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닷 Jun 03. 2016

[문화] 왜 한국은 뷰티대국이 되었는가

대만과의 비교를 통한 K-뷰티에 대한 고찰

대만에 와서 1년 넘게 살면서 느낀 한류 인기에 대해서는 이미 '이름은 들어봤나, 대만 아이돌' 편에서 다룬 바 있는데요.

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주 듣게 되는 한국 아이돌 그룹 외에 눈에 띄는 것은:

첫째,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미샤, 토니모리, 네이쳐리퍼블릭 등 한국 화장품 매장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하나 둘 보이는 한국 화장품 매장

유명 백화점 화장팜 코너에 어김 없이 등장하는 이영애(후, 오른쪽)와 송혜교(라네즈, 오른쪽). 다른 한 명은 잘 모르겠는데 요즘 잘 나간다는 이성경인가요? ㅎㅎ


둘째, 길거리, 홈쇼핑 또는 온라인쇼핑몰에서 뷰티 관련 제품을 홍보할 때, 한국산 브랜드라거나 한국에서 직수입했다는 등의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한국 제품으로 홍보하면 그만큼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얘기!)

다양한 채널(옥외, 신문, 온라인)에서 화장품 광고에 '한국'과 관련된 글귀나 모델을 보는 것도 익숙

셋째, 대만에 놀러오는 분들이 대부분 느끼시는 것 중 하나가, '대만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잘 안 꾸미고 다니는 것 같다' 였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가 그렇듯 개인별 차이는 존재하고, 대만도 상위 패셔니스타들의 외양 수준은 상당합니다.)
일례로 대만 최대 도시인 타이페이에서도 아래 중 하나 또는 여러 개의 특징을 가진 사람들과 마딱뜨리는 비율이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솜씨 좋은 화장을 한 여성
- 하이힐 신은 여성
-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다니는 남성
지극히 한국인(또는 일본인)의 관점에서 재밌는 건, 집 앞 편의점에 잠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갈 듯한 아주 편한 치장/복장(예를 들면 남자의 경우 민소매 티에, 다소 헝클어지거나 까치집이 남아 있는 머리에, 슬리퍼를 신은 모습)을 하고 공공장소, 특히 백화점이나 시내 중심(예를 들면 이태원, 강남, 종로 등)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


넷째, 이건 비단 대만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닌 것 같지만, 한국에 대한 지배적 인상 중 하나는 '성형대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만 친구들로부터의 단골 질문은 '정말 한국 여성들은 대부분 성형을 하냐'였습니다. 아마도 이는 지난 번에도 다뤘듯, 완벽함을 추구하는 한류 스타들의 영향도 크겠지만 수치상으로도 한국이 성형대국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네요.

재밌는 건 대만도 6위로 아시아에선 한국에 이어 2위

한국 성형 의사 경험 수치에서도 보듯, 한국의 '미'에 대한 집착은 세계에서도 인정 받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Source: seoultouchup.com)


정리해보면, 한국의 뷰티 (화장품, 패션, 성형 등) 산업 소위 말하는 K뷰티가 잘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K뷰티 부상의 원동력?

그럼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 왜 대만인들은 한국인들과는 다소 다른 행동양식을 보이는 걸까
- 이게 한국의 뷰티산업 발전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여기에 대한 답을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

1. 날씨 차이
대만은 매우 무덥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대만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합니다. 근데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봄(2~3월) - 여름(4~6월) - 사우나여름(7~9월) - 여름 (10~11월) - 가을(12~1월)로 사실상 연중의 8개월 이상이 습하고 덥습니다. 이는 곧 불쾌지수가 굉장히 높은 걸 의미합니다. 
민소매 티에 슬리퍼를 신는 남자나 옅은 화장에 미니멀한 치장을 하는 여자가 자연스러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Source: ClimaTemps.com

위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 대만은 1~2월을 제외하고 연중 20도 이상에 강우량은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즉 그만큼 습하다는 이야기!

이런 날씨에선 신경 써서 화장을 하더라도 금방 땀에 화장이 망가지거나 지워지기 일수입니다. 피부가 숨을 쉬기 어려워지니 당연히 날씨로 인한 불쾌지수는 배가 되겠죠.. 그래서 덜 꾸미게 됩니다. 마치 집 정리해도 금방 다시 어지럽혀질 거면 '정말 해야 할 때'가 아니면 잘 안 하는 겁니다.
반면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합니다. 더위로 인해 화장이 불편한 것은 잠시인 반면 기후의 변화가 크다보니 각 계절에 맞는 옷을 종류별로 구매해야 합니다. 자연히 그에 대한 전반적인 지출도 클 수 밖에 없겠구요.

2. 문화적 차이
대만에서 살면서 느낀 또 한 가지 점은, 대만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에 비해 남의 눈을 신경 안 쓴다는 것입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 보다는 본인 정신적으로 또는 신체적으로 편하다고 생각하면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실용주의자들 같습니다.
대만인들(혹은 중국 대륙인도 포함될 수 있겠군요)은 어떤 면에선 대단히 실용적으로 보입니다.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예를 들어 백화점에 쇼핑하러 갈 경우에 내가 하고 싶은 주 목적 즉 물건 구매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대만 여자들 중에는 커트 머리를 한 사람이 꽤 눈에 띕니다. 이유는 머리가 길면 덥기 때문!
위에서 언급했던 잘 안 꾸미는 듯한 특징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날이 더운데 무슨 화장이고 걷기 불편한데 왠 하이힐이란 말입니까. 날 더우니 민소매, 반바지, 슬리퍼 신고 백화점 가는 게 무엇이 잘못 됐단 말입니까. 물건 사고 밥 먹을 것이 목적이지 패션쇼 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이와 관련된 여담으로, 대만에서는 한국 대비 동성애자를 자주 보게 됩니다. 톰보이와 여자 커플 또는 남성 커플이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 이 역시도 남의 따가운 눈총이 신경 쓰이는 한국에선 아직도 쉽게 보긴 어려운 광경인듯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동성비율은 한국도 대만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도 여기서 쉽게 보이던 동성커플이 한국에선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건 아마도 다들 커밍아웃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추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동성혼에 찬성하는 비중이 한국은 27%인데 반해, 대만은 75%로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성애를 다룬 대만 드라마, 同樂會 Happy Together

대만에 비해서는 아직 동성애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듯한 한국


반면,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신경을 좀 더 쓰는 편입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행동인지 모습(패션 심지어는 외모)인지 자체 검열을 하고 수시로 확인합니다. 이런 것들에 있어 보다 높은 기준을 가지고 꼬치꼬치 따지다 보니 화장/패션/성형 수준이 당연히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의 눈높이와 입맛을 생각해야 하는 뷰티 관련 기업들의 손도 분주해 집니다. 그에 걸맞는 R&D와 마케팅이 따라오고 결국 한국은 수준 높은 뷰티 산업의 메카가 되어 갑니다.

3. 인종적 차이
제가 인류학에 일가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북방계 동양인은 기골이 장대한 대신 눈에 쌍거풀이 없고 작은 반면, 남방계는 체격이 비교적 아담하고 눈은 크고 쌍꺼풀이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한국인의 78%는 북방계라고 하네요. 땅콩형 남방계-고구마형 북방계 - 문화콘텐츠닷컴 


한 번은 밤 늦은 시각 지하철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와서 대뜸 '너 대만 사람 아니지?'라고 물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눈이 작아보여서...'라는 다소 당돌한(?) 대답을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극히 개인적이고 이례적인 케이스이긴 합니다만, 이러한 배경에서 생각해보면 언뜻 아저씨의 뜬금포도 그러려니 합니다.


문화적 차이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한국인들은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씁니다. '내가 생얼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부시시한 머리로 나가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 옷은 나한테 어울리나? 아니 다른 사람들이 어울린다고 생각할까?' '이건 좀 오바겠지?' 등등... 어떤 행동 하나를 취하기 전까지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르기 마련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게 단순히 옷 입는 것, 치장 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생긴 것으로까지 간 케이스가 바로 성형이겠죠. '쌍커풀 있으면 사람들이 더 예쁘게 봐줄거야' '다들 한가인이 예쁘다는데 나는 한가인 같은 쌍꺼풀이 없네' 그래서 단순한 꾸미기를 넘어 성형을 옵션으로 고려해 보기 쉬운 사회 구조입니다.
성형에 국한된 얘기일 진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에게 가장 흔한 성형 중의 하나가 바로 '쌍꺼풀' 수술입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대부분이 쌍거풀이 없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한국여성의 약 70%는 쌍꺼풀이 없다고 합니다. (링크)


이게 한국인들이 좀 더 성형에 개방적이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에는 저항감이 적어지게 되죠.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한 쌍꺼풀 수술을 한 뒤, '어 생각보다 별 게 아니네' 그리고 거울에 비춰진 새로워진 자신을 보며 '와~ 이거 하나 했는데 이렇게 나아졌는데 다른 것도 조금 해보면 어떨까' 하는...
그래서 여기저기 고치게 되고 주변에서 성형의 효과를 실감하게 되면서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성형 시장은 커지게 됩니다. 수요가 몰리니 당연히 공급자도 많아져 성형외과는 의대의 인기학과가 되었고 성형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게 됐을 거라고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봅니다. 

그 첫 번째 관문이 되는 쌍꺼풀 수술이 남방계인 대만인들에게는 비교적 덜 필요합니다. 즉 성형을 접할 첫 기회와 멀어지게 되는 거죠... 이렇게 대만은 성형으로 인한 뷰티 산업의 발전 기회도 한국에 비해 적었다고 보여집니다. 

종합해보면,

그래서 뭐...
지극히 사견입니다만, 아이돌로 대변되는 한류(K-pop) 컨텐츠 산업에 이어 뷰티(K-beauty) 산업의 발달은 결국 한국의 (다소 일률적으로마저 비춰지는) '미(美)'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돌은 모름지기 예쁘면서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춰야 한다.
얼굴은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한 게 예쁘다.
옷은 요즘 누가 입고 나온 어느 브랜드가 유행이다.

어느 것 하나 자기의 기준을 정립할 새도 없이 사회가 들이미는 유행을 따라가기 버겁습니다. 물론 요즘은 자기만의 개성을 살리는 추세이지만요.

제가 대만 와서 그리워지는 한국적 요소들이 꽤 있지만, 삶을 좀 더 자기에 맞춰 여유롭게 살아가는 라이프 스타일이 있어서 그래도 참 살만한 곳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대만에 진출하려는 화장품 회사들은 최근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한류스타들이 쓰는 화장품 및 화장버에 대한 대만 젊은 여성들의 관심이 오르고는 있지만 이런 기본적인 환경 및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진출하는 것은 좀 유의해야 하는 대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 대만 원시림과의 만남, 아리산 阿里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