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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May 21. 2016

[여행] 대만 원시림과의 만남, 아리산 阿里山

산 할아버지 구름 모자 쓰고 삼림욕을 하고 싶다면!

#아리산 하면 #일출 인데요.

정상까지 올라서 보는 해돋이는 5시. 정상이 아닌 전망대에서 보는 해돋이는 5시반 정도라고 하여 졸린 눈을 비비며 근처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동이 트려고 해가 산 너머로 꿈틀꿈틀 하네요.

태양의 건너편 골짜기 모습. 평온하기 그지 없습니다.

슬슬 고개를 드는 태양~

아침 이슬을 머금은 산길 옆 꽃이 아름다워 찍어보았습니다.
마침 또 어버이날인지라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카네이션 대신 찍어 보낼겸 ^^ (효자 코스프레)

이 아주머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전망대에는 대만인 보다는 중국 대륙인들로 북적거렸는데요. 항상 그렇듯 엄청 소란스러웠네요. 좀 더 조용히 해돋이를 즐기고 싶었습니다만 ㅎㅎ
역시나 대만에서 좀 살다 보니 대륙인들의 강한 er 사운드가 거칠게 느껴지고 익숙지 않네요 ㅎㅎㅎ

해가 산을 넘기 직전 하늘은 마치 하나의 멋진 서예 글귀로 변했습니다.

저 멀리 첩첩산중 수묵화 같이 겹쳐진 산등성이들 또한 장관이네요.+_+

옷! 드디어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매번 일출이나 일몰을 보고 있으면 태양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는 걸 새삼 느낍니다.
금방 눈부신 햇살을 뿜어내며 떠오르네요~!
요즘 계속 비가 내리고 하늘이 궂어지는 날들이 잦았는데 이렇게 상쾌한 날씨 속에 일출 장관을 구경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

계절과 기상조건이 잘 맞으면 #구름폭포 #雲瀑 라고도 불리는 절경을 구경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


해돋이 구경을 마치고는 우리나라면 국립공원 정도에 해당하는 아리산국가삼림유락구 #阿里山國家森林遊樂區 로 차를 돌렸습니다.
공원 내로 진입하는데 성인 1인당 200NTD (학생증 소지 시, 할인혜택이 있으니 있으면 소지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나름 국립대만사범대학 중국어학교 학생인데 학생증이 든 지갑을 차 안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그냥 성인가격 내고 입장... ㅠㅠ)

공원 입장료와는 별개로 기차를 타고 산 안 쪽으로 들어가려면 기차표를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참고로 카드는 받지 않더군요... 참고하시길!)
#神木 #沼平 #祝山 세 곳으로 가는 기차가 있는데 아리산 최고봉인 祝山의 경우(참고로 백두산보다도 더 높습니다)엔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기차편 이후엔 운행하지 않아 '신성한 나무'라는 뜻을 가진 神木 쪽으로 가기로...

매표소

아리산 기차역 전경

산 속 열차라 그런지 플랫폼도 아주 운치 있네요.

삼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숲속 구간을 천천히 달려갑니다.

나름 멀 줄 알았는데 한 7분 정도 가니 금방 神木역에 도착해 버렸네요;;

여기만 해도 벌써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1950m)보다 높네요 ㄷㄷㄷ

타고온 열차

神木(신목) 셴무는 '신성한 나무'라는 의미답게 짧게는 500년 길게는 2,000년도 넘은 원시림 지역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쓰러지고 말았지만 신목의 상징처럼 3,000년도 넘는 걸로 추정되는 고목이 기차역 옆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역 앞의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원시림 사이를 산책하는 코스가 시작됩니다.


마침 대륙 관광객 투어 중이었는데 옆에 꼽사리 껴서 내용을 좀 엿들어 봅니다.
아리산의 이 고목 삼림 지역은 세계 7개 원시림 구역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일제시절, 일본인들이 신사에 쓰일 목재들로 이곳의 고목들을 많이 베어갔다고 하는데 무려 그 수가 10~30만 그루(!)에 이른다고 합니다. (역시 제국시대에는 열강들에 의해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등 여러 식민지를 대상으로 많은 착취가 벌어졌나 봅니다.)

아래 나무의 나이는 예수님과 거의 동갑내기 벌이 되겠네요....@@

이 나무도 1,000년은 훌쩍 넘었다고...

오르막 산책 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안내 책자를 하나 받아봅니다.
유락구 전체 코스가 한 눈에 들어오네요~
예상외로 한 바퀴 돌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神木역과 沼平역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쭉 다 돌아보기로 계획을 세운 후 스타트!

관광 안내소에는 고목의 나이테, 산간을 운행하는 열차 및 역무원들의 변천사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안내소 주변에는 신기하게도 초등학교(!, 누가 과연 이 산 속까지 매일 등교할지는 좀 의문이었습니다 ㅎㅎ)와 이 #樹靈塔 #수령탑 이라고 하는 나무들의 영령을 기리는 탑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인들이 베어간 나무들의 혼을 달래려고 지은 탑 같네요.

코스 중간중간에는 기괴한 모습을 한 고목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고목이 바로 이 #三代木 #삼대목 이었는데요.
3세대의 나무가 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느낌.

보시다시피 첫 세대의 나무가 자라다가 스러진 자리에 나무 씨앗이 싹을 틔워 2세대, 3세대 나무가 자라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하네요. (가장 윗 부분에 곧게 자라난 나무가 3세대 나무입니다.) 
죽은 나무는 썩어 다음 세대를 위한 양분이 되어졌다고 하니 어찌보면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버이날에 참 좋은 교훈을 주는 나무였습니다.

그렇게 계속 원시림 사이를 휘젓고 돌아다니며 도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어 마셔봅니다. 스~~~읍~~~~~

자오핑 역으로 가는 길에 조성된 공원. 길가로 봄꽃들이 피어 아름다웠습니다.

공원을 가로질러 자매 연못의 뜻을 가진 #姐妹潭 #자매담 으로 향합니다.

자매담은 두 개의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작은 연못이 동생 연못, 큰 연못이 언니 연못입니다.

여기에는 전설이 있는데, 뭐 이런 얘기가 항상 그렇듯 자매가 한 남자를 좋아했는데 언니를 위해 남자를 포기한 동생이 결국 연못에 몸을 던졌고 이를 슬퍼한 언니마저 연못에 몸을 던졌다는 슬픈 이야기...
(그럼 그 남자는 뭐가 됨?!;;)

동생 연못

언니 연못

자매담 옆에는 삼형제, 네자매 나무가 있었는데 한 자리에서 나무 3~4 그루가 동시에 자라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네 자매 나무도 삼대목 처럼 아래 부모로 보이는 1세대 나무 자리 위에 네 나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뒷 편에 한 그루가 더 있는데 가려서 안 보이네요;;)

그리고 '영원히 맺어진 사랑(같은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永結同心 #영결동심 이라는 사랑을 상징하는 고목이 있었는데요.
원래는 두 고목을 얇은 나무줄기가 이어주고 있어 마치 사랑의 하트 표시 갖기도 하고 남녀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어서 이런 이름이 지어진 듯 한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 줄기가 끊어져 버렸더군요 ㅠㅠ

가운데 저 부분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어져 있었다죠... 

다시 원시림을 지나 산길을 내려오면

#受鎮宮 이라는 사당을 중심으로 광장이 나타납니다.
유락구 내 휴게소 같은 곳인데 원주민들이 만든 기념품과 음식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 이래로 아무 것도 먹지 않아 허기가 진 상태라 멧돼지 소세지와 옥수수로 요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래 보이는 #愛玉冰 이라는 로컬 음료를 시켜봤는데... 물도 차도 아닌 것이 젤라틴으로 만든 식혜 같은 느낌이었는데 맛은 별루였습니다 -ㅠ-

이제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찾다가 이쁜 다리 발견!

이 지역에도 1,000년 넘은 고목들이 즐비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28호로 불리는 이 나무가 현재 공원 내 있는 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고 하네요.

오늘 제대로 #삼림욕 하고 가네요.

정말 #모노노케히메 에 나오는 원시림 같습니다.

셴무 역에서 아리산 역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날씨가 돌변하여 이렇게 #운무 가 드리워지기 시작하네요. 카메라로는 잘 담지 못했지만 정말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게 장관이었습니다.

화창한 아리산과 안개 낀 아리산의 두 모습을 볼 수 있어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12시부터 한 시간동안은 점검 시간이어서 기차가 없고 1시 이후부터 매 시간마다 한 차례 기차가 옵니다. 일찍 어두워지기 때문에 4시경에는 기차가 끊깁니다.

드디어 기차가 들어오네요!

이제 다시 찌아이역으로 가서 HSR을 타고 타이페이로 돌아가야 할 시간!
근데 가는 길에...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네요...ㅠ 
한 치 앞도 안 보여서 살살 안전 운전~! (길도 엄청 꼬불꼬불해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됐다능..)
산간 지방이라 그런지 기후 변화가 매우 심한 대신 기온은 연중 10~20도 사이로 선선하다고 하네요. 

도시는 30도로 푹푹 쪘는데 산에 있는 동안은 공기도 좋고 시원해서 너무 쾌적하고 좋았네요 ㅎㅎ

산을 벗아나니 다시 화창~! @@
아래는 #찌아이역 #嘉義站 앞에 있는 #BRT 
타이페이 MRT의 찌아이 버젼이네요... 사실 타이중에도 지하철 대신 같은 이름의 버스철(?)이 있었죠 ㅎㅎ  

찌아이역 앞의 원주민 복장(?)을 한 듯 한 동상

이번 주말은 대만에선 #모친절 (어머니의 날) #母親節 와 겹쳐 고향을 방문했다가 다시 상경하는 인파로 입석으로 1시간 반을 버텨야 했네요 ㅠㅠ

여튼 참으로 알찬 아리산 여행이었습니다!

1년 남짓 대만 생활하면서 이제 대부분은 대만 사람보다도 더 돌아다녔네요 ㅎㅎ
이제 타이동 근처의 #녹도, 대만 최고봉인 #옥산, 가오슝 앞 #펑후섬 만 가보면 대만섬에서 유명한 곳은 거의 다 돌아보게 되는 셈이 되겠네요~!

남은 기간동안 분발해 보겠습니다!!ㅎㅎ
혹시 대신 먼저 방문해 보았으면 하는 곳이나 아래 별표가 되어 있는데 제 블로그에 아직 안 실린 지역이 있으면 댓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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