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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May 17. 2020

옆나라 아이돌오디션에서 느낀 인생 레슨 그리고 국뽕5

중국판 프로듀스101에 울고 웃어버린 30대 아저씨의 감상문

블랙핑크 리사가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오게 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청춘유니2라는 프로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점은,


프로듀스101을 배꼈구만!

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중국이 한국의 인기 TV 프로그램의 형식을 많이 빌려간 건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나는가수다, 쇼미더머니 등등...

그런 프로 중에 하나겠거니 했다.


그래도 처음엔 중국어도 할 줄 모르는 리사가 중국까지 가서 어떻게 심사평을 하는지, 연습생들과 중국 시청자들은 리사를 어떻게 생각할 지가 궁금해 보게 되었다.


이것이 대륙의 클라스인가


전반적으로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 첫인상이었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봤을 때 극히 일부 눈에 띄는 참가자들이 있었지만, 한국의 실력파 아이돌에 익숙해져 있었던 탓일까, 중국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편견 때문일까 그리 크게 매력적이거나 크게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비단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리사를 제외한 다른 심사위원도 그랬다.

ELLA는 옛날옛적 그녀가 남자 고딩으로 열연했던 드라마 <화양소년소녀>의 모습이었는데 그녀가 대만에서 S.H.E.라는 초기 아이돌 그룹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정도..

한국으로 치면 S.E.S 정도 되려나...!?

그 외 KUN이라든지 JONY J라는 분은 정말 처음 들어봤기에 첫인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첫인상으로 KUN은 삐쩍 마른 얼굴 예쁜 친구였다. 첫 퍼포먼스도 WE YOUNG이라는 노래였던 거 같은데 솔직히 굉장히 촌스러웠다. 춤과 노래 실력 자체는 괜찮았지만 무대 자체가 그리 엄청 멋지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약간 비 형님 같은 느낌이랄까...)

얼굴도 반반하고 실력도 괜찮은데 딱히 반하게 되지는 않는 그런...

JONY J도 마찬가지로 나쁘지 않은데 그리 대단할 거 없다는 느낌...

(나중에 알고보니 KUN은 청춘유니1 우승자였다..)


참가자들의 첫 평가 무대도 마찬가지였다.


실력도 떨어지고 촌스러웠다


솔직히 그랬다.

A 받은 친구들 외에는 한국의 오디션 프로들을 봐 와서 그런지 나름 데뷔한 친구들일텐데 실력이 많이 아쉽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노래 자체도 그랬고 (아마 내 취향이 대륙 스타일이 아니어서 더 그랬을지 모른다) 댄스 실력도, 가창력도...


중간중간에 좀 억지로 간접광고(PPL) 넣는 것도 격이 떨어지게 느껴졌다.


대륙 클라스를 알고 나니 국뽕에 마구 취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기본기로 어찌 한국을 따라오랴


그나마 한국에서 연습생 경험을 했다는 공설아의 기본기가 탄탄해 보였다.

마치 옛날 로마 시대 엔터테이너였던 글래디에이터를 키워내듯 스파르타 식으로 훈련시킨 한국의 아이돌에 대적할만한 수준의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다.

역시나 싶었다. 

이런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짜여진 훈련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아이돌을 어찌 대륙이 따라오리랴...


경연 중간 평가들에서도 아마추어인 내가 봐도 아직 한참 부족한 모습이 많이 보였다.

무대에서의 춤 동작이라든지, 삑사리라든지... 우와~ 이런 퀄리티로도 방송 나가는구나 싶었다. 


아이돌 컨텐츠는 역시 한국!


중국어로 번역되고 편곡이 좀 되긴 했지만 EXO 등 한국 아이돌의 노래들이 중간중간 많이 사용됐다는 걸 알고 역시 아이돌 (특히 댄스) 문화의 선봉장은 한국이군. 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많이 등장했던 EXO의 노래: 전야(좌), MAMA(우)

 

대륙에 좋은 노래들이 많다면 응당 대륙의 것들을 썼을텐데 '굳이' 댄스곡은 한국의 곡들, 발라드는 대만의 곡들을 차용한 걸 보면 그만큼 이들의 노래들이 대륙 내에서도 컨텐츠적으로도 사랑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lay와 想見你想見你想見你의 원곡은 대만이다.

나는 2000년대 아이돌 문화는 한국이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90년대야 미국의 백스트리트 보이즈며, 엔씽크가 있었고 일본의 아이돌 문화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로 글로벌하게 아이돌 문화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건 한국 아이돌 문화의 힘이 컸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선 HOT부터 동방신기, 원더걸스, 빅뱅, 블랙핑크, 소녀시대 등에 이르기까지, 글로벌로는 BTS... (싸이 형은 장르가 좀 다르니 ㅎ)


이따금씩 대륙 노래가 있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촌스러웠다.

(With all due respect to the fans) KUN의 WE YOUNG도 그렇고, R&B All Night 같은 노래는 한국에서 5~10년 전에 유행했을 법한 느낌이었다. 


심사위원에는 항상 K-POP 아이돌이 껴 있다


청춘유니1에는 우주소녀들이, 청춘유니2에는 리사가..

물론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훈련 받은 아이돌이 갔다는 건 그만큼 그 실력을 인정하는 반증이다.

아이돌 댄스 부문의 심사위원은 항상 Kpop출신 아이돌이었다는 점에서 Kpop의 위상을 옅볼 수 있다.

그런데 계속 보면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청춘유니2가 참 잘 만들어진 프로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심사위원은 때로는 엄했지만 모질지는 않았다


아마추어인 내가 봐도 부족한 모습이 꽤 보이는데 프로인 심사위원들이 보는 그들은 얼마나 더 어설프고 고쳐야 할 부분들이 많을까.

비록 가끔씩은 냉혹하게 비평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참가자의 용기를 복돋워 주는 칭찬을 많이 해준다.

지나치게 단점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은 지적해 주되, 발전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이끌어주는 점이 좋았다. 사실 심사위원/면접관 입장이 되어 까는 건 쉽다. 그치만 그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아갔다. 


나이도 98이어서 어설플 거 같았던 KUN은 확실히 업계 바닥부터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그 나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의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이 프로 자체를 안정감 있게 잘 끌어갔다.


심사위원이 보여준 인성 에피소드 하나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심사위원들(고정 4명+추가 1명) 및 청춘유니1의 데뷔그룹으로 선정된 선배(1명)이 콜라보 무대를 위해 각 참가자들을 면접 본 뒤 함께 할 멤버를 선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여기서 2명의 참가자가 모두에게 선택 받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JONY J의 그룹만 빈 자리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JONY J는 그 2명이 자기의 무대와 맞지 않다며 공석이 있더라도 추가로 뽑지 않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정연(아래 데뷔 아이돌의 이름으로 추정?)이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되었는데, 여기서 그가 취한 태도와 대응방식이 참 어른스럽고 멋졌다.

그는 먼저, 제작진에게 자신이 추가로 그들을 뽑아도 프로그램상 문제가 없을 지 묻는다. 룰은 지켜야 하니 말이다. 제작진은 고민 끝에 OK 사인을 내렸고, 거기서 그가 '그래, 그럼 내가 2명도 거둘게~'라고 했다면 자애로운 선배가 되었겠지만 그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 2명의 의사와 상관 없이 내가 거두는 건 동정일 뿐이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그들을 불러 조심스레 나의 그룹에 참가하고 싶은지 그들의 의사를 먼저 묻는다.

그 뒤에 (심사위원으로 참석은 못했지만) 자신과 함께 무대를 꾸밀 2명의 친구 멤버들에게 전화를 걸어 원래 같이 무대에 오를 5명 이외 2명이 추가되는데 괜찮겠냐고 한다. 

그리고 원래 뽑아 두었던 다른 참가자 5명에게도 이 2명이 참가하게 되면 너희들의 퍼포먼스 시간이 줄어들텐데 괜찮냐고 묻는다. 결국 그 2명의 분량을 다른 멤버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관계자 모두는 이에 흔쾌히 응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침착하면서도 성숙한 모습으로 이 일을 처리하는 지 참 놀랐고, 이 아이돌의 춤/노래 실력을 보지도 않았고 외모도 꽤나 느끼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보게 되었다. 인성 하나는 정말 갑이다! 라고...


한국과 같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컨텐츠를 위해 악마의 편집을 하지 않았다


컨텐츠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하나의 경연곡을 완성하기 위한 팀원들의 좌절, 협동 그리고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고 이걸 어떻게 이들이 이겨내는 지 말이다.

보통 한국은 참가자들 사이의 경쟁심리랑 다툼을 이용해 한 참가자를 굉장히 안 좋게 비추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티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다.

분명 경쟁자들간에 모종의 크고 작은 찌그닥째그닥이 있을 거 같은데 전반적으로 서로를 응원해서 같이 해결하는 모습이 '청춘'이라는 단어와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


여자 아이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참가자들 중에는 흔히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여자 아이돌'과 맞지 않는 외모의 소유자가 꽤나 눈에 띈다.

귀엽고 예쁜 여자 아이돌보다는 '개성 있게 생긴' 비쥬얼로 싱어송라이터가 더 어울릴만한 그런 참가자들 말이다.

여그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숏컷이라든지, 심지어 아프로(afro)도 있다!

게다가 한국에선 좀 찾아보기 힘든 '중성적인' 외모를 한 참가자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단체 주제곡 무대를 포함한 이후 경연에서도 치마가 아닌 바지를 고수한다.

재밌는 건 위 멤버들 모두가 60명까지 계속해서 살아남고 두 명을 제외하고는 최종 35인에, 그리고 3명은 최종 20명에 선정됐다는 점이다.


반면 아직까지 한국의 여자 아이돌은 그런 고정관념을 깰 정도까지 오진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은 좀 전형적인 듯한 한국의 여자아이돌

이 점은 내가 대만 살 때도 느꼈던 거지만 한국은 아직 동성애, 또는 그렇게까지 멀리가지 않아도 '중성미'에 아직도 그리 많이 열려 있는 거 같지 않다.

그러고보니 한국에는 '앰버'가 있었다. 그치만 그녀도 세간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그녀도 '중화계'네..?! 

대만만 해도 동성 커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특히 톰보이 같은 모습을 한 여자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리고 이런 '다른' 이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도 그리 싸늘하지 않다. 대만을 포함한 중화계는 '중성'적인 사람들에 대해 한국보다는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메인스트림 프로그램 그것도 여자 아이돌 오디션에서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건, 참가자 스스로도 그리고 프로그램적으로도 그리 쉽지 않았을텐데 이런 모습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이유는, 요즘의 화두인 '자신을 믿고 사랑하라'는 주제를 여자 아이돌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 아주 밀접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 비단 내가 아닌 많은 사람들로부터 응원과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즉, 데뷔하게 될 이 여자아이돌들이 단순히 우리로 인해 '소비될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그들도 얼마나 고민하고 좌절하고 상처 받는지, 그걸 어떻게 극복하는지, 완벽하지 않고 나약한 존재이지만 조금 더 완벽해 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더 몰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연예인으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상담해 줬던 연예기획사 대표의 세션은 많은 공감이 되었다


스타가 되기 위해선 실력도 갖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만드는 컨텐츠에 '공감'하냐 이다.

그 성공요인이 무엇이건 BTS는 그렇게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달라도 그들로부터 무언가 공감할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을, 그리고 참가자들을 응원하게 되는 건, 그들의 실력이 누구보다 뛰어나서도, 노래/춤/작품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그 뒷편에 담긴 스토리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적인 관점에서는 좀 덜 '아이돌'스러웠을지는 몰라도, 참으로 '인간'적인, 성숙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국뽕에 취하려 했는데 오히려 대륙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런 진정성에 한 수 배워 간다. 


누가 우승할 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응원해 가야지.

이 프로를, 생존한 참가자들, 탈락한 참가자들,

그리고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모든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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