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프로듀스101에 울고 웃어버린 30대 아저씨의 감상문
최근 아주 우연한 계기로 중국판 프로듀스101인 <青春有你第2季> (청춘유니 시즌2, 굳이 번역해 보자면 '니가 있어 청춘이다?!)를 접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블랙핑크의 리사가 중국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갔다길래 이건 또 뭔가 해서 보게 된 게 시작이었는데 아저씨 팬심이 무섭다고 그만 정주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ㅎㅎ
한국과의 차이라면 한국은 여자 아이돌이 먼저 시작해 다음 시즌이 남자였다면 중국은 반대로 남자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이 여자였다.
그리고 시즌1에는 우주소녀의 성소와 주결경이, 시즌2에는 블랙핑크의 리사가 나온다.
솔직히 아이돌 문화에 딱히 큰 관심도 없던 나였지만 옛(?)부터 수퍼스타K, Kpop스타, 쇼미더머니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즐겨 봤던 기억이 있다. 각 단계를 거치며 성장해 가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마치 게임에서 자기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것처럼 즐겁고 소소한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준 것도 있지만 참가자들 개인의 스토리(특히 역경)을 보며 단순히 그들의 무대 위 공연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에 공감할 수 있던 점이 좋았기 때문이다. 막간으로 한동안 손 놓았던 중국어 공부도?!
그런 내가, 단순히 '가수'를 뽑는 오디션도 아닌 '아이돌'을 뽑는 오디션을, 그것도 한국도 아닌 중국의 것을 보며 별도 시간까지 써서 이렇게 글까지 쓰기로 마음 먹은 이유에 대해 공유해 보고자 한다.
(특히 후자의 이유는 두 가지가 있겠는데 첫째는 내가 한국판 프듀를 보지 않았었고 둘째는 나란 녀석은 항상 국내보다는 해외의 것들에 관심을 더 가졌기 때문이다. 한드 보다도 일드, 미드를 더 좋아했고 내 블로그의 여행기를 읽어 본 독자 분들이라면 이 점을 쉽게 수긍할 거라고 본다.)
표면적인 계기는 위에서도 말했든 리사가 나왔기 때문인데, 빠져든 이유는 코로나로 밖에 못 나가고 집에 오래 있게 된 것도 한 몫 했겠지만 결국은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을 대할 때 이따금씩 답답하고 조바심 내는 나 자신에게 풋풋한(?) 소녀들로부터 한 수 가르침을 얻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한 참가자가 바로 '류유신(刘雨昕)'이다.
사실 난 중국 연예계에 대해 무뇌한에 가깝기 때문에 각 참가자들의 사정은 모른 채 겉모습(외모, 공연)만으로 그들을 평가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당연히 예쁜 참가자들에 눈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였겠지만 유독 보이시(boyish)한 참가자인 류유신에게 눈이 갔다. (참고로 난 여자를 좋아하는 이성애자임을 밝힌다 ㅎㅎㅎ)
그 이유는 첫 평가 무대에서 그녀의 공연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춤, 노래, 랩 모두 출중했고 특히 공연 중에 슬쩍슬쩍 보여주는 표정은 정말 압권이었다. (막무가내로 멋부린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https://www.youtube.com/watch?v=Eip_FYZUj_Q
여튼 류유신의 이런 실력들이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은 당연히 아니다. 춤을 배운지 11년이나 되었다고 하고, 이 사람에 대해 좀 더 궁금해져 예전 영상들을 보다 보니 예전 춤은 그야말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tv 프로그램에도 여러번 출연하며 낙방을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실력을 쌓아왔다.
게다가 이 오디션에 참가하기 전에도 수 많은 오디션에 참가했었고 그 중 하나가 '16년 <밀봉소녀대Lady Bees> (한글로 풀어쓰면 꿀벌걸즈 정도 되려나;; 여튼 아이돌그룹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작명 센스가 저세상 급이다;;) 라는 여자 아이돌 그룹 결성 오디션이었는데 7명 멤버 중 한 명으로 뽑혀 데뷔까지 하기도 했었다.
근데 안타깝게도 똥망했다. (이 그룹 멤버 중에는 '공설아'라는 멤버가 있는데 류유신과 함께 청춘유니 참가자로 등장한다. 그녀도 외모, 실력 모두 출중했는데 알고 보니 JYP 연습생이었다고 한다. 자세한 건 후술)
그 이후 여러 프로그램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이어간다. 시덥잖은 영화에 잠깐 엑스트라로 등장하거나
생계를 위해 온라인 셀러(?)도 하고 심지어 닭공장에서 닭고기의 공정과정을 취재하는 보조 BJ로 활동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허드렛일을 마다 않는다.
그녀는 하찮게 보이는 일일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엄청난 시간을 연습에 퍼부으며 노력했고 그 결과로서 동료들로부터 가장 많은 득표로 주제곡 무대의 주인공으로 뽑힌다.
https://www.youtube.com/watch?v=ueayYVNt_AI
운동선수든 연예인이든 마찬가지지만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멋진 퍼포먼스가 그들에게는 매우 쉬운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은 비단 엄청난 연습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좌절과 낙담을 이겨낸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N6r5Z3oqLs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인생이 참 쉽지 않은 것이라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본 사람이라면 그 과정이 어려웠음에도 즐길 수 있었기에 참고 이겨낼 수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누구에게나 인생은 녹록지 않다.
중요한 건 성공한 사람은 어려웠던 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난관에 대해 과거 이를 극복해온 경험을 살려 끊임 없이 나가는 것일 테고,
실패해 본 사람은 비단 이러한 난관이 자기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고 자신을 심리적으로 옥죄지는 말되, 이것도 내가 한단계 발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어렵겠지만) 매순간 즐기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과연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나, 잠시의 좌절에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었나, 현재의 나의 부족함을 나 자신이 아닌 환경의 탓으로 돌리진 않았어나 돌아보게 되었고 부끄럽지만 아쉬운 모습들이 많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내 모습이 완벽하지 않았다고 해서 낙담하고 포기한다면 미래의 모습도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인생은 완벽할 수 없다.
이를 겸허히 인정하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에서 배운 인생 레슨 치고는 참 고상하고 거창한, 그치만 너무도 많이 들어 진부한 이야기였다. '굳이' 글로 옮겨 본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쉽게 잊고 사는 너무나도 중요한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용이 길어져 적당한 분량으로 끊어서 연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