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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Apr 12. 2020

사랑하면 정말 눈이 멀까 (4) - 법적 커넥션2

Netflix 시리즈 <블라인드 러브: Love is Blind> 감상기

다음 편을 적겠다고 해놓고 1달을 넘겨 버리고 말았다... ㅠ 역시 칼을 뽑은 김에 다 썰고 나와야 한다는 걸 다시 느낌 ㅎㅎㅎ

여튼 시작을 했으니 끝은 맺어야지! (참고로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에 주의!)

다음 커플!


지난번의 아래 네 가지 기준에 따라 이번에도 각 커플의 결과에 대한 예측을 해보았다.


1. 대략 식전 인터뷰들을 보면 누가 서스펜스를 줄 지 대략 보인다.

처음부터 줄곧 인터뷰 내용이 변함 없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걱정이 되지 않는다.


2.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을 보면 대략 각이 나온다.

양가 부모님을 포함해 하객이 꽤나 와 있다면 이건 당사자가 결혼식에 올인 내지는 꽤 커밋(commit)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3. 당일날 당사자의 표정을 보아라.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날이다. 기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긴장도 되겠지만 들뜬 표정이 근심에 찬 표정을 덮으면 '아이두'가 나올 것이다.


4. 상대를 마주하며 섰을 때 서로의 표정을 보면 대략 감이 온다. 

확신에 차지 않거나 표정이 무겁다. (역시 이건 제작진이 미리 얘기해주더라도 어느 정도는 숨길 수 없을 거 같다.)


Kenny & Kelly


이 커플은 조금 아리까리... 집안끼리의 케미가 좋았지만 정작 두 당사자간의 어딘가 좀 밍숭맹숭...

케니는 열렬히 켈리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켈리의 마음은 그와 같지 않았다는 게 아마 큰 요인이지 싶다. 


1. 서로 식전 인터뷰에서 예상대로 케니는 다소 들뜬 느낌이었지만 이에 반해 켈리는 생각이 많아 보였다. 언니와의 대화에서도 그렇고... (마이너스)

2. 하객들은 꽉 차 있어서 양가의 기대가 작지 않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플러스)

3. 역시나 켈리의 표정에서 텐션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게 느껴졌다. (마이너스)

4. 둘이 서로를 향하는 눈빛을 보면 상당한 신뢰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서로에 대한 나쁜 기억 없이 '좋은 사람'으로서 인지하고 있다는 인상 (플러스)


나의 예상은 케니 예쓰, 켈리 노...였고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주변의 모든 게 준비되어 있어도 당사자 모두의 확신이 없으면 성사될 수 없는 게 결혼이다.


이 커플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노잼이었지만 마지막에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거절 당한 케니는 자신이 제일 당황스러웠을 텐데 그 와중에도 벙찐 하객들에게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며 이를 너무나도 긍정적인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적어도 대중 앞에서는)

진짜 너무도 성숙하고 멋진 멘트여서 이 커플의 단연 백미 장면으로 꼽을 수 있겠다.

침착하게 하객을 진정시키는 케니 (좌) / 그의 성숙한 태도를 보고 반한(?) 켈리의 엄마 (우)

물론 케니는 이 이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분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 제작진에게 화를 내고 만다.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한 그의 기분은 오죽 참담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자제하고 대처한 그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은 높은 점수를 주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Mark & Jessica


이 커플도 남자가 맹렬하고 일관되게 사랑했지만 여자는 확신인지 아리까리했다는 점에서 위 커플이랑 비슷한 면도 있겠다.

마크는 솔직히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노잼일 정도로 일편단심.

제시카는 그와 정반대... 변덕이 심하고 화면상으로 보면 그야말로 밉상녀인데 이게 또 귀추를 주목하게 만들어서 재미 요소가 됐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자, 네 가지 기준으로 한 번 살펴보자


1. 식전 인터뷰에서의 마크는 역시 rock solid. 절대 흔들림이 없다. 다만 제시카가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안 서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엄마가 식장 입장전에 '그냥 도망가버리자' 라고 했지만 이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제시카는 마크가 자신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켜주었는지, 사랑에 대해 가르쳐줬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꽤나 긍정적인 예상을 하게 만들었다. (플러스)

2. 마크는 히스패닉이어서 그런지 가족/친지들이 대거 왔다. 반면, 제시카 쪽은 하객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있었더 몇몇도, 아무도 없으면 결말이 뻔하니 제작진이 심어놨거나 마크네 쪽에서 신부쪽에 앉으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입장 때도 본인 혼자 등장했다. 이건 어마어마한 딜 브레이커 징조..!! (마이너스) 

3. 마크와 달리 제시카는 그리 들떠 있는 듯한 표정이 아닌 걸로 봐서 살짝 마이너스 요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둘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립 

4. 롤러코스터 같았던 우여곡절의 관계였지만 마크의 지고지순함과 그로 인한 제시카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 덕분인지 서로를 마주한 둘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제시카의 표정은 많은 주저를 머금고 있었다. 


나의 예상은 마크 예쓰, 제시카 노였고 역시 적중했다. 두 번째 요소가 깔아주는 복선이 너무도 강렬해서 '페이크(?)'적인 요소들에 속지 않을 수 있었다.

제시카는 시즌 초반부터 변덕이 심했다. 마크의 힘으로 그게 바뀌려나 했었지만 1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사람의 성격이 바뀌는 건 쉽지 않았다. 


마크는 시종일관 자신의 감정에 진실했었고그걸로 된 거다. 나이는 어리지만 멋진 남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Cameron & Lauren


이 커플은 초반부터 보면 흐믓해지는 커플 제1호였고 그것이 계속 유지됐었다.

캐머런의 로런에 대한 일편단심이 있었고 로런의 유쾌함이 보는 사람을 즐겁게 했던 거 같다.


1. 캐머런은 늘 변함이 없었으니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로런은 자신만의 스페이스를 두고 싶어하는 것과 블랙 커뮤니티와의 융합에 대한 걱정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다. 다만 항상 겉으로는 밝게 행동하기 때문에 그 속에 숨겨진 진짜 감정은 읽기 어려웠지만 말이다. (그래도 플러스)

2. 양가 부모들도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자녀의 입장에 공감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머런쪽은 하객이 많이 보였는데 로런쪽 하객이 꽤나 비어 있어서 짧은 시간에 인종간의 장벽을 넘어 결혼까지 이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너스)

3. 걱정 중에도 두 당사자가 상당히 들뜨고 긴장된 것이 보여졌다. (빅 플러스)

4. 신부가 입장할 때 두 사람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모습을 보며 이 커플의 서로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진실됐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눈물 닦아기도 하고 로런은 대사까지 준비해오며 성의를 보여줬고 농담까지 치며 명랑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뭐 게임 오버다. (빅 플러스)


서프라이즈는 없었지만 보면서 참 기분이 좋았다.


총평

초반에는 지아니나+데이미언 커플이 좋았으나 결국엔 로런+캐머런 커플이 볼매였다.

백인과 흑인이라는 인종간의 장벽을 뛰어넘고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로 살아왔지만 사랑이 이런 장애물들을 서로가 맞춰나가면 뛰어넘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잘 보여준 커플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이 넷플릭스가 이번 컨텐츠 실험(?)을 통해 내심 증명해 보고자 했던 가설 즉 사랑은 진정 외모/조건 등 외적인 요소가 아닌 내적인 요소만으로 시작되어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었을 것이다.

(물론 여러 커플 중 실제로 그렇게 된 커플은 두 곳이었고 그것도 처음에는 내적으로 싹튼 좋은 감정이 외적 요소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도 이를 초월할 수 있는지여서 단순히 A는 B다라는 결론을 내리긴 어렵겠지만)


그래서 넷플릭스에서도 이 커플을 맨 마지막에 배치해서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서라면 도저히 생각해 보기 어려운 도발적인 주제로 만든 흥미로운 리얼리티 쇼였다.

요즘 같이 복잡다단해지고 모바일로 인해 개인간의 관계가 단편화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간의 관계,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준 흥미로운 컨텐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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