야 해서 최소한의 빛만 쓰는 것 같더라구요.
밀물 때라 그런지 물이 정말 많이 올라왔네요...
어두컴컴 무시무시한 갱도...
옛날 공작원들은 정말 이런 곳에서 어떻게 훈련이며 실전을 치렀는지 순간이지만 경외감이....
각 자 배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대부분 단체 관광으로 온 중년 관광객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희도 한 장씩...
사진에서 잘 보이진 않지만 각자 나무 막대기를 하니씩 쥐어주는데,
그 이유는 푸른 눈물을 '흘리게' 하기 위함이라는 사실!
즉 푸른 눈물은 바닷 속 미생물이 발광을 하면서 나게 되는 빛인데,
그 빛이 마찰이 생겼을 때라고 하네요. 그래서 배가 움직이는 동안 저 막대기를 휘휘 저어주면 바닷물 속에서 반짝반짝하고 반딧불이처럼 빛납니다~
자 그럼 어디 푸른 눈물 보러 출발해 볼까요?
......
첨벙첨벙
우왓!
어맛!
....
푸른 눈물 구경 끝났습니다 ㅎㅎㅎㅎ
아쉽게도 빛이 반딧불처럼 약하게 잠시잠시 빛나는 데다가
갱도 속에 빛이 너무도 없어서 스마트폰으로는 절대 안 찍히더라구요 ㅠㅠ
아쉬웠지만 눈으로 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득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이걸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도 참 신기하고 좋은 경험인데
그걸 자꾸 사진기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마음 한 켠에서 이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ㅎㅎㅎ
그래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어둠 속 갱도 안을 사진전문가들이 찍은 사진이라도 공유해봅니다.
렌즈를 장시간 열어 찍으면 이렇게 보이나 본데, 실제로 들어가서 불을 끄면 엄청 어두컴컴... 그야말로 암흑!
렌즈를 열어 장시간 빛에 노출하면 저렇게 오로라에 가깝게 보이지만 실제로 막대기로 치면 좀 더 반딧불에 가깝다는~
실제로 보면 아래 반딧불의 푸른 버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듯~
에필로그
투어를 마치고 다시 별하늘을 만끽한 다음에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다가
푸른 눈물이 절정에 이른다는 자정 즈음에 다시 바닷가를 가기로...
'푸른 눈물'을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마주섬에서도 '푸른 눈물'이 자주 출몰하는 스팟이 있습니다.
이미 북해갱도 쪽 '푸른 눈물'은 맛을 좀 보았기 때문에
저희는 숙소에서 가까운 남쪽 지역 다른 두 곳 (진샤마을, 철보)을 집중 공략하기로...
장거리를 좀 둘러 보러 남섬에 몇 군데 없는 편의점에서 과자, 음료를 와구와구 챙깁니다.
이건 언제 나왔는지 모를 '오렌지' 코카콜라;; 이거 다른 나라에도 파나요?
(맛은 머... 그냥 레몬이 더 나은듯!?ㅎㅎ)
이리 어두컴컴한 길을 지나 숙소로~ 숙소로~ =_=''
해변으로 나 있는 숲길을 따라 가는데 가로등 하나 없이 너무 어두컴컴하고 으스스해서...
길 잃지 않게 중간중간 몇 번씩이나 지도 체크.... @_@
진샤 마을에 도착하니 밀울이 최고조!
파도가 몰아치는데 너무 무섭!!!! +_+
정말 사람 잡아먹을 것처럼 파도가 마을 코 앞까지 와 있는데...
이 시간대면 항상 있는 일인지 방파제가 있어 안심인지 모르겠지만 마을은 평온...
일단 진샤마을도 '푸른 눈물' 출몰지역이긴 했는데 막상 방파제에 올라봐도 눈물은 온데간데..ㅠ
여기저기 날아 든 스티로폼 조각들 ㅎㅎ
제가 제일 무서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컴컴한 밤 깊은 바다 상상...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잡아먹을 거 같이 밀려오는 파도 =_=;;;
집에서 노가리 좀 까다가 다시 자정 쯤에 밖을 나가 철보(鐵堡) 근처까지 갔는데...
사진처럼 선명한 푸른 눈물은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능....ㅠ_ㅠ (내가 지금 흘리고 있는 게 혹시 푸른 눈물?!ㅎㅎㅎ)
파도가 칠 때 바위 근처로 히끗히끗 빛나는데 이 날은 선명하지 않아서 파도 거품인지 빛인지 좀 까리까리 했다는...
대신 거기서 만난 다른 투어 그룹과 가이드 아저씨와 수다 떨면서 이것저것 정보를 좀 얻었네요...
잠깐 리서치를 하다 보니, 이런 '푸른 눈물' 비스무리한 것을 볼 수 있는 곳이
마주섬 이외에도 몇 군데 더 있긴 하더라구요.
첫 번째가 가까운 일본 토야마(富山)라는 동해에 인접한 지방인데
여기에선 '호타루 이카'라고 하는 반딧불 오징어라는 발광하는 오징어가 있다나봐요...
좀 꼬물거려 징그러울 거 같긴 한데 여튼 신기... 담에 오징어 시즌일 때 시간나면 언제 함 가보고 싶다는...
(제가 일본 왠만한 곳은 다 가봤는데 토야마는 못 가봤네요..)
그리고 두번째는 몰디브에서도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해 바다 반딧불 현상이 나타난다고...
남섬에서의 푸른 눈물 사냥은 이 정도로 마치고 내일을 기약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