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프로듀스101에 울고 웃어버린 30대 아저씨의 감상문
오빠 팬심으로 중국판 프듀 <청춘유니>를 보면서 느낀 30대 아저씨의 첫번째 인생레슨이 자신이 처해진 환경에 대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인생레슨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는 '자존감'과도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다.
예전에는 모두가 각자의 작은 세계에서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모바일이 등장하고 4G며 5G가 등장하며 말도 안되게 면서 서로가, 전세계가 연결되어 있다.
이는 곧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알게 된다는 말이다. 좋게 보면 남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말도 되지만 자기보다 나은 존재 또는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리마인드 당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가장 좋은 예가 '인스타'다. 그리고 사람들은 주로 자기의 가장 잘난 모습, 행복한 상황에 대해 포스팅하기를 좋아한다. (비록 그게 일생의 10%도 안되는 일부이고 90%는 힘들게 일하는 모습, 짜증났던 일들로 채워져 있는데도 그런 거 따위 올리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고 보는 사람도 그리 마음이 편치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치만 가끔 이런 진실된 포스팅이 사람들의 공감을 더 얻어낸다는 건 이런 '내가젤잘나가' 대잔치에 지쳐 가고 오히려 진심 어린 것들에 대한 갈망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튼 '우물 안 개구리'인 당신은 한동안 자기가 이 동네 짱이라고 생각하고 맘 편히 살 수 있었지만 이런 포스팅 또는 정보에 노출됨으로써 자신의 객관화된 처지에 대해 참교육 당하게 된다. 즉 왜곡된 타인의 잘난 모습에 의한 자신의 상대적 비굴함 내지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온라인 세상을 통한 참교육도 스트레스 받게 하는데, 오디션을 통해 100여명의 참가자들의 실력을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고, 그게 또 기라성 같은 심사위원들에 의해, 나아가 수억명의 중국 시청자에게 평가받는다면 그 압박은 실로 엄청난 것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많은 참가자들이 주눅이 든다.
실력이 어떤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그냥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얼마나 믿느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실력이 있으면 이를 근거로 자신감이 더 생길 수는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거다.
실력이 없다면 당신은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인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인간은 타인의 평가 앞에 참으로 나약해진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누구로부터의 인정이 있어야 그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나에 대해 인정해 주지 않으면 내가 작은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심사위원과 같은 전문가일 수도 있고, 팬들 같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일 수도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마치 랭킹에 의해 순서 지어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운동 선수며, 연예인(특히 가수)이며 정치가며 공인들은 이런 식으로 대중의 냉혹한 평가대상이 된다.
한국에서 한창 문제가 되었던 연예인에 대한 악플과 자살 사건도 결국엔 이러한 '타인의 평가'가 자신의 존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이고 자존감이 약해져 있던 사람들은 결국 안타깝게도 무너지고 말았다.
그만큼 자존감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다. 남이 아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청춘유니에서도 몇 명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각가을 잠시 소개해 보면
1. 진줴(陳珏)
이 참가자는 초반부터 평범하다고 할까 다소 촌스럽기까지 한 외모에
그렇다고 춤 노래 실력이 엄청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남을 웃기는 개그능력이 있는 것도, 러블리한 애교는커녕 오히려 답답할 정도로 말수도 적다.
그치만 그녀는 화려한 동료 참가자들의 치장과 퍼포먼스에 전혀 기죽지 않는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소신대로 행동하고 공연을 마친다.
남들이 보여준 만큼은 보여줘야 하는데... 촌스럽게 보이면 어쩌지? 동료들이 아니 이걸 볼 시청자들이 날 비웃으면 어쩌지? 따위의 걱정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리고 전체 멤버의 반을 떨어뜨리고 최종 그룹멤버 9명을 1차 선발하는 랭킹에서 그녀는 당당히 top 6로 뽑히는 기염(?)을 토한다.
사실 굉장히 놀라운 결과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외모, 춤, 노래 등 나름 각 분야에서 날고 길만한 참가자들 중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꾿꾿하게 be you/do you(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행동)를 실천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도 그녀의 그런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고 응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저게 분명 용기는 내보고 싶었지만 낼 수 없었던 나의 모습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걸 나와 비슷한 외모 그리고 실력을 가진 그녀가 대신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대리 만족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여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에겐 묘하게 끌리는 법이다. (안 끌리더라도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남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나지 않는다.)
2. 상관시아이(上官喜爱)
사실 진줴의 멘탈은 리스펙이지만, 그렇다고 저런 유형을 본받고 싶어지진 않는다.
이의 진화 버전이 바로 상관시아이라는 언니다.
사진에서도 보듯 상남자가 아닌 상언니 느낌이 팍팍 난다. 잘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거 같은 비쥬얼...
티피컬한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매우) 멀어 보인다.
(나의 선입견에 대해 반문하면서도) 어떻게 저런 외모로 이런 데를 지원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실력이 매우 출중하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장난이 아니다.
한번 그녀의 첫 공연을 보시라. (실제 공연 장면은 1:20부터)
https://www.youtube.com/watch?v=NymkQldDGGA
실로 자신감의 용광로다. 단순히 자신에 대한 의심을 제압하는 정도가 아니라 타인의 의구심마저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 (그리고 물론 그 바탕이 된 실력)이다.
3. 유슈신(虞书欣)
이 참가자는 또 완전 다른 느낌의 긍정 덩어리인데... 좀 주책기에 공주병이 장난 아니다..
이 케이스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 보다는 자기 긍정, 자존감이 더 돋보이는 참가자라고 할 수 있는데,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이다. 다른 참가자들이 낙담하고 있을 때도 금방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푼수기 덕분에 팬층이 상당히 두꺼운지 1차 총 랭킹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다...ㄷㄷㄷ
그런 면에서는 2번 상관시아이보다는 1번 진줴에 더 가까운데 무한 발랄/명랑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력은 프로로서는 사실 많이 아쉬운 레벨인데 사람을 즐겁게 하는 특출난 능력이 있다. 행복 바이러스라고나 할까...
사실 연예인이라는 게 별 거 있나? 결국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 아닌가...
그게 춤, 노래일 수도 있지만 다른 능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이 언니는 그런 면에서 대단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음에는 틀림 없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자신이 사랑 받을 수 있는 건 본인을 사랑하고 믿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때도 힘이 들지 않는다. 이 친구를 보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그냥 숨쉬듯 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 자기 자신을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최고로 믿어야 하고 사랑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 그렇기 때문에 내가 외모, 춤/노래 실력이 별로이든, 무대에서 실수를 하든, 심사위원이 또는 팬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두려워하지 않는다.
- 그렇기 때문에 매사 긍정적이다. 나는 가능성이 넘치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앞에 역경이 닥쳐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부딪칠 수 있는 동기가 내면에 항상 있다.
-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줄 안다. (그래서 남이 놀리거나 비평해도 이를 유쾌하게 받아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실력을 다 커버할 순 없겠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보여주는 무대는 확실히 뭔가 특별한 오로라를 내뿜는다. 일단 자기를 사랑하니까 보는 사람도 사랑스럽게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건 외모를 넘어선 매력이다. 거기에 실력까지 겸비되면 금상첨화.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들을 좋아한다. 잘 나가는 여성이 성공한 운동선수, 기업가, 개그맨 등과 만나는 건 그 사람들이 능력도 갖추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자신감이 넘쳐서일 것이다.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외모만 출중한 여성의 매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자신 넘치는 여성이 오랫동안 그 매력을 유지해 가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은 상대방도 사랑할 줄 안다.
상대방에게 사랑을 줄 줄 알아야 본인도 결과적으로 사랑 받는다.
요즘 같이 자기를 사랑하기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갈수록 의식적으로 최면을 걸 듯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겠다.
전세계적 인기를 휩쓴 BTS형과 저스틴 비버 형 앨범도 그랬듯
요즘의 화두는 그렇다
Love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