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시리즈 <블라인드 러브: Love is Blind> 감상기
결혼은 결국 법적으로 두 개인을 묶는 매개체이다.
1주간의 블라인드 데이트와 며칠간의 허니문 그리고 3주간의 결혼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D-day인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이 실험의 전 과정이 마치 벼락으로 시험 준비를 하는 수험생, 그보다는 팀플을 진행하는 대학생의 모습 같기도 하다. 2명이 한 팀이 되어 '결혼식'이라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것이다. 어떤 팀은 팀웍이 좋아 순조롭게 잘 진행하고 어떤 팀은 순조로운 듯이 보이나 사실 문제가 많은 결과물을 준비하였고 어떤 팀은 시종일관 다투느라 결과가 엉망일 수가 있는 그런...
여튼 발표날이 다가왔다.
결과물이 어떻든 간에 모두에게 내놓아야 한다.
아마 이런 상황에 봉착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 기분을 알 것이다.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을만큼 (마음의) 준비/연습을 한 사람은 당일날 침착하다. (물론 교수님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좀 떨릴 수는 있다.)
반면 어떻게 발표를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 하면 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되고 떨린다...
난 처음엔 청혼했으면 빼박 결혼일 줄 알았는데 식장에서 신랑신부가 각각 '아이두'를 모두 외쳐야 결혼이 성립되는 구조여서 다들 그렇게 준비 기간동안 고민하고 긴장했었나 보다.
각 커플은 어땠을까
넷플릭스에 방영된 순서대로 이제까지 나의 예측 분석(?)과 각 커플별 실제 결과를 비교하며 써내려가 보겠다.
나름 결과를 예측해보기 위해 몇 가지 사전 단서가 될만한 징후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대략 식전 인터뷰들을 보면 누가 서스펜스를 줄 지 대략 보인다.
처음부터 줄곧 인터뷰 내용이 변함 없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걱정이 되지 않는다.
2.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을 보면 대략 각이 나온다.
양가 부모님을 포함해 하객이 꽤나 와 있다면 이건 당사자가 결혼식에 올인 내지는 꽤 커밋(commit)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3. 당일날 당사자의 표정을 보아라.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날이다. 기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긴장도 되겠지만 들뜬 표정이 근심에 찬 표정을 덮으면 '아이두'가 나올 것이다.
4. 상대를 마주하며 섰을 때 서로의 표정을 보면 대략 감이 온다.
확신에 차지 않거나 표정이 무겁다. (역시 이건 제작진이 미리 얘기해주더라도 어느 정도는 숨길 수 없을 거 같다.)
과연 위 4가지 팩터가 실제 결과와 얼마나 맞을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참고로 결혼 준비 단계까지 거치며 평가했던 나의 각 커플별 정신/육체/현실적 결혼 성공 평점(?)은 다음과 같았다.
뭐 완전 내 멋대로긴 하지만 '굳이' 점수화해 본다면, 역시 정신적 bonding이 가장 중요해 별 하나당 5점, 육체적인 게 4점, 현실적인 요소들이 3점으로 가점을 적용해 보아도 같은 순위가 나왔다.
1위: CL - ★★★/★★★/★★☆ = 15+12+6 = 33
2위: BA - ★★☆/★★★/★☆☆ = 10+12+3 = 25
3위: KK - ★★★/☆☆☆/★★★ = 15+0+9 = 24
4위: MJ - ★★☆/★★☆/★★☆ = 10+8+6 = 24
5위: DG - ★☆☆/★★★/★★☆ = 5+12+6 = 23
Real life라면 당연히 '현실적 요소'에 더 많은 가점을 줄 거 같다. 적어도 5점이 되지 않을까. 그치만 이건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 리얼리티 쇼이고 실제 프로그램상에서도 그다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서양은 아무래도 동양보다 그런 구속이 덜할 것이라고 보아 3점도 무난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저건 어디까지나 나름 냉철(?)하게 분석(?)한 결혼을 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지표이지 내가 '심정적으로' 결혼하길 바랬던 커플을 나타내는 건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나는 CL 커플 외에 실제로 DG 커플이 잘 되길 바랬다.ㅠㅠ)
여튼 본론...
실제로 이 커플이 1빠로 결혼식을 거행했다.
나의 '이성적' 예상: G(지아니나)는 '아이두 I do'를 데이미언은 '아이돈 I don't'을 외칠 것
이유: 지아니나는 사랑스러우나 감정 기복이 심해 조용한 데이미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녀를 감당하기 어려울 듯 싶었다. 그러나 결국 일말의 희망을 걸고 말았고
나의 '감정적' 예상은 데이미언도 예쓰를 외치는 것으로 쏠리고 말았다.
1. 서로 식전 인터뷰에서 딜 브레이커는 없었던 거 같다.
2. 상견례 때 보지 못했던 데이미언 가족이 나와서 좀 안도가 됐다.
3. 근데 데이미언의 표정이 너무 어두웠다. 불안요소 증가
4. 데이미언은 마지막 멘트에서 너무나 좋은 말들만 가득하게 날렸다. 뭐야 이거 되는 거 아냐?! 근데 역시나 표정이 확신에 차지 않은 표정에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거 같은 울상을 짓고 있어 너무 불안하게 했다.
주례가 신부에게 '이 사람을 평생의 반려자로 맞이합니까?'라고 물었고,
예상대로 지아니나는 '아이두'를 외쳤다.
제작진의 의도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대답까지 알쏭달쏭하게 심각한 표정으로 뜸을 드리며 표정 관리를 한다. @@ 심장 멎겄소...ㅠ
재밌는 건 프로포즈는 보통 남자가 먼저 하고 여자가 답하는 식인데 혼인서약은 여자가 먼저 답을 하고 남자의 답변을 기다린다. 물론 여자 입장에서 먼저 거절하면 게임오버이긴 한데 예쓰를 외치면 그 이후부터는 남자의 대답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여자 입장으로서는 '예쓰'라는 결정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반면 남자는 여자가 먼저 답을 하기에 자신도 '노'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여자가 '노'를 외치는 것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거절당한 거에 대한 쪽팔림(?) 그리고 만약 '예쓰'를 했다면 자신이 웃는 신부의 얼굴을 보며 이 모든 것을 엎어야 하는 굉장한 중압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게 데이미언의 운명이었다.
그녀가 '아이두'를 외치고 '데이미언 너도 같은 생각이지?'라는 사랑스런 표정(좌)으로 그를 바라보자 데이미언의 얼굴은 불안과 공포(?)로 심하게 일그러졌다(우).
그는 울먹이며 '아이 돈'을 외쳐버리고 말았고 그야말로 '웃는 얼굴에 침 뱉기'를 하고야 말았다... 오마이갓...
설마설마 했는데 사람을 잡고 말았다. ㅠ 내가 다 안절부절하고 있었다...ㄷㄷㄷ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좋은 커플이 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랬건만...ㅠㅠ 둘은 데이미언의 확신 부족으로 결국 처참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예고편에서 나왔던 신부 도망(?) 장면이 사실 난 앰버일 줄 알았는데...그게 지아니나였다니!!ㅠ
사실 깨지고 나서 가장 지저분했던 게 바로 이 커플인데... 이것만 봐도 지아니나는 성격이 보통이 아니었을 거 같다고 추측해 본다. 화를 주체하지 못했던 그녀는 그대로 식장을 뛰쳐 나가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숲속으로 달아나다가 엎어지기까지 한다...
이제까지 인생에서 버림 받은 적이 많아 항상 뭔가 일이 잘 풀리면 불안하다고 했었는데 그게 재현되고 그것도 결혼식 당일날 신랑한테 퇴짜 맞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억장이 무너질 거 같았다...
신부의 엄마가 겨우 가서 달래고 다시 식장에 데려왔지만 이제 둘 사이는 냉랭했다. 첫 프로포즈 당시 데이미언이 했던 멘트 그리고 지아니나에게 리본을 묶어 바친 '데이미언 전부'에 대해 거짓말이었고 역겨웠다고 말하며 웨딩드레스를 찢어서 그 리본대신 데이미언에게 묶어버리고(그걸 데이미언은 뿌리친다) 그녀는 떠나 버린다...
아아...ㅠㅠ 첫 웨딩부터 맴찢에 충격의 도가니...
아무래도 데이미언은 상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이 결혼의 앞날에 대해 많이 불안했었던 거 같다. 오히려 지아니나가 먼저 거절할 줄 알았는데 그녀가 승낙하는 바람에 더 당혹스럽게 된 듯 해 보였다...
결과: 분석 결과는 맞았지만 아쉽게도 나의 바램은 빗나가고 말았다...ㅠㅠ 응원했었는데 말이지...
DG커플 설명이 길어서 이 커플은 각설하고 담백하게 ...
1. 식전 인터뷰에서 앰버가 전날 바넷이 전화를 받지 않고 도통 연락이 되지 않았음을 얘기하며 상당히 불안해 한 게 이거 딜 브레이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 상견례 때 봤던 양가 식구들이 다 나왔다. (다만 앰버 양아버지가 보이지 않은 것은 좀 의아...그래서 버진로드도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대신...)
3. 바넷의 표정이 무거웠고 연락이 두절된 바넷 때문인지 앰버 표정도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식장 입장 전에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해도 지지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그럼 날 보고 어쩌라는 거냐고 짜증을 낼 때 그녀도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았다.
4. 평소에 웃기만 했던 커플이어서 그런지 무표정이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낌새가 좋지 않구나...
여튼 고로 나의 예상은 이러했다.
나의 예상: 앰버는 '아이두 I do'를 바넷은 '아이돈 I don't'을 외칠 것
이유: 앰버는 줄곧 바넷이었다. 다른 모든 것도 그녀에겐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바넷은 집안과 친구의 반대가 꽤 있었고 식 전날 연락도 두절됐다. 당일 표정도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눈치와 경제관념 없이 마냥 천진난만해 보였던 그녀에 대한 걱정이 컸으리라...
먼저 앰버는 꽤나 망설이는 투로 말을 이어갔지만 결국엔 '아이두'를 외쳤다.
그리고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잖아... 빨리 '아이두'라고 말해'라는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넷을 쳐다보았으나 바넷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고 얼굴은 굳어 있었다...
우와 이거 근데 심장 터지겠다... 2연속 커플 브레이커 나오나...
근데 말이다. 꽤나 반전이 있었다.
와...혼인서약 하는 장면은 진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제작진이 각자의 답을 들키지 않게 최대한 긴장감 있게 하라고 해서 그랬음이 분명하다!!
뭔가 '노'라고 대답할 거 같은 무거운 분위기를 유도하다가 갑자기 웃으며 예쓰로 대답할 때는 내가 다 가슴을 쓸어 내렸다... (과도한 감정이입..)
이건 진짜 연출이다... 바넷은 끝까지 장난을 쳤던 거다... (참 이 커플 답다...ㅎㅎㅎ)
너무나 기뻐하는 둘을 보며 양가 친지 모두 흐믓한 표정을 지었고 그들을 축하해 주었다.
결과: 또 한 번 예상이 빗나갔지만 마음은 기쁘다. 그래도 잘 맞는 둘이서 역경 해쳐나가면서 잘 해보길 바란다~
이거 적다 보니 두 커플만으로도 내용이 꽤나 길어졌다.
나머지 세 커플은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