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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Apr 20. 2019

[대만 타이베이 산책] 청핀 誠品 R79

지하에 생긴 서점 거리


2017.09


타이베이는 아직 한여름이다.

이 날은 군품주점에서 랍스타 뷔페를 먹고 배가 한창 부른 상태로 소화운동 할 겸 그저 걷기 시작하다가 

중산(中山)역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중산'은 우리가 흔히 '쑨원'이라고 알고 있는 손문의 호인데,

원래 이곳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었다고 한다.

지금도 일식집이나 일본 비즈니스맨을 상대로 한 주점들이 많이 있어서 밤에 거리를 지나가면 일본어로 '아가씨(?)'를 권유하는 호객꾼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내가 처음 대만에 와서 집을 알아볼 때 이 근처도 알아봤었으나 결정적으로 여기에 집을 얻지 않은 이유도 바로 환락가 같이 밤에도 시끄러운 이곳 분위기가 싫어서 였다.


근처에는 '린선(林森)공원'이 있다.

무슨 왕의 동상이라고 하는데 뉜지는 잘 모르겠다. 대만섬에 그나마 유명한 고대 역사 인물이라고 하면 정성공 정도인데 왕이라고 하니 아마도 중국 대륙 시절에 공이라도 세운 인물인가 싶다..

공원 한가운데는 커다른 뜰이 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인지 피크닉하는 사람조차 없이 한산하다...

비둘기를 쫓는 꼬마만이 이 넓은 공간을 독차지하며 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동네답게 다소 쌩뚱맞게 일본 신사 입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도리이(鳥居)'가 있다.

가까이서 읽어보니 이곳은 예전에 일본 군인들의 막사였던 곳이 공동묘지로 바뀌었고 그 뒤에는 현재와 같은 공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보통 꽃이라고 하면 한국인들은 봄에 핀다는 인상이 강한데, 대만에는 여름에 피는 꽃도 있다...

타이베이의 도로가 운치 있는 이유는 이렇게 터널처럼 햇빛을 가려주는 녹음이 우거진 캐노피가 있기 때문

중산 곳곳에는 일제시대 때 지어진 저택, 공관들이 현재는 미술, 박물관 또는 까페 등으로 탈바꿈한 공간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공간은 얼마 전 중산역 안의 쇼핑거리에 개점한 서점 청핀R79!!

청핀은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브랜드 중 하나로 한국으로 치면 영풍문고, 교보문고 같은 느낌이겠다.


그 중에서도 중샤오푸싱 쪽에 있는 청핀서점은 24시간 운영으로 유명한 곳으로 독서 매니아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R79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중산역을 지나는 선이 초록색(G)와 빨간색(R) 두 가지 선인데,

지하철 역에서 빨간색 선의 7번~9번 구역에 있다고 하여 이어서 79 이렇게 만든 듯 싶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쇼핑가가 펼쳐진다.

사실 이 지하 서점이 생기기전에는 거의 죽은 공간이나 다름 없었는데 여길 청핀이 사서 깔끔하게 다시 레노베이션하였다~

아무래도 지하상가에 통로를 확보한 뒤, 한 쪽에 서점 공간을 만들다 보니 그리 공간의 여유가 없었지만

나름 아기자기한 맛은 있다.

대만 사람들이 독서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래보이지는 않았지만

공간이 좁아서 인지 개점한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사람들로 꽤나 북적되고 있었다.


중국어 실력이 많이 늘긴 했지만 아직도 복잡한 번체자를 보면 뇌에 부하가 걸리는 레벨인지라...

대략 대만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정도 살펴 본 뒤 서점을 빠져나왔다..

아까 들어온 곳이 R7 구역, 서점이 끝나는 곳에 R9 구역이 있다.

일요일 오후 더워서 그런지 애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지하 통로 여기저기에도 소소한 볼거리들이 있었다.


라이팅에 비친 실루엣이 재밌어서 찍어본 몇 컷...

대만은 어디 나갈 때도 더워서 그런 것도 있고 사람들이 서로의 옷차림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항상 슬리퍼에 탱탑 같이 편한 옷을 많이 입고 다닌다... (한국에선 항상 주위 사람 눈치 보느라 차려 입고 다니기 마련인데 말이지...)

대만에서의 라이프는 자극적인 건 한국보다 덜 해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뭔가 마음이 편안해 지고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게 그 매력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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