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닷 Mar 01. 2020

사랑하면 정말 눈이 멀까 (2) - 육체적 커넥션

Netflix 시리즈 <블라인드 러브: Love is Blind> 감상기

허니문

그렇게 6쌍의 커플은 멕시코 칸쿤으로 허니문을 가게 된다.

1단계가 정서적인 커넥션이었다면 2단계는 육체적인 커넥션.

한 마디로 만난 지 일주일 되었는데 단둘이 여행을 가는 시나리오. 

물론 일주일간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갈 기회는 있었지만 한 인간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엔 역시나 턱없이 부족한 시간. 

술과 외모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클럽이나 바에서 몇 번 좀 얘기해 보고 여행(잠자리)을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뭐 현실에서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겠으나 문제는 이게 '허니문'이라는 것...

작년 한번 가봤다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멕시코 칸쿤의 한 리조트에서 진행. MC 중 nick 아저씨는 왕년 미국 아이돌 그룹 98 degree 멤버에 제시카 심슨의 전 남편.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1. 일상적인 데이트에서는 예의 바르고 로맨틱한 즉 정제된 상대의 모습을 보았다면 같이 며칠간 여행을 떠나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상대의 작은 생활 습관들을 보며 '진짜' 모습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

2. 정신적인 교감외에 '육체적인' 교감이 잘 되는 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데이미언-지아니나 (DG)

프로포즈가 감동적이었던만큼 초반 케미는 거의 극강. 특히 데이미언에게 푹 빠진 지아니나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시를 한다. 

지아니나는 식사 도중에 식사를 더 이상 안 해도 되겠다며 데이미언이 그럼 디저트는? 이라고 하니 "내가 디저트 아님?" 시전...ㅎㅎㅎㅎ 그러게 뜨거운 밤...


그러다가 요트 위에서 사소한 것이 첫 다툼을 유발하고 만다.

'일, 현실에서의 드라마(속세)에서 벗어나 좋다~'고 데이미언이 무심코 던진 말에 지아니나는 '드라마'가 뭔지 구체적으로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하고 대수롭지 않게 얼버무리며 넘기려던 데이미언은 지아니나의 집요함에 결국 짜증이 나고만다.


남녀 사이 다툼의 전형적인 시작. 아기자기한 대화가 하고 싶은 여자와 그런 대화를 귀찮아 하고 어물쩡 넘기려는 남자의 태도. 사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야 풀릴 수 있다. 

남자는 '여기에서 휴가를 보내 좋다~'는 현재에 집중한 거고, 여자는 남자를 괴롭혔던 '일상의 드라마(희로애락)'가 무엇인지 알고 싶고 이에 대해 터놓고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중요한 건 자기의 의사를 너무 밀어붙이면 탈이 난다는 것이다.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굳이 일상의 고민거리에 대해 얘기하자고 강요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지아니나가 이 상황에서는 좀 민감하게 몰아붙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걸 데이미언이 잘 받아줬으면 또 괜찮았겠지만 사실 그 고민거리가 데이미언 입장에선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만큼 싫었을 수 있다.  


칼턴-다이아몬드 (CD)

결론부터 말하면 칼턴은 그냥 사이코패스에 최악이었다.

자기가 양성애자라는 비밀을 pod 단계에서 다이아몬드에게 털어놓지 못했고 이를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 어찌될지 몰라 안절부절하고 그것이 행동에 드러난다. 다이아몬드와 대화할 때 쓸데 없이 무례한 말로 다이아몬드에게 상처를 준다. 

결국 이를 눈치 챈 다이아몬드가 칼턴과 대화를 시도하고 칼턴은 이제서야 비밀을 털어놓는다. 당연히 다이아몬드 입장에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pod에서 털어놓을 기회가 많았지만 칼턴은 용기를 내지 못했던 거고 '이제서야' 용기를 낸 것. 하지만 자신의 frustration을 모자를 던져 버리는 등 무례하고 난폭하게 풀고 만다. 

수영장에 있던 다이아몬드는 다시 대화의 손길을 내밀어 보지만 칼턴은 '왜 용기를 내서 비밀 털어놨더니 나를 이해하지 못해주냐'고 도리어 역정을 낸다. 허허... 누가 봐도 미리 얘기하지 못한 당신의 잘못이거늘... 상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밀을 털어놨으면 상대방의 입장도 배려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님? 그걸 당장 소화하지 못한다고 결국

'당신도 다른 년들bitches과 똑같아'


라는 막말을 뱉어내면서 자제력 마저 잃는다.

자신의 잘못을 오히려 남 탓을 하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고 결국 음료싸데기를 맞고 쪽이 난다. 

난 애초부터 칼턴 이놈이 좀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해 보이긴 했다. 말투며 행동이며 기본적으로 무례했고 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 인상... 인과응보다. (아마도 저런 식이면 세상의 여자는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일 거고 그것마저 이해해줄 천사를 기다리겠지만 그런 천사는 아마 나타날 확률은 안타깝게도 매우 적을 것이다.)


케니-켈리 (KK)

이 커플은 참 지루하다. 그냥 모범생 둘이 만난 느낌. 남자는 젠틀하고 여자를 배려해준다. 그냥 평범한 커플인데 문제는 여자가 아직은 이르다며 잠자리를 거부한다. 남자는 아쉬워하지만 여자를 배려해 기다려주겠다며 원만한 관계를 이어간다. 

CD 커플을 제외한 5쌍의 커플이 한 자리에 처음으로 같이 모였을 때 남자들 사이에서 잠자리를 가졌냐는 통상적인(?) 주제가 나왔을 때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했어'라고 케니가 모호하게 얼버무리고 가는 데서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고 자존심에 '기스'가 난 것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커플에는 시종일관 딱히 큰 관심이 없었다. 


캐머런-로런 (CL)

이 커플은 보고 있으면 흐믓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별다른 다툼이 없었다. 다만 캐머런만 있었다면 아마 위 커플처럼 매우 지루했을 것이지만 흑인 누님 로런의 긍정적인 '흥'은 정말이지 모두를 즐겁게 한다. 말도 어쩌면 그렇게 야무지고 예쁘게 하는지... 굉장히 지적이고 긍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이 프로그램에 나온 여성 중 성격 및 지성으로 보면 단연 쵝오라고 생각한다. 

그런 로런에게 흠뻑 빠진 캐머런은 자신의 사랑을 숨기지 않고, 로런은 이를 살짝 부담스러워 하지만 이렇게까지 인종을 넘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캐머런이 싫지 않은 눈치...

낙천꾸러기 로런과 사랑꾼 캐머런은 서로를 잘 배려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흑인은 모발 문제(아마도 그대로 자면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로 여자는 '보닛'이라는 캡을 쓰고 잠드나 본데 이 같은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여자 입장에서는 부끄럽고 남자 입장에서도 별로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를 너무도 잘 이해해 준다든지,

해변에서 둘이 나란히 누워 얘기 나눌 때 로런을 만나기 전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껴왔고 삶의 의욕이 없었지만 그것이 로런을 만나고 바뀌었다는 캐머런의 솔직한 고백. 그리고 자기는 너무 캐머런이 좋지만 흑백 커플에 대한 시선과 양가 집안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로런의 걱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보면서 참 흐믓했다.

육체적인 관계도 허니문 초반부터 아주 후끈후끈. 뭐 딱히 흠 잡을 곳이 없었다. 


바넷-앰버(BA)

이 커플은 둘 다 너무 laid back이라 항상 농담 따먹기에 웃음이 넘친다. 그렇다고 막상 진지한 대화는 별루 없다. 그냥 알맹이가 딱히 없어 보이는 느낌. love라기보다는 lust나 fling에 가깝게 보여진 것이 사실이다. 여튼 이성적으로 서로에 매우 끌리고 있었고 (가볍긴 하지만) 대화도 어느 정도 통해서 그런지 두 사람의 애정전선은 이상무. 육체적인 부분도 아주 잘 맞는 모양...

서로가 치는 색드립도 눈꼴 사납긴 했지만 인상적이었다 ㅎㅎ

아마도 이 둘은 서로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제시카'라는 맹수(cougar)가 바넷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이 앰버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렸을 것이고 이것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라는 정도?!


마크-제시카(MJ)

마크는 뭐 그냥 직진이다. 제시카를 처음부터 끝까지 신뢰하고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제시카는 뭐 갈대다. 바넷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계속 바넷의 주위를 맴돈다. 내가 마크 입장이었으면 엄청 속 상하고 애초에 헤어졌을 거 같지만 마크는 그릇이 큰(?) 남자였다. 계속해서 제시카와 대화하고 제시카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 진정시킨다. 

pod 단계에서 바넷이 갈피를 못잡았다면 그 이후 갈팡질팡하는 건 제시카의 몫이었다. 

그래서 허니문 내내 present(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계속 걷도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모임 가서 딱히 즐기지 못할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거 같아 반성도 됐다...ㅎㅎ

당연히 둘은 잠자리도 갖지 못했고 그래도 키스, 커들링은 하는 KK 커플과는 달리 한 침대에서 선을 그어놓고 잘 정도였다... 그럼에도 마크는 흔들리지 않는다...그야말로 대단한 determination이다..



감상평


여기까지 커플별로 정신/육체적인 케미스트리 강도(각각 3점 만점)를 정리해 보면,

1위: CL - ★★★/★★★

2위: BA - ★★★/★★★

3위: DG - ★★☆/★★★

4위: KK - ★★★/★☆☆

5위: MJ - ★☆☆/☆☆☆

6위: CD - ☆☆☆/☆☆☆ (탈락)


멋대로 평가/순위이지만 나는 이렇게 보았다. CL이 1위인 점은 둘 간의 bonding이 보다 완전해 보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현재의 사랑, 즐거움보다는 미래를 걱정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다 현실적인 측면까지 고려된 거 같았다. 다음 단계에는 이 랭킹이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1. 관계 유지에 잠자리는 중요하다

종교 또는 개인의 신념상 특정 시점 (예를 들어 결혼)까지 잠자리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계속적인 일방의 잠자리 거부는 장기적으로 남녀관계의 허들이 될 수 있다. Sound body, sound mind'라고 결국 육체적인 관계가 원만해야 정신적인 관계도 원만한 법이다. (물론 vice versa 반대도 적용되지만 중요한 건 둘 다 '관계'라는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과 같다는 점이다.

육체적인 커넥션이 사랑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건 pod 실험에서 이미 어느 정도 증명된 듯 하다. 외모도 보지 않은 상대에게 청혼을 했다. 다만 육체적인 끌림이 충분조건 정도는 될 수 있을 거 같다. 남녀가 가진 본능이 서로에 대해 풀리지 않으면 이상하게 겉돌아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사까지 가진 않았지만 자꾸 바넷에게 찍쩝대는 제시카처럼...)


2. 플라토닉 러브는 승리할까?

사실 MJ 커플은 제시카가 그냥 마크를 '남자'로 보지 않는 거 같다. 바넷에 대한 미련이 커서 눈 앞에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난 그냥 마크에 대한 제시카의 사랑이 없다고 본다. 그저 호감 정도일 뿐.

따라서 정신적인 사랑이 있다고 보여지는 KK 커플이 향후 이 질문의 관심사인데...

가장 큰 것은 역시나 케니(남)가 욕구를 잘 제어(?)할 수 있느냐이고 이건 결국 켈리에 대한 (정신적) 사랑이 얼마나 크냐로 귀결될 거 같다. 


3. 결혼에 골인하게 될 커플은 과연 CL, BA, DG가 될까?!

현 단계에서 겉으로 보기엔 정신적/육체적 케미스트리가 잘 맞는 커플은 CL, BA로 보인다.

물론 정신적 케미스트리에는 현실적인 조건(특히 경제력, 집안 등)에 대한 고려가 많이 빠져있긴 하지만 적어도 '결혼' 정도되는 대사를 치르려면 이 바로미터들이 최소한 full로 차 있어야 가능하다고 보여지며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 건 CL, BA이고 약간 거슬리게 했던 다툼을 잘 극복해 나간다면 DG도 골인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과연 그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도 주안점이다.


이제 다들 멕시코 칸쿤에서 누구에게는 꿈만 같았던 그리고 누구에겐 꿈같지만은 않았던 허니문을 마치고 현실 세계가 펼쳐지는 애틀란타로 돌아간다. 

과연 이 실험은 어떻게 또 진화할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사랑하면 정말 눈이 멀까 (1) - 정서적 커넥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